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철현 Sep 09. 2022

우리지만 때론 우리가 아닌

지금 이 시점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건 틀린 것을 옳다고 인정하는 것만큼이나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부단히 노력해서라도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건 사람마다 가치관과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사람은 사회를 형성하여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어울려야 하는 사회적인 동물까.


특히나 성별이 다른 남녀 사이에는 미묘하지만 확실한 차이들이 존재한다. 나와 아내가 개그 코드 잘 맞고 패션 스타일 비슷 정치 성향이 비슷한 것과는 별개로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우리의 경우 아내는 감성적인 편에 속하고 나는 조금 더 이성적이다. 뚜렷하게 이렇다 저렇다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간단예를 들면 주말 데이트를 할 때 아내는 거리가 멀어도 분위기가 좋고 후기가 많은 곳을 찾는 반면, 나는 가까운 거리에 있거나 자주 들르는 장소, 즉 몸과 마음이 편한 곳을 원는 편이다.

먹는 것도 양념치킨을 좋아하는 나와 달리 아내는 후라이드 치킨을 좋아하고, 탕수육을 먹을 때 나는 찍먹 아내는 부먹이다. 그래서 우리는 치킨을 시킬 때 주로 반반을. 탕수육을 먹을 땐 찍먹의 경우 탕수육 소스에 미리 고기를 몇 개씩 담가 두며 부먹의 경우엔 소스를 붓기 전에 고기를 따로 덜어 낸다. (사실은 양념이든 후라이드든, 찍먹이든 부먹이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차피 다 맛있으니까.)




서로 먹는 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누군가 잘못된 게 아닌 것처럼, 내 생각과 아내의 생각이 다르다고 누가 옳고 누가 틀리다 말할 수 없다.




하나부터 다섯까지는 같아도 여섯부터 열하나, 열둘, 열셋... 여러모로 다른 우리는 항상 붙어있으니 가끔은 다수밖에 없고, 매일 함께라서 좋지만 마냥 달달할 수만은 없는  사실이다. 함께 오래 붙어있다는 건 그만큼 거덕댈만한 빌미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로도 해석이 가능하. 오래 붙어있다 보면 서로의 다른 점들이 두드러지며 부각되기 시작하고 그러다 결국에는 다름이 단점으로 비쳐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함께 있으므로 발생하다름의 차이로 인한 갈등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만의 룰을 만들었다. 


입장 차이로 갈등이 생기면 최대한 이견을 좁히되 서로 한 치 앞도 물러설 수 없을 때는 일단 그대로 멈춘다. 말 그대로 올스톱. 그동안 천천히 시간을 두고 화를 삭이면서 상대의 관점에서 문제를 돌아본다. 그게 1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한나절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 하루를 넘기는 경우는 드물다.

갈등 그 즉시 풀든, 아니면 1시간이 걸리거나 한나절이 걸려 풀든 중요한 건 상대 향한 너그러운 이해뿐일까? 물론 최대한 이해하려고 하겠지그 이해를 오래 담아두는 것 또한 금물이다. 아무리 마음씨 좋은 이해라 해도 마음속에 계속 머물다 보면 곪아버리기 마련이다.

'난 다 이해해', '너를 이해하니까 내가 참을게'

"내가 어디까지 이해해야 돼?", "나도 참고 참았어" 

어쩌면 이해 관용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상대로 하여금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이해라는 테두리 안에 자신을 가두고 상대도 학대하는 상황, 이해지 않으만 못한 최악의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턱대고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대화를 많이 나누려고 노력한다. 연애할 때도 알았지만 결혼하고 같이 살면서 더더욱 이해보다 앞선 대화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나와 아내가 결혼을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매일 함께하고 싶어서였다. 한집에서 함께 아침을 맞고 밤을 보내며 옷에서 똑같은 집 냄새가 나는 것. 우리가 바라던 결혼 생활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하나인 우리 때론 우리가 아닌 각자의 개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던 달라서 갈등이 생겼을 때 룰을 정해 해결해 나가는 것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오롯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첫째다.


술을 좋아하는 내가 저녁이면 술이 당기지만 아내의 만류에 일주일에 한두 번으로 절주를 하듯. 밖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 주말이면 몸이 근질근질한 아내가 피곤해하는 나를 배려해 "그럼 다음 주는 내가 가고 싶은데 꼭 가자"라며 양보하듯. 서로 상대를 위한 지만 무엇보다 큰 배려 실천하고 있다. 우리여서, 또 우리가 아니라서 하는 사려 깊은 배려.




이전 25화 부부싸움 화해의 기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