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란 무엇인가

평생을 고민한 바로 그 주제

by 장철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이 없어서 헤메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오해한 채 평생을 살거나, 자신의 재능을 써보지도 못한채 수많은 삶의 순간들을 지나친다. 어떻게하면 재능을 발견할 수 있을까? 재능을 발견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내는게 아니라, 남들보다 자연스럽게 해버리는 무언가를 알아차리는 것인데, 이는 생각보다 아주 어렵다. 왜냐하면 내가 자연스럽게 한다는 것 자체를 의식하기 어려워서 능력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새가 하늘 나는 능력을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처럼 말이다.




재능에 대해서 사람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이 있다. 남들이 칭찬하는 것을 재능이라고 착각하거나, 사회가 보상해주는 능력을 재능이라고 믿거나, 노력으로 버텨온 것을 재능이라고 오해한다. 칭찬, 보상, 노력은 결과의 성격이 강한 반면, 재능은 원인에 가까운데, 물론 이것들이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혼동할 경우 자신의 재능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럼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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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남들이 칭찬하는 것은 재능 그 자체라고 보기 어렵다. 사람들이 칭찬하는 것은 대부분 눈에 보이는 성과이다. 그런데 성과는 재능의 부산물일수도 있고, 환경, 운, 타이밍 혹은 비교 대상에 따라 상대적으로 좋아 보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칭찬의 가장 큰 문제는 그 대상이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이라는 점이다. 만약 주변 경쟁 상대들이 수준이 낮으면 평균만 넘어도 칭찬받고, 기준이 낮은 집단에 있으면 평범한 것도 뛰어나 보인다. 그래서 칭찬을 재능으로 착각하면, 환경이 바뀌는 순간 능력도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기 일수다. 진짜 재능은 환경이 바뀌어도 형태만 바뀔 뿐 사라지지 않는다.




나 역시 비슷한 착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전공 분야에서 내가 속한 집단안에서는 두각을 나타냈고, 그로 인해 칭찬과 보상을 받은적이 있다. 자연스럽게 나는 그것을 내 재능이라 믿었다. 물론 재능이 전혀없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재능은 절대적인 것이라기 보단 내가 속한 환경에서의 재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칭찬과 장학금이라는 보상이 붙자 내 재능으로 착가한 것이다. 그러다가 대학원에 진학하여 기준이 올라가자 실력이 평범해졌다는 것 같다며 스스로 흔들렸다. 심지어 재능이 개화했다고 생각했던 유학시절 역시 내가 속한 학교가 환경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재능을 고려할때 환경이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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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보상 역시 재능과 쉽게 혼동된다. 사회는 재능 그 자체보다는 특정 시점에 필요하고 시장성 있는 기능에 보상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엑셀을 잘하면 돈을 벌 수 있고, 트렌드에 맞으면 주목받고 특정 시기에는 특정 기술이 폭등한다. 요즘같은 AI 기술이 각광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이런 보상은 재능이라기보다는 수요 공급 문제에 가깝다. 그래서 사회적 보상을 재능과 동일시하면, 시장이 변할 때 정체성이 같이 흔들릴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자신이 잘하던 분야가 있는데 왜 더이상 사회는 자신의 분야를 필요로 하지 않냐며 화는 내는 경우도 본적이 있다.




나 역시 통계학자에서 개발자로 전향했을 때, 실패해도 또 하고 싶다는 감각을 느끼며 진짜 내 재능을 찾은 줄로만 알았다. 이전에 통계학 공부할때는 질적으로 분명 다른 종류의 몰입이었다. 학점이나 평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기 위한 공부가 즐거웠고, 한동안 천직을 발견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개발쪽은 유행하는 기술이 계속 바뀌었고, 그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드는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이 역시 내 순수한 재능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개발은 나의 순수 재능의 본체라기 보다는 특정 시기에 잘 맞았던 껍질에 더 가까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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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해하기 쉬운 지점은 노력이다. 사람은 자기가 오래 버텨온 것을 재능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력 그 자체는 재능의 증거라기보다 오히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될수 있다고 본다. 어떤 사람은 노력하면 속도가 붙고, 지쳐도 회복이 빠른 반면 또 어떤 사람은 노력하면 피로감과 소모감만 누적된다. 노력으로 평균이상에는 도달할 수 있지만, 재능의 영역에서는 노력하고 있다는 감각 자체가 잘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재능있는 사람일수록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통계학을 공부하던 시절에 재능이 아닌 버틴 느낌이 강하다. 학계를 떠나기 1년 전 정도를 제외하면 한번도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재능은 대체 무엇일까. 재능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느새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피곤한 상태에서도 나도 모르게 문제를 곱씹고 있으며, 실패해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드는 영역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해석의 해상도 유난히 다르게 느껴지는 지점이기도하다. 그래서 재능은 칭찬받기 전에 이미 존재하고, 보상과 무관하며 노력과도 동일시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재능의 척도라고 여겨지는 칭찬, 보상, 노력은 재능을 가리거나 왜곡하기도 한다. 재능은 보상이 없어도 하고 있으면 에너지가 줄지 않는 것에 가깝다.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우리나라 지도라던가, 세계지도를 그리는걸 아주 좋아했다. 순수하게 그냥 지도 그리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마치 복사기 마냥 종이만 보이면 지도를 그렸다. 그 때 하도 많이 그려서 그런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 지도는 안보고 그릴 수 있다. 내가 그린 지도에 대해서 아무도 칭찬하지 않았지만, 아무런 보상도 없었지만, 노력이라는 의식도 없었지만, 내 손은 언제나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 재능의 본체는 무엇이었을까. 통계학자, 개발자, 작가, 강사 등 여러 직업을 거치면서 변하지 않고 내 안에 계속 남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공부하는 내용이 바뀌고, 환경도 바뀌고, 보상 구조, 기술 트렌드 모두가 바뀌는데 그 와중에 항상 반복된 패턴이 있었을 것이다. 통계, 개발, 보안, 강의 등 어떤 껍질을 씌워도 살아남는 능력 말이다. 사람들이 재능이라고 말하는 것의 대부분은 재능의 본체가 아닌 껍질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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