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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원 Aug 10. 2023

누가 뭐라해도 내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하는 일에 나를 녹여낼 수 있다면

이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특성을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녹여내기도 한다. 나를 생각해보면 내가 만든 강의나 책이나 소프트웨어를 보면 '나'라는 사람의 특성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가끔가다가 수강생 분들께 이런 말을 들을때가 있다. "강사님이 쓰신 책을 보면 강사님 목소리가 들려요" 올 여름에 다녀온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만난 여러 밴드들은 음악이라는 매개체에 자신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자신들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녹여냈다고 생각했다.  




초록불꽃소년단은 이번 펜타포트에 와서 가장 먼저 본 밴드이다. 이 밴드는 이번에 처음알게 되었는데 보컬이 매우 눈에 띄었다. 이 밴드는 처음으로 밴드들의 로망인 펜타포트라는 무대에 서게 되었는데 보컬이 당당하게 육개장 티셔츠에 빨간 츄리닝을 입고 나타나셨다. 펜타포트라는 무대가 큰 무대이고, 처음 그 무대에 선다는 생각을 하면 사람들한테 잘 보이고 싶고, 멋지게 보이고 싶어질법도한데 그들은 평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선택했다. 마치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자신감, 확신이 느껴지는 듯했다. 나는 처음 듣는 음악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밴드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던 육개장 티셔츠와 빨간 츄리닝도 음악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마치 의상도 음악의 일부처럼 느껴졌달까.   


왼쪽) 초록불꽃소년단, 오른쪽) OTOBOKE BEAVER


OTOBOKE BEAVER, 이 밴드는 광기를 몸소 보여주었. 음악을 들어보면 다른 음악들과는 차별점이 명확하게 느껴지는데 시작부터 강렬했다. 아마 이 밴드의 음악을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준다면 10초안에 정지버튼 누를 거라고 거의 확신할수있다. 왠지 밴드 초창기에는 너네노래 누가 듣냐며 핀잔도 많이 받았을것같다. 나야 이런 장르도 좋아하지만 대중픽이라고 보긴 어려운 노래들이다. 그러나 이 밴드가 가장 잘 소화할수있는 노래들로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이 밴드의 공연을 보기 직전에 슬램하느라 지친 나는 좀 쉬려고했었는데 도저히 보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화끈한 사운드였다. 무대 위에서의 자신감과 광기를 볼 수 있었다. 무엇인가에 미칠수 있다는 건 멋진 일 인 것 같다. 정말 "미쳤다"라는 말 밖에 안나오는 무대였다.  




METHOD라는 메탈 밴드도 봤다. 사실 2023년, 대한민국에서 메탈 음악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이 좋아서 한다고는 하지만 생계를 생각한다면 탈의 불모지인 한국에서는 정말 어렵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는 밴드 자체가 인기가 적은데 그중에서도 메탈이라니..그러나 이러한 인식과는 별개로 공연은 에너지 넘쳤다. 본인들이 하는 음악과 이렇게 찰떡이 될 수 있나 싶었다. 나는 슬램존에 있었는데 지금까지 경험했던 슬램 중 거의 최고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게 락이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METHOD는 본인들이 특성을 자신들의 음악에 그대로 투영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에너지가 관객들에게 전해지고 이 에너지를 전달받은 관객들도 즐겁게 놀 수 있지 않았을까.



왼쪽) METHOD, 오른쪽) ELLEGARDEN



일본의 ELLEGARDEN이라는 밴드를 보게되었다. 엘르가든은 CM송으로도 많이 나왔어서 일반 대중들에게도 굉장히 친숙한 밴드이다. 보통 음악을 들을때는 잘한다, 멋지다, 드럼 잘친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며 들었는데 엘르가든은 그냥 넋을 놓고 보게 되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나름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보컬이 압도적으로 노래를 잘했나?라고 생각해보았는데 그렇지는 않은것 같다. 물론 엘르가든 보컬이 노래를 잘 하지만 그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도 있을테니까. 나머지 파트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파트가 최고이고 최고들이 모여서 최고의 음악을 선사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엘르가든 노래는 특별하게 느껴졌다. 전체적인 하모니가 잘 어울어져서일까? 나는 내가 엘르가든 노래를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들었던 이유에 대해 계속 생각해봤다. 왜 였을까. 내가 생각한 바로는 엘르가든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이 명확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제대로 표현한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엘르가든 노래를 잘 따라 부른다고 한들 그 느낌은 안날 것 같다. 왜냐면 나는 엘르가든이 아니니까. 이것이 페이크는 오리지널을 따라갈 수 없는 이유일까. 마치 본인들만이 소화할 수 있는 음악을 한 느낌이었다. 사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다른 밴드들도 마찬가지이다. 엘르가든 보컬은 이번 내한을 통해 한국어를 많이 준비해왔는데 공연 중간에 한국어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아마 이 말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아니었을까.


누가 뭐라해도 내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러가지 소리에 주파수가 있듯 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주파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의 주파수를 적용할 수 있다면, 즉, 나라는 사람이 가진 주파수와 내가 만든 결과물의 싱크로율이 잘 맞는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를 위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이는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삶의 철학과 연관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나의 결과물은 나를 얼마나 잘 아느냐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펜타포트에서 인상깊게 본 밴드들은 본인들의 주파수를 자신들의 결과물, 즉 음악에 잘 녹이는데 성공한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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