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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춘 Nov 20. 2023

[청춘 인터뷰] 행복을 믿어요

경험을 천천히 기록하며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계신 김예은님을 인터뷰하다.

경험을 천천히 기록하며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계신 김예은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깊은 생각과 가치관을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우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해 볼까요? 최근에 가장 행복하셨던 일이 무엇이셨는지 궁금해요.


 최근에는 빠짐없이 행복했어요. 특정하긴 어렵지만 일상이 무탈해서 나오는 행복감이 있었어요. 이유를 생각해 보니까 저 스스로한테 일상을 지켜나갈 힘이 있다고 깨달았어요, 그래서 이 일상이 깨져도 내가 다시 찾아올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아침에 커피를 마시거나 엄마랑 이야기하는 것 같이 제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안 것 같아서 행복했어요.  


언제 행복해지는지 안다는 점에서 귀중한 능력이라고 느껴지네요, 다음 가벼운 질문은 삶의 낙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크게는 음악하고 여행이에요. 음악은 제가 페스티벌이나 콘서트 가는 걸 좋아해요. 음악은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는 믿음을 줄 때가 있거든요. 같은 음악을 듣고 있는 군중들하고 함께 감동과 짜릿함을 느끼면서 마음이 힘들 때 많은 위로를 받아요. 여행은 도전하고 새로운 경험으로 저를 밀어 넣으면서, 저를 발견하게 된다는 걸 이번 교환 학생 경험을 통해서 느꼈어요.


교환 학생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네요.


 우선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이 아주 달랐어요. 한국에서는 제가 속한 범위 내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까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했어요. 근데 해외는 저랑 다른 문화권이다 보니 생각하는 방식이 아주 달랐어요.


예를 든다 면요?


 예를 들어 교회에 갔었는데 한국에서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서 사회에 기여를 해야 하는지"를 보았다면, 독일에서는 "어떻게 쉼 속에서 하나님을 찾나?"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하는 거예요. 교회부터가 차이가 나니까 신기했어요. 삶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를 많이 고민한 사람들 같이요.


성취에 비중은 두는 게 한국이면 독일은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거에 비중을 둔다고도 생각이 드네요. 분명 여유로운 면도 있었을 것 같아요.


 무언가를 꼭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히려 어떤 방식으로 삶을 즐겨야 할지 아니까 그 순간을 치열하게 즐겨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같아요. 제가 교환학생으로 갔기 때문에 좋은 면만 본 것도 있어요. 만약 독일에서 일을 하게 되면 어떤 관점을 가질지는 모르죠. (웃음)


이제 MBTI 이야기를 해볼까요. 어떤 유형이 나오셨나요?


 최근에 ENFJ-A가 나왔어요. 원래 ENFJ-T로 불안형인데 ENTJ-A인 안정형이 되었어요. 제가 타고난 기질로 불안이 높아요. 그리고 제가 불안을 키우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잠재우는 법을 깨닫다 보니까 불안이 낮아졌어요.


4가지 유형 중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공감이 되었나요?


 'E(외향)', 'N(직관)'에요. N으로는 상상을 많이 해요. 둥둥 떠 있고요.


J(계획형)에 관여해서도 질문을 해볼게요.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불안하신지 궁금해요. 제가 J(계획형)인데 딱 그렇거든요.


 불안해서 마지노선을 정하는 편이에요. 이날까지는 뭘 끝내야 한다 같이요(웃음). 계획을 마치고 나면 안정이 되어요. 계획을 불안함을 지우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해요.


저도 계획을 세우고 완료하면 지워나가는 유형으로써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요. 저는 계획이 제 하루를 지탱하는 기둥이라고 느끼거든요.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가 조금 불안한 것도 있어요. 그리고 제가 약간 정신이 없어요(웃음).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 약속을 이중으로 잡아본 적도 있고요. 이런 모습들을 바꾸는 데 도움이 돼요.


계획을 안 세우는 유형을 보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이건 옳고 나쁨이 아닌 다름의 차이기도 하고요.


 저도 사실 쉴 때는 계획을 세우진 않아요. 그래서 이해가 가요. 과제가 있을 때 계획이 없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 되게 순발력 있나 보다. 부럽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절대 벼락치기로 해결할 수 없거든요.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 사람이에요. 근데 그 사람들은 그전까진 약간의 은은한 죄의식과 함께하지만 해결하잖아요. "머리가 좋구나"라고 생각해요. 


완벽주의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요. 계획형이라면 한 번씩은 고민하게 되는 점이 '완벽주의'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저도 완벽주의가 심한 편이기도 하고요.


 일할 때는 붙들어요. 특히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끈질기게 붙들어요. 예를 들어 제가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면 하나라도 더 하고 싶기도 하고요. 근데 다른 거는 내려놓으면서 균형이 맞는 거 같아요. 최소한 일에서는 제가 가진 완벽주의 성향을 어떻게든 이용하려고 노력해요. 마감 직전까지 온 힘을 쏟는 편이에요. 나머지는 기대치 자체를 만들지 않아요.


기대치가 애초에 없다면 그만큼 애쓸 필요도 없겠네요.


 예를 들어 책을 읽는 것도 언제까지 읽어야지 같은 계획을 세우지 않고 마음이 동할 때 읽자 같이 마음을 낮춰요. 차라리 정말 페이지를 줄여서 두 페이지 읽기라든지 책을 손에 잡아보기 같이 실현할 수 있는 목표로 낮춰요. 그거에 대해서 죄의식을 가지지 않고요.


100억이 들어오면 어떤 걸 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똑같이 오늘 하루를 살 것 같아요. 아니면 다 때려치우고 집에 누워있기요. 한 보름 동안 시체 놀이 하면서요(웃음). 그렇게 일상을 살아보면서 차차 생각해 볼 것 같아요. 왜냐면 당장 100억을 어떻게 굴릴지 감이 잡히지 않아요. 혼자 상상을 해본 거죠. 제가 가장 많이 써본 돈이 교환 학생 때 천만 원이에요. 저는 천만 원만 굴릴 줄 아는 거죠. 6개월 동안 쪼개서 여행까지 알뜰하게 썼거든요. 막상 100억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커서 감이 오지 않아요. 


신중한 분이시라는 게 느껴져요.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 중에도 그대로 직장에 다닌다는 뉴스가 생각이 나요.


 직장을 다니는 일상으로 내 존재를 확인받았어요. 돈이 있다고 관두면 언젠가는 "내가 뭐 하는 사람일까?"하고 방황하는 순간이 올 것 같아요.

돈을 버는 것 이외에도 일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도 생각해요. 곧 인턴으로 취업을 앞두고 계시는데 어떤 마음가짐이세요?


 솔직히 엄청나게 떨려요. 반은 떨리고 불안하기도 하고요, 나머지 반은 설레요. 해보고 싶은 금융 관련된 분야인데 모르는 전문 분야기도 해서 복합적인 생각이 들어요.


모르는 분야를 배우시니만큼 어쩔 수 없이 업무를 익히는데 스트레스를 받겠군요. 반대로 말하면 극복해 낸다면 그만큼 성장할 수도 있겠고요. 개인적으로 어떻게 성장하실지 궁금해지네요.


 최소한 저랑 맞는 분야인지 경험을 해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예은님께서는 그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신 거로 알아요,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서 어떤 걸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사실 그때그때는 못 느껴요. 그래도 제가 기록을 틈틈이 하거든요. 일기나 메모장에 글을 남겨놔요. 나중에 보게 되면 이때는 이런 고민을 했었는데 지금은 해결했구나, 아니면 그때의 고민이 지금의 저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도 해요. 많은 경험 덕분에 지금 고민에도 도움이 많이 돼요. 해설지를 미리 보는 느낌도 들고요.


경험들이 미리 보는 해설지라는 비유가 와닿아요.


 독일에서 왔을 때도 실감이 잘 나진 않았어요. 습성이 일주일 만에 돌아오잖아요(웃음). 근데 제가 그때 썼던 일기가 "독일에서 나는 한 장을 잘 넘긴 것 같다"에요. 제가 살아왔던 환경을 인정하니 새로운 걸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제가 겪어야 할 인생의 한 과정을 잘 보내고 이제는 대학 생활을 보내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죠. 헤어질 준비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때 제가 성장했다고 느꼈죠. 왜냐면 저는 항상 놓아준다는 게 힘들었거든요. 이별이 힘들어서 항상 시작하는 것도 두려웠는데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놓아준다는 말이 인상이 깊어요. 그렇게 해서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하게 되면 잡생각이 없어지니까 자동으로 효율이 높아지겠고요. 그럼 평소에 쉴 때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요.


 완전 혼자 보내거나 만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사람을 만날 때는 상대가 좋아하는 걸 위주로 해요. 집에 있을 때는 영화나 애니를 보거나 책을 읽어요. 가족들하고 보내거나요.


사람들을 만나면 맞춰주는 편이신가 봐요.


 그런 편이에요. 아니면 콘서트장에 가요. 주로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할 때 기분이 좋아요. 물론 어느 정도의 공통점은 있어야겠죠. 저는 사람에게 영향을 잘 받거든요, 그래서 상대가 기분이 좋으면 저도 덩달아서 기분이 좋아요.


관계에 큰 노력을 기울이시는 게 느껴져요. 상대가 기분이 좋지 않아도 영향을 받으시겠네요? 


 맞아요. 위로를 해주고는 혼자서 회복할 시간이 필요해요. 많은 경험들을 하다 보니 새로 만난 사람들하고 적당하게 거리를 두는 방법도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지금 인간관계의 폭이 넓진 않은 대신, 지금 노력을 하는 사람들과는 서로 믿음이 있어요. 방향이 어긋나도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어긋남이 이해가 갈 것 같은 사람들이거든요.


끈끈한 사람들과는 좋은 영향을 계속해서 주고받으시겠군요.


 주변에 좋은 사람들 덕분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용기가 생겨요. 잘 안 풀리더라도 "너희들이 있으니까 괜찮아(웃음)"가 되는 것 같아요. 


주변 지인 5명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가족이 모두 의사면 내가 의사인 게 당연할 수 있듯이요. 그만큼 관계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예은님은 잘 형성해 나가고 계신 것 같아 부럽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예은님처럼 주변에 좋은 지인들을 만들 수 있을까요?


 잘해줘요. 계속 잘해줘요(웃음). 그게 겁나는 순간에는 딱 최소한만 해줬어요. 제가 마음이 힘들 때도 잘해주긴 어렵잖아요. 그때도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확인했을 때, 그 사람을 믿을 수 있었어요. 여유가 있으면 정말 잘해주었고요. 정말 힘들어서 거의 연락을 끊었을 때도 연락을 주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예은님을 굉장히 아끼는 친구들이겠네요.


 네, 그때 확인을 할 수 있었죠. 어떻게 보면요.


저는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긴장감을 줄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예은님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배경을 잘 웃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잘 모르겠네요(웃음). 저는 제가 잘 웃는 사람이라는 걸 몰랐어요.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사귀면서 터득한 것 같기도 해요. 웃으면서 다가가면 거리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제가 웃고 있다는 걸 잘 몰랐네요.


웃는 걸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웃음이 예은님의 일부가 되었다고도 생각이 들어요.


 착한 척하다 보니 착한 사람이 되었다는 백종원님의 말처럼 웃는 척하다 보니 웃게 된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일할 때는 의식적으로 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사실 잘 웃는 사람은 친근감은 느낄 수 있지만 전문적인 모습 하고는 거리가 있잖아요. 능률이 낮게 평가될 수 있겠다고 느껴요. 일을 하게 되면 진중한 모습을 보이는 게 먼저가 아닐지 싶어요.


사람들하고 어울릴 때와 일 할 때는 웃음의 비율을 다르게 할 필요가 있겠네요.


 제가 인턴으로 일을 시작하면 아무래도 진중한 모습을 보여야겠죠. 


추상적인 질문이긴 한데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일단 일상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고, 햇빛을 보기의 중요성을 많이 느껴요.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반대로 말해요. 그렇게 말을 질러놓게 되면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게 돼요.


예시가 있을까요?


 제가 비행기가 연착이 됐던 적이 있어요. 그때 새벽 내내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렸어요. 물론 화도 났죠. 컨디션이 좋지 않았거든요. 짜증 나는 말이 나올 것 같을 때 "괜찮아, 연착된 거지 취소된 건 아니잖아." 같이 반대로 내뱉으니까 부정적인 생각들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꽃밭에 산다는 말도 들어보긴 했어요(웃음). 어쨌든 그 덕분에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할 수 있었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받아들여보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받아들이는 게 어려워서 해결에 집중하는 것 같기도 해요. 문제를 회피하는 성격이었거든요. 안 좋은 거지만 특히나 관계 같은 거에 있어서 싸우지 않았어요. 그게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깨달은 후로부터는 그거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요. 문제가 있으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고치고 싶기도 해요.


회피를 하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나요?


 갈등 상황에서 도피하면 상대방한테도 지옥이었어요. 피한다는 말은 문제가 유보된다는 거잖아요. 언젠가는 직면해야 하는 문제인데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더 커질 수도 있고요. 도피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도피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해도 저를 자책하진 않으려고 해요.


도피도 개인의 선택이니까요.


 도피도 용기가 필요하죠. 그렇지만 일단은 저는 해결을 해보고 싶어요. 싸우자고 달려드는 것보단 참지 않고 최소한 말은 꺼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게 되면 상대방도 반응이 달라질 것 같아요.


 그러면서 관계가 개선되기도 하고 어긋나기도 했어요. 어긋나도 나쁘진 않았던 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었으면 언젠가는 어긋났겠다는 것도 느꼈고요.


참다 보면 서로 골만 깊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 아예 터놓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일단 가장 본인 마음이 가장 편할 것 같아요. 반대로 누군가가 나에게 불편한 감정을 이야기하면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처음에는 받아들이기는 너무 어려웠어요. 왜냐면 불편한 부분을 말하는 게 제 약점을 건드리는 것 같았거든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고맙더라고요. 뒷담화하지 않고 나한테 와서 말해주는 것 자체가요. 그 말을 하지 않았으면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실수나 상처를 줄 수 있는데, 이 사람은 나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말해주는 거기도 하니까요. 


관계를 지키고 싶기 때문에 지적했다고도 생각이 드네요. 물론 표현 방식에 따라서 상처받을 수도 있겠지만요.


 나를 그냥 맹비난한 거더라도 "이렇게도 보일 수 있겠구나"라고 자아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니까 무반응보다는 지적이 나은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성장도 하셨을 것 같아요. 정신적인 부분도 많이 커졌을까요?


 부딪히면서 키워진 것 같긴 해요.


보통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고 싶어 하시는 분인 것 같아요.


 제가 바빠요. 무엇보다 마음이 바빠요(웃음). 그래서 공백을 못 견디는 것 같아요. 빼곡한 삶을 더 좋아하고요.


시간을 쪼개서 사시는 편이신가요?


 그것보단 제가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게 두렵기도 해요. 원래 교환학생에서 돌아오고 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막상 와보니까 불안해서 9월부터 10월까지 미친 듯이 인턴 자리를 찾았어요. "다음 개강까지 유튜브만 보면서 놀아야지"가 잘 안 되더라고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럴 바에는 뭐라도 하자고 생각했던 거죠.


사람 성향 차이겠지만 저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 뭘 하는 게 마음이 편한 입장이라 충분히 공감되네요.


 쉬는 것도 "이날은 푹 쉬어야지"라고 생각해야 쉬어요. 계획 안에 들어간 느낌이죠.


쉬는 것마저 계획을 세우시는군요.


 네(웃음).


미래에 예은님은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


 어른이라고 말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제가 20살 때 25살이 되면 진짜 어른이 될 줄 알았어요. 되어보니까 전 그냥 어린 아이더라고요. 그래서 5년, 10년 뒤에도 똑같을 것 같아요. 다만 똑같이 인생을 불안해하고 한 치 앞을 모르는 거에 조금 익숙해져 있지 않을까 해요. 어린아이로 태어나서 어린아이로 살고, 어린아이인 채로 나이 들 것 같아요. 


지금 저희가 "경험이 많이 쌓인 어린아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불안함에 무뎌지고 다스릴 줄 알면 그게 어른이라면 어른이지 않을까요.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아요(웃음).


주제를 바꿔볼게요. 예은님은 대화할 때 상대방이 말이 많은지 적은 지 유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것보다는 상대방이 나와의 대화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조용해도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제가 말을 많이 하면 되고 기다릴 수도 있어요. 다만 제가 말하는 거에 차갑다면 상처를 받을 것 같아요.


냉소적이지 않은 게 중요하다는 의미일까요?


 냉소적인 것도 풀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근데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랑은 어렵죠. 삶의 태도가 냉소적이어도 대화를 하게 되면 재밌어서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 살짝 우려도 되는 게 예은님을 감정 쓰레기통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 같아요. 상대방을 배려하시는 성격이고 잘 들어주려는 성격이니까요, 이런 유형들은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궁금해요.


 그런 유형들이 몰리기도 했어요. 다만 제가 어렸을 때다 보니까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걸 몰랐던 것 같아요. 근데 어떻게 응대했냐면 떠나지는 않았어요. 곁에 있긴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당연하진 않다는 걸 표현했어요. 그래도 너무 힘들면 떠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거리를 두는 편이거든요. '얘 뭐야?' 하고요(웃음). 제 한정된 에너지를 굳이 쓰고 싶진 않더라고요. 반면에 예은님은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이해심과 참을성에서 분명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는 게 느껴져요. 


 기질적인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불안이 높다 보니까 상대방이 얼마 큼의 불안감을 가졌는지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감정적으로 예민함이 있는 것 같아요. 공감하게 되는 거죠. "이 사람은 이 정도의 기다림이 필요하겠구나" 같이요.


그런 성격 기반에는 가족들의 영향도 있었을 것 같아요. 


 가족들이 저의 성향을 알아서 배려해 준 게 영향이 있어요.


예은님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일까요?


 일단은 감사해요. 감사하고 사랑하죠. 낯간지럽긴 한데 한 번씩 하면 좋아하시더라고요(웃음). 제가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적응을 빨리했어요. 배경에는 가족이라는 돌아갈 구석이 있어서인 것 같아요. 덕분에 사람들하고 관계를 맺을 때 거침이 없었던 것 같고요.


예은님의 밝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배경에는 분명 가족들의 도움이 있었네요.


 물론 크죠. 감사함도 많이 느껴요. 


행복에 대해 이야기도 해볼게요, 행복은 어떻게 해야 느낄 수 있을까요?


 잃어봐야지 알지 않을까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았을 때, 내가 행복했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행복은 쟁취하는 것"이라는 말에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쟁취하려고 하면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그럴 거면 행복의 기준이 정확하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르는 상태에서 남을 따라 하는 건 리스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어떻게 느끼는지 정리를 한 다음에야 쟁취할지 결정해야겠죠.


예은님은 그럼 무엇을 할 때 행복하세요? 


 잘 통하는 대화를 할 때 행복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 많이 낮아졌어요(웃음). 불편함을 느끼지만 않으면 행복해요.


행복한 기준을 낮추는 비결이 있을까요? 저는 행복한 기준이 요즘 많이 높아졌다고 느끼거든요. 


 싫어하는 것들을 정리했어요, 빼면 다 좋아하는 거예요. 규정선을 만드니까 "이 정도면 행복하네"라고 생각해요.


예은님은 분명 본인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 비결이 있을까요?


 솔직하게는 저도 제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처음에 시작했던 방법은 제가 어떤 거에 심혈을 기울이는지 기록했어요. 책 문장이나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을 찍어두기도 하고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일기를 쓰면서 느낀 점을 기록했어요. 그리고 잊고 살다가 나중에 보는 거죠. 서서히 공통점을 찾아왔던 것 같아요.


자신만의 데이터를 쌓아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막 열심히 하진 않았어요. 이거는 꼭 적고 싶다고 생각날 때 했어요. 왜냐면 열심히 매일 한 문장씩 해봤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렇게 몇 년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뭘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아는 게 출발점 같긴 해요.


추가로 추상적인 질문이긴 한데 자존감을 올리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보셨나요?


 작은 성취를 느끼는 게 제일 효과가 빨랐어요. 간단하게 일어나서 물 한 잔 먹기나 운동가기처럼요. 정말 우울할 때는 침대에서 몸을 꺼내기라든지 일어나서 세수하기 같은 작은 성취를 경험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성취감을 높여갔어요.


성취감이 작더라도 하나하나 쌓여가다 보면 자존감이 올라가겠군요.


 네. 그동안 항상 큰 목표를 세우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러니까 어떤 일을 시작하면 100% 완수할 때까지 계속 불행한 거예요. 그래서 그 폭을 계속 낮췄어요. "괜찮아 이렇게까지 안 해도 돼" 하면서요.


슬슬 인터뷰를 마칠 때가 되었네요. 지금의 예은님이 학생 때의 본인을 만나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회피하지 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때의 나한테만요. 그 뒤에 제가 회피를 많이 하거든요, 조금 아쉬운 순간들이 많이 왔어요. 그래서 그때 나한테 회피하지 말고 한번 부딪혀 보라고 이야기할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인터뷰하고 나신 소감이 궁금해요.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으면 좋겠네요.


재미있었어요. 저는 이런 주제의 질문을 자소서를 쓸 때만 받았었거든요. 제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모범답안만 생각했었어요. 근데 여기서는 모범 답안보다 내가 진짜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덕분에 내가 뭘 하고 싶은 사람인지 알 수 있었어요.



-인터뷰를 마칩니다. 선뜻 응해주신 김예은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인스타 -청춘 매거진 (@cheongchun.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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