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계신 대학생 청춘, 박소향님을 만나다
우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처음에는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해 보죠. 요즘 근황이 어떠신가요?
최근에 시험 기간이어서 거의 기숙사에서만 있었어요. 원래 시험 기간 때는 2 3주 정도는 밖에 나가지 않는데 이번에는 친구들하고 밥도 먹고 카페도 가면서 여유 있게 시험 준비를 했어요.
시험 보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최근에 행복했던 기억이 있을까요?
요즘이 진짜 행복하다고 느껴요. 동기들하고 매일 보는데 소소하게 기분 좋게 놀면서 수다 떨고 노는 게 행복해요. 그러면서 학교 공부나 알바처럼 해야 할 것도 열심히 하는데 힘든 일은 하나도 없어요. 시험공부를 하는 것도 힘들지가 않았어요.
시험공부가 힘들지 않았다는 말은 놀랍네요.
이상하게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번 시험 기간 때 힘들지가 않았어요. 매일 밤을 새워도 힘들지 않고 그냥 동기들하고 같이 재밌게 놀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기억을 꼽자면 예전에 같이 알바했었던 동료들하고 동국대 축제를 간 적이 있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제가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학생 신분으로 하는 대학생 마지막 축제인데, 시험 기간에 놀러 가본 건 처음이었어요. 그날 하루 동안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술도 맛있었고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최근에 행복했었던 기억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행복한 일이 많은 게 아니어도 그냥 지금 제 일상이 너무너무 행복해요.
시험이 끝나셨는데 수고한 본인만을 위한 보상 같은 게 있을까요?
시험 끝나고 하루 이틀 정도는 자야 해요. 잠을 제대로 못 자서요. 그리고 무조건 친구를 만나요. 술 마시고 놀러 가는 게 저를 위한 보상이에요.
저는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면 나에게 보상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에 대한 소향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보상이 있어야지 내가 이걸 진짜로 끝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열심히 노력한 시험이 끝났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 끝난 기분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신나게 한번 놀아야지 내가 진짜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인데 "소향"이라는 이름의 뜻이 궁금해요. 개성 있기도 하고 아무래도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이름은 아니잖아요.
'밝을 소', '향기 향'해서 소향이에요. 저희 엄마가 지어주셨는데 저는 제 이름을 좋아해요. 밝은 향기라는 뜻인데 밝다는 말도 좋고, 흔하지 않은 이름인 게 좋아요. 친구들이 저를 소향이라고 부르기보다는 향이라고 불러주는데 이런 애칭이 생기는 것도 좋아요.
좋은 에너지를 널리 퍼뜨린다는 의미 같아서 좋네요.
뜻 자체가 밝고 맑은 느낌이에요. 그리고 제 성도 마음에 들어요. 박 씨라는 성이 제 이름하고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성도 타고나신 것 같아요. 제가 '변' 씨인데 만약에 소향님이 저처럼 '변' 씨였으면 이상하잖아요(농담).
그러네요. 제가 박 씨라서 다행이에요(웃음).
다음 스몰토크 주제는 MBTI에요. 소향님의 MBTI가 궁금해요.
저는 ESFP에요. 근데 T랑 F랑 반반이에요. T적인 성향이 커서 ESTP가 나올 때도 있어요. 'E'랑 'P'는 절대 바뀌지 않고 그대로예요.
'P(즉흥형)'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즉흥적으로 하는 편이신가요?
절대 안 세워요. 일상 속에서 계획을 세우고 틀어진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진 않거든요. 예를 들어 식당에 갔는데 문을 닫았어요,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옆의 식당에 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맛있는 식당은 많으니까 다른 데 가면 된다고 생각 하는거죠. 물론 친구들이 다 'P(즉흥형)'이면 계획을 세우는 편이긴 해요.
그럼 일을 미루면 할 일을 해야겠다는 은은한 죄의식 같은 걸 느끼기도 하시는지 궁금해요.
불안은 하지만 저는 제가 할 걸 알아요. 어차피 해야 할 일이잖아요. 제가 지금 과제를 미뤄도 기한 하루 전에 밤을 새워서라도 제출하거든요.
미뤄도 일을 결국은 끝마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신 거군요.
왜냐하면 제가 특히 공부같이 해야 할 일에 계획을 세웠는데, 만약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못 끝내면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에요. "나는 뭐 한 거지?, 왜 오늘 이것밖에 못 했지?" 이러면서 자책하는 게 너무 커서 차라리 안 정해두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소향님이 본인 성향을 확실이 인지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을 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미뤄도 크게 불안하지 않은 거고요.
공부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걸 느꼈는데 오히려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J(계획형)가 멋있어요.
제가 계획을 세우는 편이라 그런지 소향님의 답변이 신선하게 느껴져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다음으로는 E(외향형)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네요.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해요. 올해는 많이 나가서 놀려고 노력했던 편이에요. 근데 작년에는 거의 나가지 않았어요. 심지어 제 기숙사 룸메이트가 저보고 '집 지키는 강아지'라고 그랬을 정도로요 (웃음).
지금의 외향적인 모습이 크게 느껴져서 그런지 의외의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혼자서도 잘 놀아요. 얼마 전에 연극도 혼자서 보러 갔다 오기도 했고요. 그리고 혼자서 걸어 다니는 것도 좋아해요.
T(사고형), F(감정형)가 반반이라고 하셔서 생각난 재밌는 질문이 있어요. 만약에 친구가 "나 우울해서 화분 샀어"라고 말하면 뭐라고 대답하실 건가요?
제가 솔직하게 사회화가 된 부분이 커서 머릿속으로는 "우울한데 왜 화분을 사지? 너가 행복해질 수 있는 걸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은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사회화가 되어서 눈치가 있기 때문에 "우울한 일 있었어?"라고 물어볼 것 같긴 해요(웃음). 궁금하기도 하고요.
다음 질문이에요. 평소에 쉴 때는 어떤 걸 하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제가 집에서 혼자 있어야지 쉰다고 느껴요. 제가 게임을 좋아해요. 롤, 오버워치 그리고 닌텐도 중에서 동물의 숲을 좋아해요. 그냥 유튜브 볼 때도 있고요. 집에 거의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도 분명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저는 소향님이 외향적인 면이 커서 사람들을 만나면 에너지를 얻는 유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쉬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진짜로 쉬는 게 아닐까요? 사람 만나는 것도 에너지고 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사람들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것도 맞는데 그만큼 쓰는 것도 있으니까요. 아무리 친하고 편한 친구여도 신경 써야 할게 있잖아요. 그래서 오로지 저를 위한 쉬는 시간은 혼자서 보내는 편이에요.
쉬어도 아예 정적인 활동보다 움직이는 걸 선호하시는 편인 것 같아요. 게임을 하는 것도 어쨌든 손가락(?)이지만 움직이는 거잖아요.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도 움직이는 거겠네요(웃음). 그래서 제가 영화 보는 것도 안 좋아하는 게 가만히 앉아서 보는 걸 잘 못해요. 그래서 거의 게임을 해요. 혼자서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틀어놓고 귀로 들으면서 게임을 해요. 그래서 내용을 모르는 드라마가 많아요(웃음).
이해되는 게 저도 가만히 누워서 영화나 유튜브 보는 걸 잘 못하거든요. 혼자 있으면 가만히 있기보다는 뭐라도 하는 성향이라 공감이 되네요. 다음으로는 "좋아하는 일"하고 "잘하는 일" 중에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제가 지금 딱 고민하는 문제에요. 저는 환경 공학을 전공하고 있어요. 근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미디어 쪽이어서 복수전공을 하고 있거든요. 근데 솔직히 말해서 아직 둘 중에 결론을 내리진 못했어요. 잘될 것 같은 건 환경공학인데 제가 좋아하는 미디어 쪽 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럼 제가 평생 후회할 것 같아요.
후회라면 어떤 식으로 후회가 될까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냥 잘 하는 일 할 걸 그랬나?" 이런 정도의 생각이 들 것 같은데, 잘하는 일을 하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한 걸 평생 후회할 것 같아요. "한 번쯤은 해볼 껄"하는 생각이 들 것 같아서요. 그래도 둘 중에 굳이 골라본다면 제 성향으로 봐서는 제가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서 모험보다는 잘하는 일을 선택할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후회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좋아하는 일도 못 놓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현실적인 부분을 빼놓기는 어렵겠네요. 환경공학 계열은 보통 어느 진로로 가나요?
요즘 취업 경로가 다양해졌어요. 공기업뿐만 아니라 사기업에서도 환경 안전 파트나 수질 파트 등으로 다양하게 취업해요. 저는 올해 초 까지만해도 환경공학 쪽으로는 생각해 보지 않았거든요. 4학년이 되고 나서 진로에 대해 생각을 해보니까 "세상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다 현실에 맞춰서 사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현실하고 타협하는 거죠.
되고 싶은 미디어 쪽으로는 어떤 일을 해보고 싶으세요?
제일 관심 있는 건 연예 쪽이라 엔터 아니면 예능PD 쪽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거든요. 마케팅도 좋겠고 기획하는 일이면 다 좋을 것 같아요. 성향은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맞을 것 같긴 한데 현실적으로 되기가 어려운 길이라고 생각해요. 인맥도 중요하고요.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지금을 열심히 살고 있다는 뜻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고민을 미뤄둔 상태예요. 보통 막 학기에 취업 준비를 하는데 저는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고 싶은 게 뭔지도 찾고 있고요.
기분이 안좋을때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시나요?
저도 솔직히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지만 일단 표현을 안 하는 편이고 빨리 까먹어요.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데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자고 일어나면 웬만하면 까먹는 편이에요.
엄청난 장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까요.
저를 못 지키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만약에 누가 저한테 무례한 말을 했어요. 돌이켜봐서 이건 좀 아닌 것 같고 실례 같다고 생각해도 까먹어요. 그래서 화를 내야 할 때 화를 못내요. 점점 내가 만만해지는 느낌도 들고요. 아무리 힘들어도 밤에 혼자 울거나 그냥 자고 일어나서 맛있는 거 먹고 친구랑 대화 좀 하면 괜찮아져요.
소향님은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 것 같아요.
제 성향 자체가 누구를 만났을 때 우울한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징징대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요. 왜냐면 즐겁자고 만난거잖아요. 그래서 같이 노는 동안에는 즐거운 얘기만 하면서 재밌게 놀고 우울한 생각은 집에서 혼자 하면 되니까요. 제가 알바를 해도 무조건 돈을 벌려고 비즈니스로 하는 느낌보다는 즐거우니까 하는 게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 일 다니느라 힘든데 재밌게 일하면 시간도 빨리 가고 안 지루하잖아요.
다른 사람이 소향님 덕분에 웃으면 거기서도 에너지를 얻으실 것 같아요.
뿌듯하죠. 나 덕분에 얘가 한번 웃었다. 내가 오늘 얘 미소에 한 번 도움을 줬다고 생각해요.
소향님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의 기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제 마음의 여유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지 남한테 진심으로 대한다고 생각해요. 혼자 지내면서 내가 기분이 좋아져서 남을 잘 대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요. 제가 한동안 우울했던 적이 있는데 그러면 사람들의 힘든 이야기나 좋은 이야기에 축하해 주거나 위로해 주거나 이런 걸 잘 못하겠더라고요.
밝은 면에는 분명 가족들의 영향도 있을 것 같아요.
성격이 어렸을 때부터 활발했어요. 저희 아빠가 성격이 엄청 활발하세요. 맨날 웃고 말도 많이 하시고요. 반면에 엄마는 과묵하세요. 저는 아빠랑 많이 닮았어요. 외향적인 성향이 선천적인 것 같기도 해요. 그러다가 엄마의 과묵한 성격도 받으면서 차분해지려고 노력도 해요. 차분한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아버지가 말씀하시 어머니가 받아주시는군요. 서로 반대 성향이시니까 오히려 잘 맞을 수 있겠어요.
그럴 수도 있겠죠(웃음). 저는 그래서 친구나 남자친구로 I(내향형)를 좋아해요. 서로 말하는 것보다는 적당히 받아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잖아요.
소향님의 이상형은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인터뷰를 떠나서 제 고민이에요(웃음). 사실 제가 이상형으로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예전부터 이야기 했던건 담배 안 피우고, 잘 웃고, 예의 바른 사람이에요. 근데 제가 만났던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외적으로는 몬스타엑스의 '아이엠' 같이 외모가 세련된 사람도 좋아하는데 반대로 강아지상도 좋아해요. 극과 극이죠.
확실히 공통점이 있진 않네요.
제가 옷 스타일이나 향수도 그렇고 확실한 취향이 없어요.
지금 청춘은 어떤 시기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청춘이란 말을 진짜 좋아해요. 매일 밖에 초록색만 봐도 '와 청춘이다!' 이럴 정도로요(웃음). 일단 청춘이란 말을 들었을 때는 실수가 용서되는 시기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그래도 청춘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고 그게 실패했더라도 그럴 수 있지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훨씬 나이가 들면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직장을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쵸 도전했던 경험들이 쌓여서 경험치도 올라가고요.
맞아요 어쨌든 그 도전들이 쌓여야지 나중에 안정될 수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이 웃기만 해도 예쁜 시기인 것 같아요. 친구들하고 같이 걷기만 해도 "청춘이다"하고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꽤 어려운 질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소향님을 한 문장이나 단어로 표현해 주세요.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괜찮다 싶었어요. 저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너무 좋거든요. 저하고 제 주변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일단 너무 거대한 행복을 바라지 않고 그냥 소소하게 일상 속 행복을 느끼면 좋겠어요.
두 번째 이유는 친구가 옛날에 지어줬던 이야기인데 '소' 향이를 만나면 '확' 실히 '행' 복해진다는 말을 하면서 제 이름을 '소확행'으로 저장해 놓은 게 생각이 났어요. 저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너무 좋거든요. 저하고 제 주변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단어가 마음에 드네요. 소소한 행복이라는 말이 행복의 기준치를 많이 낮춰 놓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요. 행복의 기대치를 높여 놓고 도달하지 못하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거에요. 그래서 내가 기대치를 낮춰야지 일상에서도 행복하고 재밌고 감사한 걸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관계에 있어서 저는 적당하게 화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나를 위해서 솔직하게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거죠. 소향님은 화를 어떻게 다루시는지 궁금해요.
웬만하면 화를 내진 않아요. 제가 남에 대한 허용치가 좀 높은 편이에요. 화도 안 내고 그냥 참고 끝내는 편이에요. 친한 친구한테는 가끔 짜증도 내겠지만 초등학생 때 이후로는 싸워본 기억이 없어요. 예전 남자친구를 예시로 들어보면 화도 잘 안 냈어요. 참고 참다가 터뜨리고 헤어지는 편이었죠.
어떻게 보면 원기옥을 모으고 한 번에 뱉는 거네요.
티를 안 내고 열심히 참다가 한계점이 오면 바로 정리하는 편이에요. 참다 보니까 인내심이 높은 게 아닐가 싶어요. 화를 내기보다는 밝게 대하고 좋은 영향만 주려고 하고요. 좋게 이야기할 때 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잘 싸우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관련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싸우는 것도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피할 수 없으면 잘 싸워보는 거죠. 저는 싸우는 방법을 잘 알지는 못해요. 가족이 서로에게 예민하게 굴지 않고 배려해 주는 분위기다 보니까요.
그럼 누군가 소향님에게 무례한 말을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대응하시는지 궁금해요.
사실 단호하게 말하진 못해요. 저 혼자 상처받고 끝나는 편이에요. 기분이 나쁘다 싶다가도 내가 이 정도 말은 들을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친구한테 물어봐요. 나 이런 말 들었는데 기분 나빠해도 되는 거냐고요. 그제야 친구가 화를 내야 하는 거라고 알려줘요.
소향님에게 이런 모습이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해봤어요. 그리고 저도 그렇고 많은 사람이 관련해서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요즘 들어 저에게 무례한 말을 하는 사람들을 내가 굳이 만나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해요. 단호하게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소향님만의 사람을 보는 기준이 궁금해요.
저는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어른에 대한 예의도 당연하고 사람이나 연인 간이어도 마찬가지고요. 친구더라도, 아무리 친해도 사회생활이잖아요.
친구 사이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말이 공감이 가요.
친구더라도 할 말이 있고 참아야 할 말이 있듯이요. 친구면 봐주고 넘어가기도 했는데 요즘 들어서 생각해 보니 저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못 줄 것 같더라고요. 같이 지내면 똑같아지기도 할 것 같고요.
소향님은 스스로를 남과 비교 하시는편인지 궁금해요.
비교라.. 사실 깊이 생각해 보진 않았어요(웃음). 물론 부러운 건 있어요. 잘하고 싶고요. 근데 그것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 받진 않아요. SNS 하는 것도 남 잘 사는 거 보면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얘가 이렇게 행복한데 이거 때문에 내가 불행하다는 느낌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 모습에 충분히 만족해서 굳이 남과 비교하지 않는, 여유가 있는 분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까 그런 여유들이 더 느껴지네요. 평소에 잘 웃는 비결이 궁금해요.
습관 같아요. 활발한 성격 때문인 것도 있고요. 그리고 상대에게 리액션을 많이 해줘요. 행복의 기준이 많이 낮아서 쉽게 행복해지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네요.
잘 웃는 게 엄청난 장점 같은 게 저 같은 경우는 낯을 가리는 편인데도 소향님한테는 다가가기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웃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다가가도 편해질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사람들이 저를 편하게 생각 해줬으면 좋겠어요. 즐거웠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기분 좋잖아요, 웃고 있는 거요. 자꾸 웃다 보니까 습관으로 자리 잡은 느낌이에요.
웃음이 몸의 일부가 되었군요.
요즘 내가 너무 많이 웃는 게 아닐까라는 의식을 해요. 알바 면접에서도 인상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은 게 대화를 하면 항상 웃고 있으니까요. 근데 화내야 할 상황에도 웃고 있으니까 힘든 점도 있어요.
소향님이 화를 낼 상황에 웃으면 장난치는 거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어요.
맞아요. 제가 화를 내다가도 그냥 피식 웃어버려요. 화를 내다가도 "글쎄 아냐.." 하면서 웃고 다시 상대의 기분을 풀어주는 편이에요. 애초에 무거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해요. 화를 낸 건 저인데 분위기를 풀려고 노력하는 것도 저죠.
대화 상대를 위해서 애를 많이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분위기를 좋게 만들겠다는 책임감도 느껴지네요.
맞아요.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즐거운 게 있으니까요.
소향님의 취미가 궁금해요.
고등학교 때 춤을 좋아해서 댄스부를 했었어요. 그 외에는 운동, 게임을 좋아해요.
평소에 불리는 별명이 있나요?
"향"이라고 많이 불려요. 처음에는 낯간지럽고 어색했어요. 근데 요즘은 제 이름보다 더 편해요. 애칭 같고 애교스럽게 보여서 좋기도 하고요. 그리고 잼민이 같다는 말도 많이 들어요.
잼민이라는 별명을 인정하시나요?
어쨌든 나랑 있을 때 재밌다는 거잖아요. 재미있으면 됐죠. 그렇다고 제가 진지한 이야기를 못 하는 것도 아니고요.
밝은 모습이 연막탄처럼 크게 있어서 진중한 모습이 감춰지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랫동안 나름대로 고민하고 생각해 왔다는 점이 느껴지거든요.
제 이런 진중한 모습을 어필해 주세요(농담).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 있어야 성숙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혼자 있으면 자칫하다 우울한 철학자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성숙해진 것도 분명 능력이죠. 그나저나 소향님 가족 중에서 오빠가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관계는 어떠세요?
나이 차이가 2살이 나요. 기본적으로 오빠가 착해요. 저를 무조건 '소향아' 아니면 '향아' 이렇게 부르거든요. "야"라고 부르지 않고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저를 그냥 귀여워해 줘요. 한동안 제가 술을 먹으면 맨날 새벽에 데리러 오고 같이 콘서트도 보러 가고요. 저랑 노는 걸 요즘 좋아하는 것 같아요.
보통 제가 알고 있는 오빠와 여동생의 관계 하고는 많이 다르네요.
주변 사람들도 놀라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무서워했는데 오빠가 철이 들지 않았나 해요(웃음).
100억을 받으면 무엇을 할 예정인가요?
제가 S(감각형)라서 그런가 그걸 왜 생각하는 건지 궁금해요(농담). 제가 100억을 받을 일이 없거든요.
이것도 충분히 답변이 될 수 있어요(웃음).
그런 거 있잖아요. 초능력이 생기면 어떨까? 하는 질문이요. 안 생길 건데 왜 고민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긴 했어요(웃음). 근데 100억을 받으면 일단 엄마가 전원주택을 너무 가고 싶어 하셔서 가족들을 위한 주택을 하나 살 거예요. 그리고 제 성향상 다 적금해 둘 것 같아요. 안정적인 투자를 좀 더 좋아해서요. 물건에 대한 욕심이 큰 사람도 아니라서 가족들하고 맛있는 거 먹고 주변에 고마웠던 사람들한테 맛있는 거 사줄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베풀겠다는 마음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가지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주변에 말 못했지만 고마운 사람들이 많아요. 문득 생각나서는 정말 만나서 고맙다고 표현을 하고 싶어요. 여유가 생기면 바로 연락해서 밥 사줄 테니까 나와라 이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 매달 해요.
다음 질문으로는 10년 뒤에 소향님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34살이네요. 아직은 제가 무슨 직장을 가질지 잘 모르겠지만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일상이 평화롭고 회사 퇴근하고 친구들이랑 간단하게 술 한잔하고요. 안정적으로 만나는 사람도 있었으면 하고요. 아픈 일, 힘든 일 없이 평범했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이 충분히 바랄만한 삶이네요.
저는 제가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누구를 뛰어넘고 잘 살 거라는 생각보단 그냥 평범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다 행복하니까 지금처럼 살았으면 좋겠어요.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인터뷰하면서 느낀 점이 궁금해요.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말하면서 오히려 제 생각도 정리가 되었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누구랑 비교하는 편이냐라는 질문도 처음 들어봤거든요. 생각을 해보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었고요. 그리고 이렇게 남한테 내 얘기를 하는 것도 재밌고 나를 아는 것도 재밌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인터뷰를 마칩니다. 응해주신 박소향님께 감사드립니다.
[인스타 -청춘 매거진 (@cheongchun.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