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 5분 후, 나는 틀렸다.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by 이청목

아침이 유난히 가벼웠다.


금요일이었고,

설 연휴의 시작이었다.


연휴라는 말 하나로도

마음이 느슨해졌다.


출근길 차에서 늘 듣던 노래가

더 밝게 들렸다.


환우분들 배차 계획은 매끄러웠다.


동선은 깔끔했고,

시간도 여유가 있었다.


이 정도면

모처럼 편안한 하루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심은

내 생각보다 빨리 붐비기 시작했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날,

정오도 되기 전에

차량이 길 위에 늘어서기 시작했다.


신호는 평소보다 길게 느껴졌고,

차선 변경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퇴근까지는 아직 다섯 시간.


이송 일정은 시간과의 약속이고,

차가 밀리면 다음 일정도 흔들린다.

도착이 늦어지면

기다리는 사람도 생긴다.


그 생각이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끼어드는 차량,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게 만드는 순간들,

예고 없이 울리는 경적.

운전대 위에 올린 손에 힘이 들어갔다.


등과 허리가 점점 굳어갔고,

말수는 줄었다.


하루 종일 막힌 길 위에 서 있는 일은

몸보다 마음을 먼저 지치게 한다.


앞은 뚫리지 않고,

뒤는 밀어붙이고,

나는 그 사이에서 계속 판단해야 한다.


숨이 답답한데도

억지로 들이마셔야 하는 느낌.


그렇게 몇 시간을 버텼다.


사고가 날 뻔한 순간도 있었다.

목구멍까지 거친 말이 차올랐다.

하지만 삼켰다.


옆자리에 환우분이 있었으니까.


그분들이 불안해질까 봐,

표정도 관리했다.


그렇게 배차가 끝났다.


차량을 주차하고 의원으로 올라갔다.


오늘도 큰 사고 없이 마쳤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이제 집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이 조금 풀렸다.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던 순간,

전화가 울렸다.


환우분이었다.

시계는 5시 5분.

퇴근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치료가 이제 끝났다는 전화였다.

환우분의 목소리는

피로가 묻어 있었다.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말했다.

“지금 팀장님 나가셨으니까

전화하시면 바로 픽업 가능합니다.”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났고,

하루 종일 운전으로 지쳐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다른 팀의 팀장님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치료받고 나오시면 많이 예민해요.

팀장님께 전화하시라고 하기보다,

제가 연락해 드린다고 말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나는 하루 종일 막힌 길에서

잘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내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 보였다.


나는 내 피로를 먼저 생각했다.


그분은 아픈 몸으로

치료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몸도 지쳤고,

마음도 여유가 없었을 시간이었다.


속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방법의 문제도 아니었다.


나는 그분의 하루보다

내 피로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큰 실수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작은 말 한마디 안에

내 하루의 피로가 묻어 있었다.


그날 이후, 말을 할 때

한 번 더 생각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먼저 손을 내밀 수는 없을까.


과거의 청목이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청목아,

그날 네가 힘들었다는 것 다 알아.


정오부터 막힌 길 위에서

긴장을 놓지 못하고 몇 시간을 보냈잖아.


허리는 욱신거렸고,

꼬리뼈는 저려서 아팠을 거야.

집에 가서 눕고 싶었겠지.


그 마음 이해해.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을 데려다주는 일만 하는 게 아니잖아.

사람의 하루를 함께 움직이는 일이잖아.


그날의 너는 그걸 잠깐 놓쳤을 뿐이야.


그래도 그 자리에서 배웠잖아.


다정함은 여유가 생기면 하는 게 아니라,

여유가 없을 때

더 드러나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날의 부족함이 있었기에

오늘은 조금 더 천천히 말하게 되었다.


다음엔,

조금 더 먼저 다가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