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력은 왜 너에게 닿지 않을까?

이별 #19 - 너의 노력은 왜 나에게 닿지 않을까?

by 이청목

시간은 흘러

25년도가 되었다.


센터는 작년에 비해 더욱 성장했다.

월평균 매출이 1,000만 원을 넘었고,


네이버에서 필라테스 검색했을 때

우리 센터가 1등으로 나오는 걸 보며


이건 기도하며 이룬

내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아들~ 잘 지내지?


늘 그렇듯 안부 인사를 나누었다.

농담 반 진담반으로 어머니께

함께 여행 가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 쉴 때 제주도

한번 다녀오고 싶은데

이번에 다녀올까요?"


"네가 바쁘잖아 센터에 있으니까"


어머니는 장사를 오랫동안 하셨는데

'하루를 쉬면 손해가 얼마인지 아냐'는

말을 하시며 해외여행은커녕

제주도도 가 본 적이 없으셨다.


나는 이때다 싶어 어머니께

여행을 가자고 했다.


"엄마 이번에 진짜 다녀오자"


"그래? 그럼 며느리도 같이 가자고 해

엄마가 돈 100만 원 내줄게

100만 원이면 되지 않아?"


"일단 물어볼게"


말 나온 김에 그녀에게 허락을 받고

바로 비행기표를 예약하려고 했다.


"어머니 모시고 제주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자

오전수업은 대강으로 쓰고

개인레슨은 사정 얘기 하면 되잖아"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아냐, 그냥 오빠 혼자 다녀와

대강 쓰는 게 좋은 것도 아니고

돈도 너무 아까워 어머니 잘 모시고

말투 예쁘게 하고 다녀와"


농담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녀가

고맙고 또 미안했다.


어머니와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그녀와 함께 할 여행을 꿈꾸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서 나는

일본 오사카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녀 몰래 내 용돈을 조금씩 모아

나에겐 70만 원을 준비해 두었다.


이 돈을 모은 이유는

항상 여행을 가려하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여행을 안 간다고 해서


일본여행을 한번 도 안 가본 그녀를 위해

돈을 모으고 있었다.


점심값도 아끼고 용돈도 아끼고

정말 안 먹고, 안 쓰고, 모은 돈이었다.

이 돈으로 그녀와 일본 여행을 가고 싶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나에게

말을 했다.


"오빠 어머니랑 여행 가는 건 좋은데

여행 계획은 일 끝나고 집에 가서해

여긴 센터잖아"


이런 말은 센터에서 함께 일하며 처음 있었다.

충격과 서운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어?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일 할 땐 일하고

집에 가서 쉬는 시간에 일정 알아보라고"


"나 아침에 출근 같이 하잖아

8시 30분에 출근해서 저녁 9시에 퇴근하면

집에 가서 밥 먹고 씻으면 11시야

그걸 아는 사람이 이렇게 얘기하는 거야?"


"하.. 알겠어 여긴 일 하는 곳이니까

일하라고 얘기한 거야"


나는 너무 서운했다.

그리고 본인은 교회일도 하고

개인적인 일도 다하면서

내가 왜 하면 안 되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알아보고 있던 건

어머니랑 나만 제주도 가는 게 미안해서

나중에 같이 일본이라도 가려고

항공권 알아보고 있던 거야"


그녀는 내가 하는 행동을

다 못마땅해하는 거 같았다.


그녀는 왜 그랬을까?

내가 쉬는 것처럼 보였을까?

노는 것처럼 보였을까?

아님 그녀는 회원님과의 약속으로

센터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자유롭게 밖에 일도 할 수 있는

나를 부러워했을까?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예민해져 갔고

나도 예민해져 갔다.

서로 예민한 우리는 말을 걸지 않았다.




어머니와 여행을 다녀온 며칠 뒤

그녀는 나에게 직장 다닐 생각이 없냐고

직접적으로 얘기를 했다.


"오빠는 직장 다닐 생각 없어?"


"왜 그렇게 생각한 건데?"


"우리가 지금 매출이 올랐어도

오빠가 밖에서 벌어 오면

더 많이 채워질 것 같아서"


그녀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 을 했고

그녀에게 그대로 현실을 얘기해 줬다.


"내가 직장 다니면 받는

초봉이 200만 원 정도 될 거야

근데 내가 센터에 없으면

온라인 마케팅은 결국 소홀하게 될 거고

그럼 매출은 떨어질 수도 있어


그걸 방지하려면 매니저를 뽑아야 하고

그럼 매니저월급을 파트타임으로 준다고 해도

최소 150은 들어갈 거야

결국은 내가 센터에서 일하는 게 더 이득이야!"


난 얘기를 하면서도 짜증이 났다

이런 얘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누구 하나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교회에서나 주변에서는

능력 없는 남편이 그녀가 일 하는 곳에서

일을 도와주는 것처럼 대했다.


그녀는 이런 것 들을

깊이는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오빠 근데 왜 말을 하면서 화를 내?"


그녀가 나를 볼 때

화를 내는 것 같이 보인 거 같다.


하지만 난 화를 내려고 한 적은 없었다.


지금 이 글을 적으며 생각해 보니

나의 자격지심으로

목소리가 커졌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화낸 거 아냐 그리고

너도 지금 화내면서 말하고 있어!"


내가 말을 하고 있는 도중에 그녀는

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뭐야 사람이 말하고 있는데

그냥 들어가 버리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악' 소리를 치고

센터를 나와 버렸다.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았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밖에 나와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장문의 카톡을 했다.




아까는 소리 질러서 미안해.

우리가 서로 노력했지만,

오늘처럼 또 다툼이 계속돼서 너무 힘들어

우리의 노력이 서로에게 닿지 않는 거 같아.


노력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게 아니라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건데

우리는 그게 안 되는 거 같아


우리 시간을 좀 가져 보자.


지금이 4월 말이니까 6월까지만

잠도 지금처럼 따로 자고

부부가 아니라 친구처럼 지내보자.




저녁에 센터로 다시 돌아왔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그녀에게 물어봤다.


"우리가 많이 노력하고 있잖아

근데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2달 후에도

우리가 바뀌는 게 없으면 이혼할 거야?"


"오빠 나는 이혼얘기 그렇게 쉽게 하지 않아

난 내가 한다고 하면 진짜 이혼하는 거라서

마지막까지 참고 있는 거야"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참고 있는 거라고...


"나도 그냥 하는 얘기 아니었어,

진짜 힘들어서 이혼 얘기 한 거고

그래서 지금 물어보는 거야 6월 이후에도

우리가 서로 변화되지 않으면

이혼할 거냐고"


"오빠가 원하면 해줄 생각 있어"


"내 생각대로 해주겠다고... 그래 알겠어"


그녀도 많이 힘들었겠지


나의 노력도, 그녀의 노력도

우리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마음도

여기까지구나.


내 마음의 크기로는

더 이상 그녀를 담을 수 없었다.


두 달 동안 한 발 뒤에서

그녀를 자세히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녀가

언제 행복해하는지, 언제 힘들어하는지


그 두 달은 나에게 슬픔과 미안함,

그리고 외로움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내가 진짜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깊이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