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는 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세면대 앞에 서서 세수를 하려고 고개를 숙였다.
'윽!'
요즘 따라 허리가 아프다.
'내가 늙었나?
나도 나이가 먹나 보다...'
그 짧은 순간에
내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이 스쳤다.
젊을 땐 몰랐던 작은 불편함이
하나둘 쌓여 간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새로운 걸 시작할 때 느끼는 게 아니었다.
평소 늘 하던 일들이 버겁게 느껴지고
늘 했던 동작에서 아픔이 느껴지고
그때 비로소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다.
요즘 핫하다는 지역에서 모임을 했다.
우리는 마치 외국에 관광온사람처럼
20대 젊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용기를 내서 그곳을 향해 들어갔다.
예상외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왠지 나도 다시 젊어지는 것 같은 기분
그러나 그게 다였다.
그곳의 분위기나
그곳의 습성을 따라가 즐길 수는 없었다.
한 친구가 얘기했다.
"우리는 핫한 거 다 필요 없네
이제 섞여서 즐길 수가 없잖아"
우리는 그 말에 모두 공감했다.
이제는 핫한 공간보다는
주차가 편하고 깔끔하며, 널찍한 공간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게 되는 거 같다.
중요한 건 이날
오후 2시에 만나서 9시에 헤어졌다.
이제 집에 가야 하는데
집에 가는 길이 너무 피곤했다.
집까지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는
'신호야 걸리지 마라 빨리 가서 쉬고 싶다'
뿐이었다.
나의 20대, 20년 전 같았으면
나이트클럽이라도 가야 하는 시간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하루가 더 길게 느껴졌고
집에 도착해서는 얼른 씻고 눕기 바빴다.
피곤함이 웃음을 대신하고,
체력은 어느새 사라진 듯했다.
입맛도 달라졌다.
20대 후반까지는 향이 강한 음식은
잘 먹지 못했다
미나리.
향이 강해 손도 대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향이 신선하고 맛있다
고수도 그랬다,
한때는 절대 못 먹을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은근한 깊은 맛이 좋다.
고기를 먹을 때 역시 변했다.
예전엔 쌈 없이 고기만 먹던 내가
이제는 상추에 싸서 먹는 고기의 맛이 좋아진다.
세월은 내 몸만 바꾼 게 아니었다.
입맛도 바뀌고, 대화의 결도 바뀌었다.
예전엔 지루하다 여겼던 이야기들이
오히려 따뜻하게 다가오고
향이 강하다며 피하던 것들이
오히려 삶의 풍미가 된다.
결국 나이가 든다는 건
새로운 걸 시도할 때가 아니라,
평소에 당연하게 하던 것들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을 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때서야 비로소
'나도 나이가 드는구나' 하고
인정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든다는 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조금 불편해진 몸은 나를 더 소중히 다루게 하고,
운동을 하게 만들었다.
변한 입맛은 새로운 맛의 즐거움을 알려줬다.
체력이 줄어 쉬어야 할 때는
오히려 지금은 쉬어야 할 때라는
쉼의 소중함을 알려줬다.
나이가 든다는 건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젊었던 나에게는
보이지 않았던, 관심이 없던 풍경이
이제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내 눈에 가득 차며
그 풍경을 천천히 즐기며 바라볼 수 있는
앞으로의 나날들이 기대된다.
나는 이렇게 일상 속에서
나이가 들어감을 느낀다.
여러분은 언제 어떤 순간에
나이가 들었다고 느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