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웃고 있었잖아

엄마는 알고 있었다.

by 이청목

나는 올해 6월 괴사성 폐렴으로 입원했었다.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며 성과는 좋았지만

성과가 좋았던 만큼,

내 몸을 돌보지 못한 결과였다.


그리고 센터의 원장으로 있던 전 아내와도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입원 중에 나는 큰 결심을 했다.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결국 이혼을 결심했다.

가족들에게는 걱정 끼쳐 드리는 게 싫어서

알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입원한 일조차 말씀드리지 않으면,

엄마와 누나가 얼마나 서운해할지 알 것 같아

누나에게 연락했다.


폐렴으로 입원했고

지금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엄마한테는 놀라시지 않게

누나가 잘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괜찮니?”


엄마의 걱정 가득한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내가 아파서 걱정을 끼쳐드리게 죄송했고

아직 더 큰일이 남았는데

말 못 하고 있던 게 죄송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이혼 후

서울 강동구로 이사를 왔다.


어머니와 누나가 이사한 집에

처음 놀러 왔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반찬을

잔뜩 싸 들고 두 손이 무겁게 왔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폐렴으로 입원했을 때 이야기가 나왔다.


누나는 나와 통화를 하고 바로

엄마한테 전화했다고 한다.


“엄마, 놀라지 말고 들어. 청목이가...”


“이혼한대?”


누나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엄마는 청목이가 이혼하냐며

놀라서 물어보셨다고 한다.


일부러 엄마랑 통화할 때는

평소보다 더 밝은 목소리로

웃으며 대화를 했고,

센터도 잘 되고 있다고 말씀드렸고,

엄마 집을 가서도 항상 웃고 있었는데...


나는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는 어떻게 알았어?"


“너만 웃고 있었잖아,

너만 목소리가 밝았고”


그녀와 내가 함께 있을 때

나만 웃고 나만 목소리가 밝았다는 엄마의 말에

나의 거짓말을 들켜버렸고


그동안 숨기고 있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4월에 엄마와 나 단둘이

제주 여행을 갔을 때


내가 엄마에게 엄마는 제주에 와서

혼자 살라고 하면 살 수 있냐고 질문했었다.


"엄마는 혼자 못 살 거 같은데"


"나는 제주에서 혼자 살 수 있을 거 같아

좋잖아 바다도 좋고 바람도 좋고"


제주의 바다가 좋아

아무 생각 없이 했던 엄마와의 대화에

엄마는 내 표정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평소의 내 표정이나 통화 목소리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셨던 거 같다.


엄마는 내가 무슨 일이 있는 걸 느끼셨지만,

확신이 없으니

그저 혼자 걱정만 하고 계셨던 거다.


나에게 물어보면

아무 일 없다고 왜 그런 걸 물어보냐고

말을 했을 테니까


엄마는 나에게 물어보지도 못하고

혼자 생각만 했던 것이다.


그날따라 엄마한테 더 많이 미안했다.


엄마와 누나는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 집에 돌아갔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아직은 이혼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하루하루였는데


그날은 아픔보다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컸다.


"엄마, 이혼한다고 말하지 못해서 미안했어요.

항상 응원해 줘서 고마워요.

이제는 정말, 행복하게 잘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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