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다, 축하해
엄마는 지난 8월, 팔목에 있던 핀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셨다.
간호하려면 병원에서 가까운
엄마 집에서 지내는 게 훨씬 수월했다.
그래서 며칠 동안 엄마 집에 머물기로 했다.
엄마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이미 병원 갈 준비를
끝내고 계셨다.
머리도 단정히 빗어 올리고,
집은 먼지 하나 없이 정리돼 있었고,
입원하는 동안 필요한 짐도
이미 가지런히 챙겨져 있었다.
병원에 도착 후 입원 접수를 마치고
병실로 들어갔다.
간호사는 수술하기 전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며
내게 종이를 건넸다.
수술 동의서 보호자 서명란에
조심스레 이름을 적었다.
보호자: 이청목 관계: 아들
그 문장을 쓰는 순간,
가슴이 묘하게 저렸다.
늘 강하고, 언제까지나
젊을 것 같았던 나의 엄마.
나의 보호자이던 엄마가,
이제는 내 보호를 받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지금 세상이 100세 시대라지만,
엄마의 나이는 이제 적지 않은 숫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흰머리와
내 어깨의 반도 안 되는
좁아진 어깨를 볼 때면
가슴이 시려진다.
입원 첫날, 여러 가지 검사를 마치고
엄마는 일찍 쉬기로 했다.
엄마는 집에 가서 얼른 쉬라고
나를 떠밀 듯 내보내며 말했다.
“집에 가서 얼른 쉬어.
반찬이랑 과일 사 놨으니까 꼭 먹어.”
나는 못 이기는 척 일어섰다.
도착해서 저녁을 먹으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가슴이 먹먹해졌다.
비닐봉지 안에는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복숭아가 들어 있었고 그 앞엔
엄마의 손글씨로 적어놓은
쪽지가 한 장 있었다.
“엄마가 깨끗이 닦아 놓은 거야, 그냥 먹어”
이전에 엄마 집에 왔을 때,
내가 복숭아를 맛있게 먹던 게
생각나셨나 보다.
엄마는 입원해 있는 그 짧은 틈에도
나를 떠올리며 복숭아를 닦아두셨다.
복숭아 하나를 꺼내 들었다.
차갑고 촉촉하게 젖어 있는 껍질이 손끝에 닿자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눈물이 핑 돌았다.
나 때문에 더 이상 엄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난 엄마한테 참 많은 상처를 드렸다.
엄마의 흰 머리카락 중
내 지분이 80%는 될 거다.
폐렴으로 입원해서 걱정을 끼쳤고,
이혼으로 가슴을 찢어지게 했다.
전화할 때면 괜찮냐고,
정말 괜찮냐고 묻던 엄마였다.
이것저것 물어보면
내가 더 힘들어할 것을 알고
엄마는 괜찮냐고만 물어보셨다.
엄마의 “괜찮니?”라는 말은
“힘들지 않니?”라는 걱정이었고
“괜찮아 잘될 거야”라는 위로였다.
올해는 엄마도 나도,
몸과 마음이 유난히 많이 아픈 해였다.
엄마의 입원과 수술, 회복과 재활
나의 입원과 수술 그리고 이혼과 이사
엄마와 나는 각자의 자리에서 잘 버텼다.
우여곡절이 많은 한 해였지만
남은 한해는 건강의 회복과 웃음이 많아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내년의 나는 “괜찮니?”라는 질문 대신
“잘했다” “축하해”라는 말을
더 많이 듣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