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시 사랑하기로 했다.

[병원 에피소드 #6]

by 이청목

25년 9월 초 강동구로 이사 오기 6일 전 새벽,

아랫배에 극심한 통증이 왔다.


6월에 괴사성 폐렴으로 입원했던 이력이 있어

건강에 대한 예민함이 있던 때라

참지 않고 바로 응급실로 갔다.


간호사는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고

응급실 침대에 누워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 오셨는데

의사 선생님은 우리 센터

개인 수업받는 여성 회원님이셨다.


순간적으로 번쩍!!

24년 건강검진받으러 갔을 때가 생각났다.




당시 검사를 다 받고

위와 장 내시경 검사 하나만 남겨 놓고 있었다.


한 간호사님이 지나가는 걸 보았고,

센터 회원님이란 걸 알게 되어 인사를 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던 터라

내 얼굴을 못 알아보시는 것 같아

마스크를 내리고 인사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위, 장 내시경실 간호사였다.


어쩔 수 없이 장 내시경을 하며,

내 엉덩이를 보여 줘야만 했던

너무나 민망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회원님을 아는 척하지 않았다.


“어디가 어떻게 아프세요?”


“고관절 쪽 아랫배가 꼬이는 것처럼 아파요.”


“어디쯤인지 짚어 보시겠어요?”


다행히 선생님은 나를 못 알아보시는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왜냐하면 잠시 후에 건강검진 때보다

더 큰 민망함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통증 링거부터 놔주시고는

어디론가 가셨다.


그리고 잠시 후 회원 의사 선생님과

조금 더 높아 보이는

응급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함께 오셨다.


담당 선생님은 오자마자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도 없이

급하게 질문하셨다.


“어디쯤이에요?”


“이쯤이요”


손으로 아픈 곳을 짚었다.


담당 선생님은

“바지 좀 내릴게요.” 행동과 말을 동시에 하며

내 바지를 훌렁 젖히듯 내렸다.


‘하. 이런….’


내 팬티로 꽁꽁 싸매져 있던

하체가 자연으로 돌아간 기분.

시원함과 자유로움.


민망함에 순간 욕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그 민망한 순간에도

아이러니하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늘 무슨 팬티를 입었지?’


재빠르게 눈을 아래로 확인했다.

다행히

가장 아끼는 브랜드 팬티를 입고 왔었다.


이런 상황에 팬티 생각이 다니.

민망한데 속으론 어이없이 웃음이 났다.


바지를 내릴 때 질끈 감았던 내 눈은

곁눈질로 회원 의사님을 의식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내 눈을 안 마주치려는 듯

필사적으로 아픈 부위 쪽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아니, 분명 아픈 부위만 보았을 거라 믿는다.


담당 의사는 초음파를 해보자고 했다.


초음파 검사 결과는

혹이 생겼는데

시간이 지나면 암으로 바뀔 확률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검사를 한 후

제거를 하는 게 좋다고 했다.


나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어서

이사를 하는 지역에서 치료를 할 테니

소견서를 써달라고 했다.


민망함 속에 하루가 시작되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다만 회원님이 나를 못 알아보길

기대해 본다.




시간이 지나 10월 28일 수술을 하고

지금은 회복 중이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며

예전에 어디선가 봤던 글이 생각났다.




“나는 외출을 할 때면 내가 가진 것 중

최고 좋은 팬티를 입고 나간다.


그 이유는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외출했을 때 어떠한 이유 죽게 된다면

나는 병원으로 이송될 것이고,

사람들은 나의 옷을 갈아입힐 것이다.


그때 구멍 나고 늘어난 팬티로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싶지 않다.”




난 이사를 와서 가장 먼저

기존 속옷을 정리하고 브랜드 팬티로 구매했다.


아끼려고 안 사 입고,

늘 입던 늘어난 팬티가 편해서 입었는데

이사를 오기 전 응급실 갔을 때

많은 걸 느꼈다.


그 민망한 상황에서도

무슨 팬티를 입었는지 확인하던 나


내가 만약 죽게 된다면

팬티 때문에 초라해 보이진 않으리라.


그리고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진짜는 내 자존감을 높이고 싶은 이유였다.


강동으로 이사 오기 전

사업과 사람으로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힘들게 혼자가 되는 과정을 겪으며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젊은 시절, 나는 무슨 일에든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업이 안되어 자책을 하며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혹사시키고,

아파도 일을 했다.


결국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걸

잊고 살았다.


지금 남은 것은

결국 몸뚱이 하나다.


난 지금부터라도

나 자신을 소중히 대하고

나를 먼저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나를 사랑하고

내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한

첫 번째 선물이 팬티였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나만 아는 나만의 만족을 위한 선물.


그때부터 자존감을 높이는

한 걸음을 뗀 거라고 생각된다.


"나는 나의 사랑으로 인해

내일은 오늘보다 더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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