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만에 처음 비행기를 탄 엄마

엄마와 단둘이 여행

by 이청목

나의 어머니는 시장 입구에서

옷 장사를 오랫동안 하셨다.


장사라는 게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일이라,

어머니는 한순간도

손에서 일을 내려놓은 적이 없으셨다.


"하루 장사를 안 하면

손해가 얼마인지 알아?"


긴 명절 연휴도 명절 당일을 제외하곤

항상 문을 여셨다.


그래서 어머니는 가족 여행 한번

편하게 다녀오신 적이 없으셨다.


아니 쉼을 가지신적이 없는 거 같다.


하지만 이제는,

연세도 적지 않으시고

팔도 다리도 많이 아프셔서

여러 이유로 가게 문을 닫으셨다.



지금이다!



이번 아니면

또 여행 한번 못 다녀올 어머니를 생각해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재빨리 예약을 했다.


25년 4월 7일 월요일

드디어 어머니는 68년 인생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 여행을 가신다.


하지만 난 여행을 앞두고

조금 긴장을 하고 있었다.


설렘보다는 먼저 다가온 건

조심스러움이었다.


어머니와 단둘이 떠나는 첫 여행. '후...'

그 안에는 어쩌면 말하지 못한

걱정이 숨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말을 예쁘게 하는 편도 아니고,

살가운 성격도 아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여행 중 다투게 될까 봐

서로 감정이 상하게 될까 봐

출발 전부터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제주도 여행 당일,

비행기 출발 시간은 새벽 6시였다.


제주로 가는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해

어머니는 이른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김포공항에는 4시 10분에 도착했고,

어머니는 뜰 뜬 모습이었다.






공항에 도착하자

어머니는 모든 것이 신기하다는 눈빛이었다.




전광판, 셀프체크인 기계,

검색 보안 요원

멀리 보이는 비행기까지 하나하나

놀라워하셨다.


비행기 탑승 후 특유의 기름 냄새가 났다.


"기름 냄새가 나네~"

하시며 코를 찡긋하셨고


활주로를 빠르게 달릴 땐 주먹을 꼭 쥔 채

연신 놀란 표정으로


"어머 어머!" 하며

긴장과 설렘이 섞인 표정을 지으셨다.




이륙 후 창 밖을 바라보며 어머니는

"구름이 이렇게 가까운 건 처음이야"

라고 말씀 하셨고


작아지는 아파트를 보시며

"진짜 성냥갑처럼 보인다!!"


연신 감탄하셨다.


귀가 먹먹해지자

"귀가 이상해 원래 그런 거야?"

하시며 당황하셨고


코를 막고 침 삼키면 괜찮아진다고

알려드리자 귀엽게 따라 하셨다.


어머니는 창밖에 구름을 보시면서

잠깐 눈시울이 붉어지셨다.


"너무 아름답다"


비행기 위에서 처음 보는 풍경이

너무 신기하다며

이제 친구들한테도 비행기 타봤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어머니의 눈물과

말을 듣고는 나도 울컥했다.


뭐가 어려운 거라고

이제야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가나...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살가운 사람이 아니고

말은 이쁘게 하지 않은 거랑 상관없이

다닐 수 있을 때 자주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는 창밖 구경을 다 하셨는지

"잠깐 눈 좀 붙일까?"

하시며 눈을 감으셨는데...


띵띵 띵!

"곧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큭큭큭

아... 안 웃으려 했는데


어머니의 표정이 지금도 아른거린다.


어머니는 웃으시며


"뭐야! 벌써 도착했어? 시간도 금방 가네~"

벨트를 푸신다.

아직 착륙도 안 했는데!


"푸하하"

아!... 좀 크게 웃어서 미안했다.


"엄마 아직 도착 안 했어

아직 하늘이야"


역시 대인배인 우리 어머니는

삐지지 않으시고 함께 웃어주셨다.





제주 공항에 도착한 후

아침 공기는 살짝 차가웠지만

어머니 얼굴엔 따뜻한 햇살보다

더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렌터카를 찾으러 10분쯤 걸어가며


어머니는

"야~~ 이나무 영화에서 보던 거다"

하시며 사진을 찍어 달라 하신다.


포즈를 잡으신다.


우리가 다 아는 엄마들의 포즈!


옆으로 비스듬히 서서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보신다.


완벽한 엄마들의 포즈였다.


활짝 핀 벚꽃을 보며

"여긴 진짜 봄이네"하시며

또 한 장의 추억을 남기셨다.


역시 엄마들의 포즈였다.


나는 사진을 찍어 드리며 생각했다.


이 여행이 무사히 끝나길 바라며 출발했는데

시작부터 이렇게 기분 좋은 어머니를 보니

어쩌면 나에게도

어머니와 함께 하는 선물 같은 시간은 아닐까?


제주여행

정말 오래 기억될 하루였다.


단순한 제주도 여행이 아니라,

나에게는 엄마와 함께한 인생의 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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