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흘린 엄마의 눈물

못된 말 해서 미안해 엄마

by 이청목

제주도 여행 중,

엄마와 함께 한적한 해안가를 따라

천천히 드라이브를 했다.

KakaoTalk_20250724_173746967_02.jpg

"다음엔 가족 모두 같이 오자.

장사할 때 같이 다녔으면 좋았을 걸"


지금 와서 좀 후회가 된다고 하셨다.


난 그 말에 이상하게 속이 상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못된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러게.

자주 다니자고 내가 얼마나 얘기했어~

친구들이 제주도 얘기할 때

아무 말도 못 했다며, 그게 모야 속상하게"


"이제 와 봤으니까 괜찮아

이젠 말할 수 있잖아."


"엄마 이제 다닐 수 있을 때 다녀야 해

엄마도 나이가 있고

나도 점점 나이를 먹어가잖아요"


"왜? 엄마가 빨리 죽을까 봐 그러는 거야?

걱정 마. 난 행복하게 오래 살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엄마 가는데 순서 없다고 하잖아

내가 없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 순간이었다.

너무 조용해서 엄마를 보았는데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애써 울지 않으려 참고 있었다.


"엄마 왜 울고 그래 앞으로 자주 다니면 되지"


"아니 네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너무 마음이 아팠어.."


나는 우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또 못된 말로 엄마를 울렸구나..


미안해, 엄마


KakaoTalk_20250724_173746967_01.jpg


엄마는 내가 세상에 없다는 생각만 해도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사람.


언제나 날 먼저 생각하고,

내가 웃으면 따라 웃고

내가 아프면 말도 못 꺼내며 속으로

앓는 사람.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해 준,

엄마.


염색으로도 다 가려지지 않는

새 하얗게 변해버린 흰 머리카락 중에

80%는 내가 만들었다

하지만, 잊고 살았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바쁘면 얼마나 바빴을까?

먹고살기 힘들면 얼마나 힘들다고..


내 흰머리가

엄마의 흰머리에 비해

고작 몇 개밖에 되지도 않으면서

나는 엄마를 잊고 있었다.

눈물이 났다.


"엄마 이제 진짜 여행도 많이 다니고

가족들 다 모여서 밥도 자주 먹자"


"그래 자주 다니자"


"응 그니까 그만 울어 엄마

흐흐

못생겨 보여 이따 사진 찍어야지~"


"하하하하 난 이뻐서 괜찮아!"


엄마는 그렇게 호탕하게 웃으셨다.

그리고 엄마는 한마디 하셨다


"울다가 웃으면 똥꼬에 털나~

그러면 큰일 나!"


"잉? 갑자기?

왜 큰일이 나는데?"


"털 나면 간지럽잖아

그러면 운전 못하니까 그냥 웃기만 해"


"큭큭큭큭큭

와, 이런 순간에.."


그날 밤

엄마의 말이 자꾸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큭큭 웃었다.


그냥 웃기만 하라던 엄마의 말도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내 인생 전체가 한순간이라면,

울다가 웃지 말고

그냥 웃는 순간만 있으면 좋겠다.

KakaoTalk_20250724_173746967_03.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