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말 해서 미안해 엄마
제주도 여행 중,
엄마와 함께 한적한 해안가를 따라
천천히 드라이브를 했다.
"다음엔 가족 모두 같이 오자.
장사할 때 같이 다녔으면 좋았을 걸"
지금 와서 좀 후회가 된다고 하셨다.
난 그 말에 이상하게 속이 상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못된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러게.
자주 다니자고 내가 얼마나 얘기했어~
친구들이 제주도 얘기할 때
아무 말도 못 했다며, 그게 모야 속상하게"
"이제 와 봤으니까 괜찮아
이젠 말할 수 있잖아."
"엄마 이제 다닐 수 있을 때 다녀야 해
엄마도 나이가 있고
나도 점점 나이를 먹어가잖아요"
"왜? 엄마가 빨리 죽을까 봐 그러는 거야?
걱정 마. 난 행복하게 오래 살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엄마 가는데 순서 없다고 하잖아
내가 없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 순간이었다.
너무 조용해서 엄마를 보았는데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애써 울지 않으려 참고 있었다.
"엄마 왜 울고 그래 앞으로 자주 다니면 되지"
"아니 네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너무 마음이 아팠어.."
나는 우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또 못된 말로 엄마를 울렸구나..
미안해, 엄마
엄마는 내가 세상에 없다는 생각만 해도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사람.
언제나 날 먼저 생각하고,
내가 웃으면 따라 웃고
내가 아프면 말도 못 꺼내며 속으로
앓는 사람.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해 준,
엄마.
염색으로도 다 가려지지 않는
새 하얗게 변해버린 흰 머리카락 중에
80%는 내가 만들었다
하지만, 잊고 살았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바쁘면 얼마나 바빴을까?
먹고살기 힘들면 얼마나 힘들다고..
내 흰머리가
엄마의 흰머리에 비해
고작 몇 개밖에 되지도 않으면서
나는 엄마를 잊고 있었다.
눈물이 났다.
"엄마 이제 진짜 여행도 많이 다니고
가족들 다 모여서 밥도 자주 먹자"
"그래 자주 다니자"
"응 그니까 그만 울어 엄마
흐흐
못생겨 보여 이따 사진 찍어야지~"
"하하하하 난 이뻐서 괜찮아!"
엄마는 그렇게 호탕하게 웃으셨다.
그리고 엄마는 한마디 하셨다
"울다가 웃으면 똥꼬에 털나~
그러면 큰일 나!"
"잉? 갑자기?
왜 큰일이 나는데?"
"털 나면 간지럽잖아
그러면 운전 못하니까 그냥 웃기만 해"
"큭큭큭큭큭
와, 이런 순간에.."
그날 밤
엄마의 말이 자꾸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큭큭 웃었다.
그냥 웃기만 하라던 엄마의 말도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내 인생 전체가 한순간이라면,
울다가 웃지 말고
그냥 웃는 순간만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