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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강 Dec 25. 2023

자나팜과 아빌리파이

푸록틴을 보조했던 고마운 아이들.

우울증 투병 기간 동안 주 치료제였던 항우울제 후기는 아래에.


우울증이 처음 발생했던 2022년 4월 말부터 23년 1월 중순까지는 푸록틴을 10mg에서 40mg까지 조절하며 먹었다.


우울증이 재발했던 4월 말에는 이전에 쓴 대로 먹거나 자거나 생활이 불가해서 피폐한 삶을 살았다.

스트레스가 심해 위산이 자꾸 올라오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으며 식은땀을 흘리며 깼다.

석 달만에 다시 찾아간 병원에서는 아침저녁으로 푸록틴 10mg과 자나팜 0.25mg을 처방해 줬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라는 자나팜 정.

알프라졸람이 주성분이고 뇌의 가바 수용체에 결합하여 진정작용을 유발한다고 한다.

항불안제로 유명한 자나팜(알프라졸람) 정의 효능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1. 불안장애의 치료 및 불안증상의 단기완화

2. 우울증에 수반하는 불안

3. 정신신체장애(위·십이지장궤양, 과민성대장증후군, 자율신경실조증)에서의 불안·긴장·우울·수면장애

4. 공황장애


나 같은 경우는 2번과 3번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나간 처방이었던 듯하다.

알고 싶지 않았지만 환자들은 약 봉지만 보아도 안다.

가르치는 아이 중에 학교폭력 피해를 입어 공황 장애 증상이 있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수업을 하다 약을 먹어야겠다며 다급히 나를 찾았는데 그 아이 손에 쥐어진 약이 자나팜이었다.

나는 0.5mg을 쪼개서 처방을 받았는데 그 아이는 온전한 1mg의 약을 먹고 있어서 알게 되었다.

각자 저마다 조금의 불안은 안고 살고 있구나.

자나팜을 먹으면 두근거리던 심장이 눈에 띄게 차분해지고 불안한 생각이 없어지는 신기한 효과가 난다.

지나치게 효과가 날 경우 졸음이나 나른함이 생길 수 있어 운전 등을 주의시키는 듯하다.


재단의 교복만 보아도 가슴이 뛰던 증상이 사라지고 위산이 올라오지 않자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위가 편안해지면서 죽보다 더 씹을 수 있는 것들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항불안제 덕분에 빠르게 회복을 할 수 있었다.

푸록틴도 그렇지만 정말 마법 같은 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 약의 가장 큰 단점은 의존성이 강하고 내성이 생길 수 있으며, 함부로 단약 할 경우 금단증상이 심하게 생길 수 있다고 하니 그 점은 유의하도록 하자.

나 같은 경우는 석 달 정도 복용을 했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단약을 해서 좋은 효과를 거두고 헤어졌던 약이다.




아빌리파이는 저녁에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시점에 처방을 받았던 저녁약이었다.

아라피프라졸이 주성분이며 도파민에 작용을 해서 나처럼 우울감으로 기분이 처지는 사람에게는 도파민을 보충해 주고, 도파민이 날뛰어서 예민한 사람은 도파민을 조절해서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약이라고 한다.

아빌리파이(아라피프라졸) 정의 효능은 다음과 같다.


1. 조현병

2. 양극성 장애와 관련된 급성 조증 및 혼재 삽화의 치료

3. 주요 우울장애 치료의 부가요법제

4. 자폐장애와 관련된 과민증

5. 뚜렛장애


처음엔 조현병에 쓰이는 약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나 같은 경우는 3번의 목적으로 최소 용량이 투여된 것 같았다.

아빌리파이도 도움을 많이 받은 약이었는데 저녁에 기운이 없고 너무 쳐져서 시체처럼 누워 있던 나에게 활력을 불어다 준 약이었다.

정말 의욕이 거세된 기분이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하여금 무언갈 위해 움직이게 하고 의욕을 만들어주는 약이었다.

저녁에 푸록틴과 아빌리파이를 먹으면서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내가 일상에서 하던 발레나 운동, 글쓰기 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에 글을 쓸 힘을 얻게 된 것도 아빌리파이 덕분이겠다.

기분 자체를 활기차게 만들어준다기보다 의욕을 만들어준다는 느낌이 강했던 약이다.

아빌리파이의 경우 단약을 해 가던 시점에 줄이긴 했지만 결국 우울증이 도지면서 현재에도 저녁에 복용을 하고 있다.

덕분에 이렇게 브런치에 글도 열심히 쓰고 주말엔 수영을 간다.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맛을 느끼고 커피의 향기로움에 감사할 수 있게 됐다.


아빌리파이를 검색하다 보면 가장 큰 부작용이 체중 증가.라고 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의욕이 생기면서 식욕도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작용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작년에 푸록틴을 줄여가면서 식욕 조절에 실패해서 살이 엄청나게 쪘고, 올해는 술을 줄이고 체중 관리를 하면서 먹다 보니 예전 체중으로 돌아오고 있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거나 술로 푸는 행동은 정말 위험하다는 걸 내 몸이 기억하고 있다.

아빌리파이를 복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

문제는 약이 아니라 절제를 못하는 내 식욕의 문제라고.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푸록틴 20mg를 먹고 저녁엔 아빌리파이 1mg을 먹는다.

작년보다 약이 늘었지만 증상과 약의 양은 비례하지 않다는 것, 약의 양은 체중과 관련이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조금은 안심해 보기로 한다.


약을 안 먹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게 참 좋겠다.

남편이 가장 바라고 나도 가장 바라는 소원이 단약이다.

약이 없이도 건강하게 내 마음을 돌볼 수 있는 그런 건강.


정신과약은 재발방지를 위해 최소 6개월은 복용을 해야 한다.

나도 우울증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 이렇게 긴 시간을 복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어쩌하겠는가.

사람은 살고 봐야 한다. 살기 위해 약을 먹기로 했다.


우울증에 걸리면 나같이 힘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고통을 나누기 위해 우울증에 대해 엄청나게 검색을 하고 위로 아닌 위로를 받게 된다.

하루종일 우울을 검색하는 삶.

같은 질병인데도 정말 찾기 어려운 검색 내용이 '우울증 완치'였다.

슬프게도 완치에 대한 블로그나 브런치 글은 정말 없다시피 한다.

그 첫 번째가 내가 되고 싶지만, 지금은 고혈압이나 갑상선처럼 약을 먹으며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지금은 이렇게 춥고 힘든 겨울이지만 언젠가 봄은 오잖아요? 그 봄이 올 때까지는 춥고 힘들어도 버텨야 봄을 맞이할 수 있고요. 지금은 약이 늘었다고 해서 많이 좌절도 되고 낙담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약을 끊었던 시기가 있었듯이 반드시 봄은 와요. 그리고 나아지는 순간 약을 많이 줄이게 될 테니 기운 내세요.'


아이 문제 때문에 약을 줄였다가 우울이 심해져서 약을 증량할 때 의사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었다.

계절과 날씨에 비유를 많이 해 주시는 문학적인 나의 의사 선생님.


한쪽엔 푸록틴을, 한쪽엔 아빌리파이를 목발 삼아 절뚝절뚝 걸어가고 있다.

인생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 멈추지 않을 거라는 것.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것으로 나 자신에게 또 한 번 약속을 하고 걸음을 이어 나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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