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환자야 글을 써내어라.
새 학교에 근무를 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6개월 단기 근무를 맡은 나는 담임도 아니고 퇴직을 앞둔 선생님의 연구년을 비집고 들어온 사람이라 업무도 따로 없다.
솔직히 말해서 학교에서 꿀을 빨 수 있는 자리인데 왜 이렇게 바쁜지 모르겠다.
새로 이사를 온 학교의 아이들은 사랑스럽다.
늘 내게 사랑을 속삭이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나의 계약 기간을 아는지라 헤어짐을 아쉬워한다.
그런 아이들에게서 회복의 기운을 얻고 감사함을 얻고 행복을 얻고 있다.
그래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아, 나 우울증 환자였지?!
아이들을 그렇게 싫어했는데, 이 학교의 소녀들은 천사 같아서 내가 천사라고 부르고 있다.
"천사들아."
"네."
대답도 잘해준다.
작은 일에 감사해하고, 사소한 것에 쪽지를 남겨주는 아이들이 귀엽다.
내가 원하던 아이들, 내가 원하던 학생의 모습.
회복을 하고 있다기보다는 그들을 통해 회복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래서 글쓰기에 소홀했다.
솔직히 교직에 있는 이에게 3월은 무언가를 할 수 없는 달이기도 했다만.
우울할 틈이 없었다. 나는 회사에서도 행복했고 집에서는 집이라서 행복하다.
일요일인데도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다.
학교에 있으면 죽을 것 같다던 여자가 1년이 안 되어 이렇게 변했으니 남편이 기함을 했다.
내가 봐도 나는 미친년이 따로 없다.
어이가 없지만 매일 죽음을 그리던 때가 있나 싶을 정도로 요새는 잘 지내고 있다.
매우.
매우 잘 지내고 있다.
그래서 먼지가 쌓은 작가의 서랍을 꺼내어 글쓰기 버튼을 누른 다음 글을 쓰고 있다.
회복이 되어 가고 있다고.
집은 그대로이고, 내가 하는 일도 그대로인데, 나에게 고통을 주었던 몇 가지 요소에서 벗어났더니 눈앞에 행복이 있더라고.
정확하게 1년 전 이때쯤에는 우울증이 재발해서 극심하게 아픈 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1년 후인 지금은 약도 먹지 않고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건강을 찾았고 일상을 회복했으며 심지어 잘 지내고 있다.
정말 하루하루 살아내니 알 수 없는 하루가 한가득이다.
우울할 때만 글이 쏟아지던 나이지만 오늘은 브런치 알림에 있는 조용한 독촉장을 보고 글을 남겨보려 한다. 힘들어도 운동을 해야 하듯 한 문장 한 문장 적어서 남겨보려 한다.
[글 발행 안내]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세요.
정신과 선생님이 늘 그렇게 비유하시던 봄이라는 게 나에게도 오려나. 진짜.
우울증과 조증 사이에 또 어딘가 내가 서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염려도 된다. 사실.
그냥 지금 현재에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는 것.
2024년의 봄에는 꼭 완치라는 걸 해서 누구보다 질척이는 봄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