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기혼 여성은 가부장제 부역자라는 말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만 가질 수 있는 분열

by 배윤민정

SNS에서 기혼 여성을 비난하려는 목적으로 종종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당신의 남편과 당신이 모르는 비혼 여성 중 누구의 승진을 바랄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4B(비혼, 비출산, 비연애, 비성관계)를 지향하는 여성들은 ‘남편 대신 낯 모르는 비혼 여성 편을 드는 기혼 여성을 본 적이 없다’라고 하며, 이것이 비혼 여성과 기혼 여성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없는 증거라고 말한다.

"남편도 비혼 여성도 아니고 합당한 사람의 승진을 바란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내가 승진하길 바란다."

양자택일 대신 다른 대답들도 나왔지만, 기혼 여성과 기혼 남성이 경제공동체를 이루어 비혼 여성을 착취한다는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공격과 배제의 의도를 가지고 나온 질문에 '바른' 답이 정답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


결혼 생활을 유지할 당시 처음 이 질문을 들었을 때 나도 대답을 생각해봤다. 내가 모르는 비혼 여성과 내 배우자 중에 한 사람을 택해야한다면 나는 배우자의 승진을 바랄 것이다. 직장 내 여성 임금차별과 고용차별이 사라지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내 남편의 승진을 원하는 상황. 이 모순과 분열이 나의 상처이며, 나의 상처는 너의 상처이기도 하다고 말할 것이다.


“기혼 여성이 가부장제의 부역자라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첫 책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를 내고 난 후에 여러 번 들었던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매번 똑같이 대답했다. 여성이 사랑하는 남성과 함께 살고 싶다는 욕망을 실현하려면 ‘결혼’이라는 통로를 거치도록 사회제도가 설계되어 있는데, 막상 그 통로로 들어가면 돌을 던지는 게 이상하지 않냐고. 왜 우리는 원하는 것을 하는 순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반하는 딜레마에 처하냐고.


여성이 자신의 사랑을 구현하려 여성착취적인 결혼제도를 택하게 되고, 자신이 더 많은 돈을 가지려고 여성의 승진보다 남편의 승진을 지지하게 되는 이 이상한 딜레마.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만 가질 수 있는 분열된 상태. 이 상처를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떤 진보가 가능할까?


[아내라는 이상한 존재]에서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이 모순과 분열이다. 상처라는 벌어진 틈을 통해 다른 이야기를 찾고 싶었다.



[아내라는 이상한 존재] 작가 노트입니다. 책을 쓰는 동안 제가 남긴 일기라든지, 책에 싣지 않은 조각 글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아내라는 이상한 존재]를 사랑해주신 분들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 )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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