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피터 Jan 16. 2019

글을 쓸 시간이 없다

생활 에세이 - 2018년 8월 31일


피천득의 수필집을 읽다가 그리 무겁지 않은 일상적인 글을 다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꽤 게으른 사람이다. 꾸준히 글을 써보겠다는 다짐과 올해도 글 하나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후회를 매년 반복한다. 그리고 늘 글을 쓰지 못한 것을 공연히? 다니고 있는 회사 탓으로 돌려버리고는 한다.


회사를 다니나 보니 가만히 사색 할 시간이 줄어들고, 하루종일 머리를 많이 사용해서 창조적인 작업을 할 여력이 없었다는 괜한 핑계를 말이다.


나에게 정말 시간이 없을까?


나는 보통 아침 8시 15분쯤 민지와 함께 출근길에 오른다. 7시나 7시 30분쯤 잠에서 깨어나 마당에 지온이가 싸놓은 똥을 치우고, 기르고 있는 식물들에 물도 주고 나도 물 한잔 마신다. 지난밤 피곤하여 감지 못한 머리를 감고,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와 지온이의 털을 쓸어낸다. 간단히 먹을 아침을 준비하고 테이블에 앉아 짧은 아침의 여유를 민지와 함께 보내고 지온이에게도 그릇 한 가득 사료를 주고 나면 대략 출근을 해야할 시간이다. 아침에는 확실히 시간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조금 더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나에게 더 많은 여유가 생기겠지만, 온 몸에 남아있을 피로감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


나는 보통 야근을 집착처럼 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야근 수당을 주지 않는 회사를 향해 노동자로서의 소심한 아니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한 조용한 항의의 표현이기도 하다.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에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보통 저녁 8시가 넘는다. 밖에서 저녁을 먹고들어오는 날이면 9시가 넘기도 한다. 마당에 쌓인 지온이의 똥을 치우고, 집안에 쌓인 쓰레기통을 비우고, 온 몸의 땀을 닦아내고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누이면 보통 저녁 10시가 넘는다. 침대에 누워 민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유뷰브의 인기 동영상 몇 편을 보고 나면 어느새 민지는 새근새근 잠이들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놀자고 나를 바라보는 지온이를 외면한채 나도 잠이 들어버린다.


저녁에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반복되며 흐르는 날들의 끝에 꿀 같은 주말, 토요일과 일요일을 기다린다. 이번 주말에는 기필코 따뜻한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여유있게 한 편의 멋진 수필을 써보리라 다짐을 하며 왠지 모르게 답답해진 마음을 마른 기침으로 쿨럭쿨럭 내보내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