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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유 Oct 24. 2023

글로 버스킹

예능 프로그램 '비긴어게인'을 좋아한다. 정규 본방이 아닌 유튜브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한다.


정확히 얘기하면 나는 헨리를 보고, 듣는다.



이미지출처 JTBC <비긴어게인>


탁 트인 하늘, 윤슬이 눈부신 채도가 다른 이국의 어느 바다.


헨리는 미리 녹음해온 비트박스를 튼다. 그리고 바이올린으로 곡을 연다. 잠시 뒤, 피아노 선율을 보태고, 주위가 집중된 가운데 본인의 목소리를 얹는다. 이를 수 없이 감미롭다. 마음이 열린다.  


Spent 24 hours, I need more hours with you.


지나가던 외국인들은 흘깃 잠시 시선을 두기도 하지만, 가던 길을 계속 가기도 한다. 그 중 몇몇은 서서 함께 곡을 즐기고 헨리의 노래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미소를 띈다. 눈물을 흘린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어느새 군중을 이룬다.


이미지출처 JTBC <비긴어게인>


루프 스테이션으로 이뤄지는 헨리의 버스킹.


국뽕. 흔히 국뽕이 차오른다고 하지? 나는 헨리의 버스킹에서 그런 가슴 벅찬 감정을 느낀다.


'Cause girls like you run 'round with guys like me.


'Til sun down when I come through I need a girl like you yeah yeah.


음치, 박치인 내가 감히 꿈만 꾸는 모습.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나는 글로 버스킹을 하고 있다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이곳에서 나는, 오로지 나는 나만의 글을 쓰고 있다.


불과 2년 전에는 브런치를 몰랐고, 글을 쓰지도 않았다.


운 좋게도 한번에 통과해서 멋 모르고 들어왔지만. 지금은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서 외톨이처럼 서 있다.


'크리에이터'라는 이런저런 배지를 나눠줄 때도 다양한 타이틀에서 나는 소외돼 있다.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니 '한놈만 패야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키워드도, 프로필도 되도록 선택과 집중하라는 얘기. 고개를 끄덕여 본다.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 입장에서 틀린 얘기는 아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도 주목 받기 좋은 지름길을 카카오는, 브런치는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핫한 기업은 다르네.


나도 그럴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내가 아니다.


그래, 나는 아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리고 싶지 않다. 그저 지금처럼 마음가는 대로 쓰고 싶다. 쓰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다.  


물 흐르듯 마음이 흐르는 걸 바라보다 활자로 그저 받아적는 무아지경의 이 일이 좋다.


당장은 아무도 보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다 하나 둘 쯤은 흘깃 쳐다볼 거고, 그 중 몇몇은 흥미롭다는 듯 팔짱을 끼고 함께 박자를 맞춰주기도 하겠지.


나는 조금 더 힘을 얻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내 안의 이야기를 지치지 않고 들려주겠지.


언젠가 너무 멀지 않은 어느 날, 어느 곡을 마쳤을 때 즈음 관객을 바라보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박수를 쳐줄 거라 믿는다.  


이미지출처 JTBC <비긴어게인>


나는 글로 버스킹 중.


Girls like you love fun and yeah me too.


What I want when I come through I need a girl like you.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오늘도 버스킹 중. 유명 가수는 아니지만 나는 나의 곡을 대가 없이 다정하게 당신에게 건네는 중.


나의 곡이 언젠가는 당신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길. 함께 춤을 추고,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길.


Good luck to you.  


※영문, 마룬5 <Girls like you.>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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