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접어드니 벌써 올해가 다 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뭔가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이 글은 수상소감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상, 누가 주면 좋겠지만...그렇죠. 정말로 참 좋겠죠. 그렇지만 스스로를 독려하고 치하하는 일도 중요하니 이 글은 저에게 주는 올해의 상이자 수상소감을 밝히는 자리로 두고 싶습니다.
사실 상을 받으면, 저는 꿈을 먼저 꿀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친할머니와 가장 친했는데, 할머니는 돌아가신 뒤 단 한번도 제 꿈에 나오질 않으셨어요. 아마 어린 마음에 "할머니, 할아버지 꿈에 나오는 거 무서워"라고 얘기한게 할머니는 마음에 걸리시는 모양입니다.
할머니는 그래서 제게 좋은 일이 있으면 아빠의 꿈에 나와 "다 됐다. 이제 다 됐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번에도 그럴거라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시아버님이 나오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를 예뻐해주셨던 시아버님의 두번째 제사가 마침 다가오고 있고, 식구들 꿈에 차례로 등장하시는 중이거든요. 제 꿈엔 수상소식으로 나오지 않으실까 했습니다.
그래서 두분에게 수상의 영광을 고루 돌려드릴려고 했어요.
하지만 막상 수상소감 같은 걸 쓰려고 보니 '카페' 생각이 가장 먼저납니다.
정확하게는 '커피'죠.
커피 덕에 게으른 본성을 거슬러 한해의 365개의 날을 성실하게 글로 채울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매일 아침 거짓말처럼 카페에 갔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정말 하루도 안빼고 갔습니다. 신기한 일이죠?
좋아하는 커피를 마신다는 핑계로 카페로 가서 아이가 하교하기 전까지 개발세발이 되든, 울며 겨자먹기든, 자아도취든, 작가놀이든 매일 글을 썼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날도 물론 있었습니다. 그런 날조차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로 갔고, 그러면 글 한 자라도 읽고 머리를 비우고 채우고 왔습니다.
주말 아침이면 늦잠을 잘 수 있었지만 커피 때문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카페인 중독에, 원두를 볶을 때 생긴다는 당독소 때문인지 머리가 너무 아팠거든요. 두통약을 네알, 여섯알을 먹어도 두통은 가라앉지 않고 머리가 점점 더 깨질 것처럼 아팠습니다.
"그러지 말고, 커피를 마셔봐."
그래, 그러고 보니 오늘은 카페에 가질 않았구나, 싶은 마음에 커피를 마시고 나면 30분 이내 급속히 머리가 말끔해졌습니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실 수 밖에 없는 몸이 올해 완성된 것입니다.
혼자 커피를 마시면 할 일이 딱히 없습니다. 멍을 때리거나, 책을 읽거나, 뭔가를 끄적이는 수 밖에요.
그렇습니다. 올 한해 커피가 아니었다면 저는 카페라는 나만의 시간, 공간이 없었을 것이고 보이지 않지만 차곡차곡 쌓이는 저만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저는 카페와 커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올 한해 덕분이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당연히 저희 친할머니, 시아버님, 그리고 살아계신 저의 모친과 부친, 저의 사랑스런 빌런, 찐 사랑 아이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지만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올 한해 저는 알고 있습니다. 참 많이 노력하고 애썼습니다.
모두 덕분입니다.
아.... 한마디 더 해도 될까요? 시간이 되나요?
말을 마치려고 생각하니, 사실 숨은 공로자.. 실질적인 분이 계시네요.
카페 사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돈을 내고 사먹는 커피긴 하지만 매일 아침 자리를 찜해놓은 여자처럼 같은 테이블에 몇 시간씩 앉아 있는 저를 모르는 척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