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집에 있으면 무엇이라도 할 것 같아서, 어떤 생각이라도 떠오를 것 같아 카페로 갔습니다.
늘 앉는 자리에서 책이나 볼까 했는데, 그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책은 옆에 꺼내놓기만 하고 창밖을 봤습니다. 두시간 반을 그저 앉아 있었습니다.
잦아들다 펑펑 내리다, 소용돌이 치듯 휘몰아치다, 그저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다.. 또 바람에 어쩔줄 모르고 그렇게 흩날리는 눈을 봤습니다. 살랑살랑 찰랑찰랑 트리 장식만 보다 왔습니다.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새벽녘까지 요란스럽게 내리던 눈이 뚝 그친 뒤라, 구경할 눈도 없는데 그저 앉는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멍. 그게 어제 오늘 저의 목표입니다. 최대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디톡스 데이입니다. 아주 가끔 저는 이런 날을 가집니다.
몸이 지치는 날도 있고, 마음이 지치는 날도 있습니다. 스스로를 호되게 담금질 해야할 때도 있지만, 그 어리광을 모르는 척 해서는 안되는 날도 있습니다.
못 이기는 척, 몸과 마음이 보내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신호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날, 바로 어제와 오늘이 그날입니다.
잘 쉬고 계시나요?
저는 잘 쉬고 있습니다. 잘 쉬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더 잘 쉬기 위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해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열심히 살아내느라, 열심히 살 궁리를 하느라, 또 열심히 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자신을 탓하느라 몸도 마음도 참 많이 애쓰셨습니다.
시간은 기어서라도 흘러갈 것입니다. 우리는 또 어떻게든 살겠죠. 과거의 일은 과거에 두고, 미래의 일은 미래에 맡겨두고 일단은 쉬어야겠습니다. 지금은 연말입니다.
고작 10여 일 남았습니다. 그 정도는 쉬어도 되지 않을까요? 너무 애쓰면서 살고 있는게 대견할 때도 있지만, 안쓰러울 때도 있으니까요.
저는 잘 쉬고 있습니다. 쉬기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고, 그저 쉬고 있습니다.
부디, 편안하고 아늑하시길. 몸도 마음도 따뜻하고 노곤노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