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을 하러왔습니다만

적당한 떨림이 필요한 지금 이순간

by 천유

생각해보면 떨릴 일이 아니다.


채용공고는 '은혜를 나눠주리라', '자비를 베풀겠노라'는 취지의 글이 아니다. 그들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도움을 공개적으로 요청했고, 마침 나의 필요와 맞아떨어졌고, 과연 우린 정말 궁합이 맞는지를 보러 갈 뿐이다.


만약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일자리를 얻는 데 성공한다면 면접관은 나의 회사 동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내가 선의를 베풀어줄 일도 생기겠지. 그들은 상석에 앉아 사람을 고르는 것처럼 보이기에 갑으로 보이지만, 사실 갑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동네거상이 본인이 할 수 없는 일이 있어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찾아간 셈이다. 기다리는 동안 따스한 차를 내어주는, 마당을 쓸고 있는 거상의 크루들에게 적합한 예의를 차리며 안내를 받게 된다.


때로는 거상이 직접 묻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가 신뢰하는 다른 이와 마주 앉아 질의응답을 하게 될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오직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실한 매너. 그것이면 충분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어느 대형병원에서 근무했을 때 공교롭게도 내 자리는 대표원장들의 방 바로 앞이었다. 평가관리 업무를 담당할 경력자를 뽑는 채용과정이 진행되었고, 무수한 이들이 대표원장의 방을, 내 자리 앞을 오갔다. 전문경력이 있어야 하는 자리였기에 그들이 쌓은 커리어만큼 나이도 적지 않은 이들이 면접을 보러 왔다.


떨고 있는 그들은, 원장들의 수술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면,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내 업무는 아니었지만) 대기장에서 생각보다 오래 앉아 무작정 기다리는 그들에게 나는 내 자리에 있는 읽을거리를 차 한잔과 함께 가져다주곤 했다. 그런 과정 과정을 거쳐 그중 적합하다 판단되는 한 명이 입사를 했고, 그녀는 나의 직속부서는 아니지만 직책상 상위 책임자가 되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나는 퇴사했고, 소식을 들은 그녀는 내 집 앞으로 찾아와 차 한잔을 했다. 자신도 곧 퇴사를 한다는 그녀는 당시 너무 떨렸고, 그런 자신에게 말을 걸며 아이스 브레이킹을 시도해준 내가 너무 고마웠다고 전했다. 무수한 면접을 보면서도 그런 사람은 처음이라 인상 깊었다고.






앞으로 더 높은 직급에 앉게 될 지라도 그 생각은 미처 못하고 '일단은' 잘 보여야겠다는 마음이 앞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게, 앞으로의 일은 생각지도 못하고 '일단은' 소속원으로 있다는 이유로 절대자처럼 구는 게, 바로 면접자와 면접관의 일그러진 현실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조금 씁쓸하다.

일에 대한 능력으로 보자면, 내가 가진 능력이 이만큼인 것을 잘 보인다고 해서 더 있어 보이지도 않고, 덜 있어 보이지도 않다. 더욱이 어느 정도는 이력서에서 판가름이 난 부분이다.


(면접장에서 과대포장해서 서 채용되면 이후 회사생활이 오히려 괴롭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게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그 누구도 우황청심환의 약효가 발휘되지 못하고, 우황청심환을 뚫고 나올 만큼 필요 이상으로 면접장에서 떨 이유는 없다.


그래도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건 부정할 수가 없지. 방도를 내놓자면, 뾰족한 방도는 없고 노하우가 있다면 떨리는 것은 떨린다고 얘기하자고 조언해주고 싶다.


면접을 보러 온 이가 조금 긴장된 모습으로 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에 답한다고 이해하지 못할 면접관은 없겠지만, 이를 귀엽게 여기는 면접관은 있을 것이다. 떨밍아웃을 하고 하면 신기하게도 조금 덜 떨린다.


또 목소리를 크게 하면 호흡이 훅훅 빠져서인지 떨림 조절에 도움이 된다. 물론 내 생각에는 목소리가 크니 떨림도 더 크게 전달된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어차피 떨리는 목소리가 면접장에 송출되는 것은 똑같다.


그렇다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를 모기소리로 작게 떠는 게 전달력이 있을까, 떨리는 건 알겠지만 우렁찬 소리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전달하는 게 나을까.


마지막으로 노파심에 누누이 강조하지만 면접을 보러 왔으면 떨리는 게 어쩌면 당연하기 때문에 떨림은 감점 요인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신입의 경우 떨지 않는 모습이 능청스럽고, 능글능글해 보여 진정성이나 절박함이 없어 보일 수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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