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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유 Oct 16. 2024

감히,

전국민이 숟가락을 넣은 밥에 나까지 하나 더 얹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발행을 할지 안 할지 모르지만.. 일단 써본다.


감히, 한강 작가님 얘기다.


처음엔 노벨 문학상을 받았단 소식 (사실 이때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잘쓰면 받을 수도 있지. 어메이징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어진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시대에 수상소감은'이라고 말했단 이야기엔 허리를 세우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노벨상을 받는 사람은 클라스가 다르구나.. 하고 뒤늦게 감탄했다.


다음엔 전 남편으로 밝혀진 그분이 작가님의 출산 독려차 말했던 "여름 수박은 달잖아"라는 다정하고 달달하고 위트있는 표현은 어떤 시를 읽는 듯 가슴에 깊이 울렸고.


그 다음 날, 작은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단 이야기엔 조금 지나고.. 가봐야겠다.. 싶었고...


세금도 안 뗀다는 노벨문학상 상금 전액을 독도에 기부했다는 이야기에, 감히 근접도 못할 비범한 사람이구나 했다. 노벨평화상도 줘라, 싶기도 했다. 주고 싶은 내 마음은 자유니까.


그런데 어제 또 새로운 소식이 보도됐다.


나를 감동시켰던 그 시를 쓴 분과는 이미 이혼했다는 이야기였다.


인스타그램을 하니 인친 분 중 어떤 분(노파님)이 N사의 온라인 기사 헤드를 따고 지인의 메모를 남긴 피드를 올린 걸 봤다.


"한강, 안타까운 근황" 이란 헤드였고,


대략 기억나기로 '남편 없고 아이 다 컸고 노벨상 받았고. 여자 인생이 이보다 환상적일 수가 없는데, 안타깝다니'라는 내용이었다.


후다닥 달려가 우리집 손석구에게 노벨상 소식보다 더 큰 소리로 읽어주고 함께 웃었다.


그러게 너무 관성에 젖은 표현이다.


주의해야 되는데, 특히 기사는.


당사자의 사정을 들어보지도 않고 '이혼 = 안타까운 일'이란 공식을 만들어 한사람에 대한 어떤 이미지를 강제적으로 만들었다.


한강 작가님이 시원한 마음으로 선택한 삶의 방향일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일인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말 한마디, 글의 한단어를 신중하게 써야 한다.


시인들은 시를 다 쓰고도 한단어를 고르고, 고르고 신중하게 생각하느라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는데.


더욱이 팩트를 전달해야 하는 뉴스, 신문기사는 객관성과 사실관계 확인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데, 그게 갈수록 지켜지지 않는게 안타깝다.


나야말로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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