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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유 Sep 27. 2022

창작의 고통을 쓴 자! 그 무게를 버려라

안달나고 매달리면 도망가는 바로 그것과의 밀당

다시 반복되는 하루가 시작됐다. 특별하지 않은 대부분의 날은 익숙한 길을 걸어간다.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애가 타고 신기한 일이다.


어느 날은 뜻밖의 반가운 택배처럼, 개연성 없이 좋은 글감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잘 익은 밤송이를 줍듯 글감을 주워 담으리라 작정하고 길을 나서면 아무 소득없이 집에 오는 날이 많다.

 

요즘은 허탕을 치는 날이 많다. 잘하고 싶은 욕심으로 머리가 가득 차서 미처 글감이 파고 들만한 조그만 틈도 없는 것 같다. 어쩔수 없지.


물질은 노력에 의해 어떻게든 축적할 수 있지만, 정신적 산물은 그림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글이든 다 비슷한 것 같다. 마음 같지 않다.


심지어 그 마음을 비워야 하는 것 같다. 잔뜩 기대하고 벼르거나, 안달나고 매달리지 않아야 하는 것 같다. 그야말로 밀당이다.


고요하고 맑은 마음, 티없이 맑고 즐거운 마음, 한없이 깊고 끝없이 침잠하는 슬픔. 감정 그대로의 감정. 마음 그대로의 마음. 좋은 글감, 아이디어는 도를 닦듯 마음을 삭삭 잘 닦아서 순간에 순수하게 집중할 때 문득 선물처럼 찾아오는 것 아닐까 싶다.


생일 아니고서야 선물을 기대하는건 별스런 일이다. 그 별스런 일이 오늘 당장! 내일도 당장! 일어났으면 하는 나의 조급함이 문제요, 걸림돌이다.


창작은 행위 자체에 작가 스스로 도취되기보다는,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감정이입으로 일어나는 감정의 동요는 크고 거창한 것 보다는 작고 소소한 내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육아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방송인 사유리가 하는 말을 우연히 듣고 깊이 공감했다.


"시청률은 작가를 통해 매번 확인해요. 순간 시청률이 어떤 장면에서 높게 나왔는지도 물어봐요.

제가 나올 때보다 젠(아들)이 나올 때가 시청률이 잘 나와요. 그리고 큰 이벤트를 기획했을 때보다는 걸음마라든지 평범한 에피소드가 방송됐을 때 더 인기가 많았어요"


무튼 잘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마음처럼 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행이다. 잘 알고 있어서. 당분간은 쓰기를 위한 걷기에 매달리기보단 나만의 흥, 텐션을 올리는. 걷기를 위한 걷기에 집중해야 겠다.


스스로를 믿는 축복 같은 하루,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속에 가슴 벅찬 순간을 자주 마주 할 수 있기를.


우연히 나선 산책길에서 잘익은 밤송이를 줍듯, 잘익은 나만의 스토리를 완성해가는 그런 멋진 하루가 되길 소망한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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