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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유 Oct 06. 2022

된다는 보장은 없지!

근데, 안된다는 보장도 없지!!

'밝다', '긍정적이다', '씩씩하다', ' 텐션이 높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을 듣는지 나도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생각보다, 보이는 것보다 걱정이, 굉장히! 너무! 엄청! 상당히! 매우! 많다. 늘, 자주 불안하기도 하다.


이 불안을 다스리는 게 하루의 숙제요, 매일의 숙제이며, 모든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한 큰 전제다.

 

그렇다면 이 몹쓸 불안은 언제 어디서 오는가.


시도 때도 없이.




늘 매일 일정한 시간, 거의 똑같은 코스로 걷는다. 정해진 주제를 놓고 걷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항상 오늘 뭐할지, 뭘 쓸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너무 잘 될 것 같던 일이, 아무 문제 없이  잘하고 있는 일이 갑자기 불안할 때가 있다. 무턱대고 밑도 끝도 없이 안될 것 같다. 회의감이 물씬 든다. 이유는 없다.


갑자기. 그냥이다.


이게 뭐지? 이게 맞는 건가?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이게 된다는 보장도 없잖아. 그럼. 시간낭비 아냐? 삽질하는 거야? 나 지금?


바람도 한점 없는데, 갑자기 어디선가에서 날아온 의문의 불씨는 번지다 번지다 '무용론', ' 인생무상론'에까지 생각에 미친다. 내가 하는 행위에 대한 가치가 보잘  없어지는 것은 순간이다. 어쩔 줄 모를 가슴 답답한 불안감. 아.


이대로 둘 순 없다. 그냥 이렇게 하루를 불안한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송세월하다 보낼 순 없다. 불안은 또 그 특성상 제때 잡지 않으면 눈덩이처럼 커져 압사 당하기 십상이다. 자자, 이제 더 늦기 전에 늘 하던 패턴대로 의식을 뜯고 고칠 차례다.


'오늘은 뭐하지? 뭘 하자. 근데 이거 해서 뭐하지? 된다는 보장이 없잖아. 그럼 이걸 할 필요가 있어? 그렇다면 지금까지 난 뭘 한 거야?'


여기까지 의식이 자연스럽게 흘렀다면,

그 생각의 마침표 끝에서 차분히 달리 생각해본다.


'그래, 된다는 보장이 없지.
 근데. 안된다는 보장은 있어?
 안된다는 보장도 없잖아.

그리고 분명한 건
니가 하든 안 하든 시간은 흘러가겠지.
그럼 일단 해보는 거야.'




생각해보면 그렇다. 된다는 법도 없지만 안된다는 법도 없다. 그리고 분명한 건 하든 하지 않든 시간은 흘러간다. 그럼 일단 해보기로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다시 의욕, 자신감이 용솟음치는 건 아니지만 거짓말처럼 마음이 차분해진다. 가던 길을 계속 가는데 대한 의심이 사라진다.


억지로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걸으면서 하는 생각이기에 가능하다. 뇌가 육신이 힘드니 단순화되는 것이다. 뇌가 살살 달래는 것 같다. '그래 그래. 맞다고 치자. 알았어.  알았어'라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한다. 몸을 쓰면 뇌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회로를 돌리기 힘들어 최대한 단순화된 명령체계를 내려버린다고 한다.


의식이 하지 못하는 마음의 정리를, 무의식이 대신 강제 정리해서 최대한 심플하게 만들어 비로소 내가 소화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 주는 셈이다. 그래서 마음이 고된 날은 몸이 고된 방향으로 하루를 돌려 버린다.


결론은? 일단, 하기로 한다.!

어떻게? 최대한 열심히. 바짝. 할 수 있는 만큼. 오늘도 파이팅이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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