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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유 Apr 20. 2023

브런치, 너목보인가? 오징어게임인가?

인생이란 무대 위, 우리 삶도 그렇지

세상 그 핫한 <오징어게임>을 어제 다 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막막함!! 이 답답함의 정체를!!


브런치!
너목보인줄 알았는데
오징어게임이구나.


내게 글쓰기는 처음엔 <무한도전>이었다.


매번 주제를 정해서 매일매일 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큰 즐거움이었다.


잘 되는 날도 잘 되지 않는 날도

"그래, 가는거야!!!"를 외치며 지칠줄 모르고 포기를 모르고 마냥 즐거웠다. 바라는 것도 없었다.


그러다가.. 그야말로 '어쩌다 브런치'를 하게 됐다. 친구따라 오디션 같다가 엉겁결에 무대에 서게 된거다. 이게 도대체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ᆢ뭔가ᆢ굉장히 흥분되는 무언가가 분명 있었다.


나는 보이지 않지만
나를 보는 누군가가 있어. 저기!


내게는 라이킷이 그렇게 느껴졌다. 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라이킷! 라이킷! 라이킷!


짜릿했다. 그게 <너목보>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인 <보이스코리아>에서 참가자의 노래가 마음에 들면 초록버튼을 누르며, 등돌렸던 의자를 휙 돌려 경계에 찬 표정을 풀고, 비로소 참가자의 노래에 맞춰 함께 축제를 즐기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매번 목차에 맞춰 예정된 글을 열심히 써내려 갔다. (목차가 남았는데..이건 도대체..언제 쓸맘이 생길지..당분간은 이런 잡담이나..좀 하고 싶다.. 쓸맘이 안생기네..당최..) 누군가 나의 목소리를, 내 이야기를 들어주겠지. 열심히 하다보면 만장일치로 반짝이는 무대에 설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 조금 더 강한 자극이 왔다.


다음 포털에 노출되거나, (도대체 어딘지 찾을 수 없으나) 브런치 내에서 PICK이 된 것. 다음 포털에 노출이 되면 특정 게시물의 노회수가 그야말로 불이 난다. 브런치 내 PICK이 된 것은 그럼 어떻게 아느냐..포털만큼은 아니지만 아! 뭔가 있다!!라는 확신의 조회수가 비정상적으로 폭발한다...포털과 가장 뚜렷한 차이는 역주행과 정독.  


그제, 어제, 오늘이 그랬다.


작년 여름 시작한 브런치북(지금은 잠시 쉬는)이 차곡차곡 순서대로 수없이 읽히고 읽혔다.


그런데 딱히 기쁘지 않다. 정작 나는 어디에 그 글이? 그 브런치북이? 어떻게 소개됐는지, 알수도 없으니. 41개의 글. 그런 경험이 4차례 있었다. 호응이 나쁘지 않은 편이란 건 알겠다.


하지만 뭐랄까. 최근에는 오징어게임처럼 느껴진다. 최선을 다해 정해진 게임에 임하다보면 불합리하다고 느끼거나, 불만을 품을 때가 있다. 뭐 때론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을 때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주최측의 리액션은 정확하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이 원할 때만 방문이 열린다. 뭔가 밀폐된 방안에 있는 기분?꽉 막힌 벽을 보고 있는 답답함을 가끔 느낀다.  


굉장히 지쳐갈 무렵, 내 기분과 상관없이. 정말 난데없이 팡빠레가 울리고, 축하한다는 안내음성이 건조하게 들린다. 지금, 놀리나?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맞다. 그게 요즘이다.ㅋㅋㅋ)


기분이 이리저리 날뛰고, 같은 것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볼수 있지만 냉정해야 한다. 달라질 건 없다. 그런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최선을 다할 뿐이다.


브런치? 글쓰기만 그럴까?
아니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열심히 살다보면 벽을 보는 답답함을 느끼는 날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을 수도 운수 좋은 날도 있겠지. 그런 기분은 어쩔수 없지만 그렇다고 달라질건 없다.


상벌을 신경 쓰면서 하루하루 살기에는 너무 지친다. 그저 자연스럽게, 의식하지 말고 살아야지 인생을, 나의 쓰기를 즐길 수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할머니처럼 크게 대수롭지 않게 '주면 좋고, 아님 말고'의 마인드로 살아야지. 그렇게 써야지.


그러다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씩~ 웃으며 의자 돌리면 좋은거고,
최종 우승자로 456억 받으면 더 좋은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지!
뭐. 아니라고 그만 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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