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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유 Feb 02. 2023

족보없는 자의 신춘문예 도전기

조금 늦은 2022 글쓰기 결산

다시 글을 쓰려면 이 고해성사(?)인지. 결산을 거쳐야 할 것 같아 그간 나에게 일어난 혹은 내가 벌인 일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불씨는 2021년 즈음 불쑥 던져졌다.


살고 있는 시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지인과 내기 삼아 공모를 했는데, 덜컥 대상을 받았다. 기분이 들뜨지는 않았다. 상금은 꽤 좋았다. 그냥 그저 운이 좋을 뿐이라 생각한 것 같다.


이후 작은 문학상에 단편소설로 도전을 했는데, 작은 상을 받았다. 상금도 없는데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단편소설이란 장르 탓인지 규모가 작은 대회(?), 상금이 없었음에도 운이 아니라 글쓰기에 소질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2022년. 본격적으로 공모전에 맛을 들였다. 교보교육재단, 오뚜기 등 사기업과 전국백일장에서 작은 상들을 연이어 받았다. '도른자'처럼 응모를 해서인지 서너 달이지만 매달 받았다.


큰 상이 탐이 나던 찰나 원고는 한장도 쓰지 않고 000시리즈로 유명한 000출판사에 출판기획서를 넣었다. 퇴짜 메일을 바로 받았다. A4 한장을 될법한 긴 내용으로 대표가 하나하나 나의 기획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손수 써서 보낸 것이었다.


요는 기획은 기발하고 흥미진진해 숙고했으나 이미 출판계획이 내년까지 차있으며, 000시리즈의 본질과는 맞지 않으나, 타 출판사와 투고를 공유하지 않으니 다른 곳을 한번 넣어보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것이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지만, 투고와 출판의 다수 경험이 있는 지인은 '이렇게 정성스러운 거절'이 참 부럽다고,


수상경력과 글, 그리고 기획이 괜찮아서 대표로부터 '좋은 메일'을 받은 것 같다고, "원고도 안쓰고 한번 투고해서 한번에 이렇게 정성스런 답장을 받았다며 부럽다"고 "역시 대단하다고"고 바람을 잔뜩 불어넣었다. "빠꾸는 빠꾸지"라고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지인은 다시 바람을 넣었다.


"브런치라고 알아? 거기에 작가등록을 해봐!  글을 쓰면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한대"라고 말을 하며 "쉽지는 않대"라고 덧붙였다. 공모전에 눈이 멀었던 탓에 '쉽지는 않대'가 귀에 꽂혔다.


 앱을 깔았다. 뭔지 모르겠다. 블로그로 '작가등록하는 방법'을 찾아 PC로 따라 들어가니 보인다. 항목에 맞춰 써넣었다. 2~3일 뒤 알람이 왔다. 됐다고 한다. 일주일 걸린다고 했는데, 금방 된다. 두세번씩은 떨어진다고 어렵다고 들었는데 한번에 되니 기분이 좋았다. 다시 잊고 지냈다. 그게 7월 즈음이었다. 


그리고 두어달인가 뒤에 알람인가 뭔가를 통해(기억도 잘 안나네..) 브런치북 프로젝트라는 것을 보게 됐다.


50개의 출판사가 붙어서. 출판도 해주고, 상금도 있단다.


"뭐라고? 50명이나 뽑는다고? 상금도 500이라고? 출판도 하는데? 카카오로 광고도 해주고?"


눈이 또 멀었다. 듣고 싶은 것만 들렸다.


최소 편수가 10편 정도. 머릿속 계산기를 두들겨 다. 곧 다가올 추석과 토일을 빼고 나면 30일 정도.. 매일 한편씩 쓰면 12~13편씩 해서 두권 정도 응모 가능하겠다. 다시 '도른자'처럼 매일 도서관에 가서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한 것이 <영문과는 나왔지만 영어는 못합니다>와 (좌절감에 브런치북 취소해서 지금은 글로만 존재하는) <보통이라는 위로 밖을 걷는다>다.




쓰면서 참 행복했다. 뭐를 굉장히 열심히 해본 적도 거의 처음이었고, 더욱이 글쓰기를 매일 한것은 정말 처음이었다. 정말 '작가님'이 된양 매우 행복했다. 더욱이 영문과 관련 몇몇 콘텐츠는 브런치 내 인기글로 계속 올라와있기도 했다. 가슴이 공갈빵처럼 마구 부풀었다. 


'아, 정말 이러다 빵 뜨는거 아냐?' 


없는 작가로서의 삶을 꿈꾸고 욕심을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람이 들어도 잔뜩 들었었다. 마침내 쓰기로 한 분량을 모두 썼다. 응모만 하면 되는데 그때부터 지나친 간절함이 어긋난 불안함을 부르기 시작했다.


'어떤 날에 응모할까? 앞에 하는게 좋을까? 뒤에 하는게 좋을까? 그래, 이사도 손없는 날이란게 있지. 손없는 날하자!'


한번 튀기 시작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단순하고 엉뚱한 나는, 정말 뭐라도 붙들고 싶었다. 시작은 웃자고 시작했는데 욕심이 판을 점점 키웠다.


마감날 이후 매일매일 통계를 들어갔다. 심사하는 출판사에서 내글을 보면 분명히 티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쭉 읽어보기에 조회수에서 읽은 글에서 티가 나지 않을리 없었다.


'이상하다'


몇일이 지나도 한달 즈음 되었는데도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몇편은 이어볼텐데.. 그런 흔적이 없었다.

'혹시? 심사하는 출판사에서 보는 것은 통계로 잡히지 않나? 다른 루트가 있나?'


그렇든 아니든 달라지는 것은 없을텐데 궁금했다. 내글을 읽고는 있는지. 카카오 브런치 고객센터로 문의했다. 정확히 원하는 답변은 아니었지만, 답변에 의하면 통계로 잡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아직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건데....'


초조했다. 할수 있는건 없는데 초조했다.


나는 할수 있는게 없는데...12/20. 발표날 내이름이 없으면 어쩌지? 그 좌절감이 벌써 몰려오는 것 같았고, 그 쓰나미를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나를 구원해줄.. 다른 희망이 필요했다.




신춘문예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12월에 접어들었을때라 이미 마감을 한곳도 있었지만 대개는 일주일 안쪽부터 보름안쪽까지 마감이었고, 한창 작품을 받고 있었다. 머릿속에 계산기를 다시 두드렸다.


'12/20 떨어졌다고 해도 그 다음부터 신춘문예 발표가 이어질테니. 그게 될거란 희망이 있으면 떨어져도 많이 힘들지 않을거야.'


그렇게 신춘문예는 정말 될거라는 생각보다는 브런치가 떨어졌을 경우 그 허한 마음을 당분간 유예시키고 희석시킬 도구였다. 이렇듯 나는 처음에는 추호에도 신문문예가 당선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냐, 나는 장르조차 못정한 햇병아리니까. 그런데 문제는 또 너무 열심히 매달렸다는데 있다.


매일매일 글을 또 '도른자'처럼 썼다. 일단 출력을 했다. 공모전 리스트. 마감이 겹치는 곳과 애초에 안될 것 같은 곳은 쫙쫙 - 매직으로 줄을 그었다.


마감이 이른 것부터 순서를 정했다.


그날부터 매일 마감을 해서 우체국으로 갔다. 보름 남짓한 시간동안 매일 아침 카페로 가는동안 어떤 장르는 쓸지 정하고, 커피 한잔 시켜 들고 자리에 앉아 어떤 날은 동화, 어떤 날은 동시, 어떤 날은 단편소설, 어떤 날은 시. 어떤 날은 수필. 이렇게 매일매일 썼다. 2~3곳을 매일매일 마감해서 우체국에서 접수를 시켰다.


앞서 얘기를 했듯 소질이나 정성이나 이런 것들과 무관하게 너무 열심히만 했다는 것에 모든 문제가 있었다. 짧은 기간 무엇에 중독되듯 몰입한 탓에 보상심리로 원래 마음과는 달리 '나는 무언가를 받고 싶다'는 욕구가 굉장히 커졌다.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오래 준비한 사람도 많아'라고 아무리 의식적으로 생각해도 욕심을 지울수는 없었다. '너도 열심히 했잖아'가 결국 늘 이겼으니.




결과는 브런치도 떨어지고. 신춘문예로 모두 떨어졌다.헐. 대박!!!!!!!!


브런치는 애초에 다양한 장르의 글을 출판사에 매칭하기 위해 50곳이 대부분 다른 장르의 전문출판사로 꾸려져 있었다. 신춘문예는 원래 상을 받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브런치 탈락의 헛헛함을 달래기 위한 희망의 끈이었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꽤 어마어마하게 떨어진 것도, 그렇게 억울할것도 없었다. 그런데 막상 떨어지고 나니, 차 떼고 포 떼고 그냥 나는 "떨어진 자"였다. 확인할 수 없지만, 내 글이 읽히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 읽혀보지도 못한 내 글ᆢ뭔가 억울하고, 뭔가 낯뜨거웠다.


'뭐지? 제목부터 땡기지 않는다는거야, 뭐야?'


우연히 본 브런치의 글을 나를 더 깊게 좌절하게 했다. 


"이번 한번 떨어진거에 너무 상처받지 말하는 말, 위로가 되지 않는다. 50곳의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으므로 50곳에서 떨어진 것"이라는 글이다. 


그렇다면 나는 뭘까. 브런치가 50곳, 신춘문예 20여 곳. 나는 그럼 70개가 떨어진거야?


2022년 상반기. 작은 상 몇개를 받으며 하늘을 날았던 자신감이.. 하반기도 아닌 12월 딱! 보름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크게 슬프지는 않았지만, 어마어마한 무기력감에 책을 읽고 싶지도 쓰고 싶지도 않았다. 일단 쉬자는 생각, 우선은 쉬는게 정상이라는 생각에 책이고 키보드고 손을 대지 않았지만, 마음은 만신창이였다.




그런데, 뭐! 70개 떨어졌다고? 안써?


서태지도. 해리포터도. 아이유도 임자 못알아봐서 계속 떨어졌는데. 뭐 어때? ㅋㅋㅋㅋㅋ 다시 나는 쓴다. 늘 그렇듯 근자감이 나를 또 일으켜 세운다. 나는 먼 미래를 보지 않는다. 하루하루 한장한장 쓰고 작은 성취에 크게 기뻐할 뿐이다.


다시 큰 폭풍 한가운데 뛰어들어 죽자고 달려들 그날까지!!!


생각해보니 브런치에 감사할 일이다. 목표없이 움직이지 않는데 브런치 덕분에 글쓰기 연습 윈없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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