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5일 차, 첫 외출

혀가 짧다고여?

by 체리시체리

집에 온 지 하루 만에 외출을 했다. 집에 온 첫날은 정신이 없었다. 일주일의 병원 생활 끝에 집에 와서 마음이 들뜨기도 잠시, 아기는 계속 울었고 밥을 먹었고 잠이 들었나 싶으면 다시 울었다. 남편과 교대로 잠을 자며 아기를 봤다. 회사에서는 꽃을 보내줬고 친구들은 먹을 걸 사다 줬다. 잠도 잘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었지만 그런 것보다 가장 힘든 건 마음이었다. 앞으로 이 작은 아기를 남편과 둘이, 한 20년은 키워야 한다니. 설렘만큼 두려움이 컸다.


아기는 정말 많이 잤다. 어쩔 때는 먹지도 않고 계속 자기만 했다. 너무 많이 자면 안 된다고 해서 아기를 억지로 깨워서 밥을 먹였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몰랐다. 신생아를 키우면 왜 잠을 잘 못 자는지. 아기는 일단 밥을 먹는데 오래 걸린다. 내가 볼 때는 두 모금인 양을 아기는 30분을 넘게 먹는다. 중간중간 잠에 드는 아기를 깨워가며 겨우 밥을 다 먹이면 트림을 시키고 재운다고 또 한 30분을 안고 있는다. 그렇게 겨우 재우면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을 잤다. 깨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 이렇게 한 8번 정도 하니 아침이 됐다.


처음 하는 외출은 소아과였다. 초보 엄마아빠로서 누가 아기를 자주 체크해 주는 건 좋았지만 아기를 데리고 외출을 하는 게 너무 큰 숙제였다. 아기랑 처음 하는 외출은 준비할 것도 많았다. 잘 몰라서 허둥지둥. 겨우 우리가 준비가 되면 아기가 준비가 안 됐다. 밥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옷을 입혀서 나갈 채비를 마치니 체리가 울었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주차는 어떻게 하고 아기는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 우왕좌왕. 결국 진료에 늦었다. 다행히 우리가 첫 외출이라는 걸 안 의사 선생님이 양해를 해주셨다.


의사 선생님은 체리를 보더니 몸무게를 재고 우리에게는 하루동안 얼마나 먹었는지, 기저귀는 얼마나 갈아줬는지 따위를 물어봤다. 정확히 적어두지 않아 대충 대답을 했다. 너무 작은 아기는 기저귀 무게에도 영향을 받아 발게벗은 채로 몸무게를 쟀는데 저울 위에서 쉬를 싸버렸다. 선생님은 이런 모습이 익숙해 보였는데 나와 남편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모유수유전문가이기도 한 의사 선생님이 모유수유를 봐주려고 했지만 나오기 직전에 밥을 먹은 탓인지 체리는 내 품에서 잠만 쿨쿨 잤다.


모유수유를 하려고 하면 체리는 계속 잤고, 잘 못 물었고, 물면 너무 아프다고 말을 했다. 아무래도 체리가 제래드 물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은데 체리를 살펴보던 선생님이 말했다. "아기 설소대가 짧아요, 이것 때문에 잘 못 무는 걸 수도 있어요". 이 말을 듣고 나와 남편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이 설소대가 짧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런 것도 닮나 싶어서 한참 웃다가 남편을 째려봤다. 집에 오는 길에 체리가 잘 못 먹는 건 다 남편 때문이라며 장난 반 진담 반 남편을 놀려댔다.


이 날이 태어난 지 5일 차였는데 체리의 몸무게는 계속 빠지기만 했다. 당장은 유축이든 분유든 수유량을 늘려줘야 한다고 말해서 집에 와서는 계속 유축을 했다. 체리가 울면서 깨면 밥을 먹인다. 밥을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고 재운다. 체리가 잠이 들면 나는 또 유축을 한다. 유축도 한 30분 걸린다. 그러면 두 시간이 넘는다. 겨우 잠이 들려고 하면 다시 체리가 깬다. 이 짓을 계속하니 나중에는 그냥 분유를 줄까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다.


산후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집에는 남편과 나 둘 뿐이었다. 남편이 깨어있을 때는 유축을 뺀 나머지를 남편이 도와줄 수 있었지만 남편은 체리를 돌보는 것 이외에 나도 돌봐야 했다. 밥을 했고 청소를 했고 빨래를 했다. 남편이 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해도 유축을 내가 해야 했다. 꾸준히 해야 젖양이 는다고 해서 두세 시간에 한 번씩 나는 계속 일어나야 했다.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금세 잠이 모자라졌다. 밥을 먹는 것보다 잠을 자고 싶었다. 신생아부모들이 왜 잠을 잘 못 자는지 금방 이해가 됐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정말 온전히 체리가 귀여워서였던 것 같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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