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빠랑 놀던 아이는 무엇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울음을 터트렸다.
상황상 아이가 실수한 건 맞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억울했나 보다.
혼내다가 달래 보다가도 감정이 격해지는 아이에게 당황한 아빠는 담배 타임으로 나갔고
아이 곁에서 그녀의 슬픔을 함께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울음으로 표현하는 아이,
나랑 참 많이 닮은 그 아이
내 아이가 울 때마다 난 더욱 괴로웠다.
임신하고 자주 울어서 그런가,
내가 오냐오냐 받아주어 그런가,
꼭 그렇게 바쁜 출근시간에 뭐가 마음에 안드는가,
그 외로운 울음 속 내 어린 시절 모습도 보이고,
나도 왜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모습이 싫은데 그걸 보고 있자니
오만가지 생각에 견디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도 부정적인 감정도 수용받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전문가의 조언에 한번 견뎌 보기로 했었다.
그날도 그렇게 옆에 있었다.
그 상황이 너무나 괴로운지 아이는 악을 쓰며 울기도 하고
아빠를 부정하는 말도 쏟아내고
하늘을 보고 울다가 땅에 엎드렸다가
하여간 정말 열 받았나 보다 할 정도로 울어댔다.
한참을 울었을까...
차츰 감정이 사그라들 때쯤 꼭 안아주고
차분히 설명을 했다.
이런 부분은 네가 잘못한 게 맞다고...
아빠가 들어오면 이 부분은 사과를 하고
요런 부분은 속상했다고 말해보자고...
몇 분 전까지 아빠가 싫다고 울었던 아이는
씩씩하게
아빠 미안해
라며 사과를 하는 게 아닌가...
와 이건가? ㅋㅋㅋ
새로운 경험이었다.
곰곰이 내 지난시절을 생각해보면
참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울고 있는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서
너는 정말 많이 울었어.라는 엄마의 증언ㅋ
달래주려고 안아주면 뻣때고 악을 썼어.
(이 증언으로 내가 불안정 애착이란 걸 알게 되었지..)
그런데 말이야
아무도 내 울음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그걸 해결해주거나
옆에서 그 슬픔을 함께해준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빨리 그치게 하고 싶은,
그래야만 했던 부정적인 감정.
아빠한테 혼나니까 아빠 알기 전에 어서 그치라는 말...
그냥 울어버리면 그만인 아이였던 것이다.
나조차도 내 울음과 슬픔에 궁금해하지 않았다.
나는 왜 울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