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공장과의 아름다운 동행
이 모든 과정을 되짚어보는 순간, 제 마음을 가장 깊이 사로잡았던 원료는 바로 이 칼국수의 숨겨진 핵심, 들깨가루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고명 정도로 생각했던 들깨는, 칼국수의 맛을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였다. 걸쭉한 국물에 깊이를 더하고, 면과 함께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며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은 다른 어떤 재료로도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이었다. 하지만 그 매력을 ‘어떻게 하면 항상 똑같이,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낼 수 있는 공장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숙제가 제 앞에 놓여 있었다. 들깨를 볶는 섬세한 시간 조절, 갈아내는 입자의 미묘한 굵기, 통들깨와 가루의 이상적인 비율... '대량 생산 공장에서는 참으로 성가신 공정을 흥쾌히 해줄 수 있는 공장이 있을까? 이 들깨 품질을 잘 맞춰야 우리가 원했던 그 완벽한 맛을 표현할 수 있을 텐데...' 라며 반신 반의로 공장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중국산 들깨는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저렴한 단가에 안정적인 수급까지 보장되었으니까. 하지만 오랜 시간 칼국수를 만들어온 베테랑으로서, 그리고 전주라는 이름의 자부심을 걸고 그런 타협을 할 수 없었다.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고수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마치 운명처럼 남원에 자리한 ‘지리산처럼’이라는 들깨 공장을 만나게 되었다. 그곳은 단순히 들깨를 가공하는 곳이 아니었다. 드넓은 지리산 자락에서 직접 정성껏 들깨를 재배하고 있었는데, 들깨에 대한 전문성도 있어서 우리가 원하는 최적의 온도로 로스팅 조건에 대해 빠르게 이해하였다. 300g 정도 포장하는 수준이었는데 신사업을 위해 5g 이하의 소포장에 대한 투자 계획도 있어서 마침 잘 됬다 싶었다. 우리가 원하는 는 들깨에 대한 기준을 다소 성가시게 느낄 수 있는 어중간한 중소기업보다 적극적으로 소통이 잘되는 작은 공장과 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었다. 그야말로 들깨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진 장인들의 공간이었다. 놀랍게도, 처음 우리 제품을 위해 선뜻 포장 설비를 우리 일정에 맞게 새로 도입해 주셨고, 수차례에 걸친 까다로운 테스트에도 흔쾌히 응해주셨다.
그들의 헌신과 정성에 깊은 감동을 받아, 이 분들과 단순한 원료 공급업체와 고객의 관계가 아닌, 진정한 파트너십을 형성하며 협업하였다. 과정 중에 이슈가 발생되면 내가 알고있는 지식을 동원해서 그것을 해결하도록 도왔다. 대기업과의 협업만이 소규모 공장이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의 들깨를 구매하는 행위가, 단순히 사업적인 거래를 넘어, 지역 경제에 작은 보탬이 되고, 누군가의 소중한 생계를 함께 지지하는 의미 있는 행동이 되기를 바랐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흐른 뒤, ‘지리산처럼’의 대표님으로부터 기분 좋은 연락을 받았다. “덕분에 저희 매출이 200%나 성장했어요. 다른 식당에서도 저희 들깨를 찾기 시작했고요. 덕분에 저희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저는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소박한 들깨 한 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담겨 있었는지, 그리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또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들깨가루는 단순한 칼국수의 부재료가 아니었다. 그것은 작은 노력들이 함께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었고, 신뢰와 상생의 가치를 보여주는 소중한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