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칼국수 밀키트의 힘
걸쭉한 국물. 베테랑 칼국수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그 국물에 있다. 깊고 진한 그 맛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오랜 시간 숙련된 손맛의 결과다. 특히 마지막에 풀어 넣는 계란의 방식은 국물의 농도와 텍스처를 좌우하는 핵심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레시피를 자세히 알려준다 해도, 그 미묘한 차이를 가정에서 똑같이 재현하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이 숙제를 풀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대표님께 부탁드려 잠실 지점 주방에 들어가, 베테랑 칼국수 한그릇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옆에서 꼼꼼히 지켜보았다. 국자를 휘젓는 속도, 계란을 푸는 절묘한 타이밍, 불 조절의 세밀함까지. 그 모든 과정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오롯이 손의 감각으로 익혀야 하는 기술이었다. 숙련된 요리사의 손놀림을 눈에 담고, 몇 번이고 따라 해 보며 감각을 익혔다.
‘이 손맛이 과연 밀키트로 고스란히 구현될 수 있을까?’ 처음엔 나조차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간편하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한 끼 식사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었다. 그때, SNS를 뜨겁게 달궜던 달고나 커피 챌린지가 내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주었다. 믹스 커피와 설탕을 휘저어 몽글몽글한 거품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놀이 같은 유행이었다. 나는 이 현상에서 힌트를 얻어, 대표님께 ‘계란 풀기 챌린지’라는 이벤트를 제안했다. 집에서 베테랑 칼국수 밀키트를 직접 끓이며 자신만의 ‘계란 풀기’ 비법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참여형 이벤트였다.
출시되자마자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놀랍게도 하루에 1,000개씩 팔려나가기 시작했고, 이내 연중 평균적으로 월 10만 개가 넘게 판매되는 마켓컬리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진심 어린 후기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그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한 고객의 글이 있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셨던 베테랑 칼국수를, 밀키트로 끓여 제사상에 올렸어요.”
제사상이라니. 고인이 가장 좋아했던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여 올리는 그 신성한 자리에, 우리가 만든 간편 밀키트가 놓였다는 사실은 단순한 ‘한 끼를 해결하는 제품’ 이상의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그것은 누군가의 삶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하는 음식, 추억을 공유하는 매개체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베테랑 본점 측에서도 처음 밀키트 출시를 결정하기까지 적잖은 고민이 있었다고 들었다. 혹시 밀키트만으로 만족한 고객들이 멀리 전주 매장을 직접 찾지 않게 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밀키트를 통해 처음 베테랑 칼국수를 접한 소비자들이 그 맛에 매료되어 전주 본점에 직접 방문하여 식사를 하고, 그 맛의 감동과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밀키트를 재구매하는 놀라운 선순환이 일어났다.
우리 집에서도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평소 귀차니즘의 대명사였던 내 남편은, 사먹으면 사먹었지 스스로 주방에 들어가 무언가를 만들어 먹는 법이 거의 없었다. 그런 그에게 내가 딱 한 번, 베테랑 칼국수 밀키트로 계란 푸는 방법을 알려준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가 혼자서 베테랑 칼국수를 능숙하게 끓여 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게 베테랑 칼국수는 스스로 끓이는 유일한 음식이 된 셈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그 어떤 극찬보다 더 강력한 ‘최애 음식’ 인증이었을지도 모른다.
간편식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조리 시간을 단축하는 것에 있지 않다. 그것은 번거로움을 줄여 누군가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그 간단함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간편식일 것이다. 베테랑 칼국수 밀키트가 바로 그 기준을 충족했다고 감히 믿는다. 그리고 그 놀라운 판매량과 고객들의 반응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없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