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의 패기
2014년, CJ식품연구소 입사 2년차.
이제 막 개발이라는 일에 재미가 붙었고, 머릿속엔 늘 불꽃이 튀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레시피부터 양산까지’ 주도해서 세상에 내놓은 제품이 바로 이 녀석.
#스팸김치볶음밥
말하자면, 내 첫사랑 같은 간편식이다.
좀 많이 과장 덧붙여 미쳐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금 생각하면 그때 열정이 나에게도 다시 생길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열정을 다해 개발했던 것 같다.
서울 시내 김치볶음밥 잘한다는 집은 다 가봤다. 최고가, 최저가 가리지 않고,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는
서울의 대표 김치볶음밥을 먹어보며 시장조사를 했다.
본격 배합비 개발 착수!
‘진짜 볶은 김치’가 들어가야 김치볶음밥이지!
가장 골치였던 건 김치였다. 김치는 살아있는 발효식품이라 날마다 상태가 달랐다. 김치 식감 때문에 얼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잘 익은 김치’ 기준부터 정하고, 규격을 만들어 공장과 김치의 품질을 규격화 했다. 최소한 이 수치는 일치해서 출고해주세요. 라고 협의를 했다. 김치에서 흔들릴수 있는 그 품질 차이를 맞추기 위해 볶음을 때도 소량의 첨가물과 소스를 넣어 맛을 보안했다. 물론 살짝, 조용히, 티 안 나게ㅎㅎ 김치와 국물의 비율도 확인해야한다.
볶음김치 공정과 밥 공정을 따로 설계했다. 볶은 김치를 넣으면서도 밥이 고슬고슬해야 하니까. 40kg 씩 양파랑 볶은 김치는 볶은건지 끓이는건지 구별도 안됬다. 그래도 작업자 분께 생산때마다 가서 설비 불조절, 양파, 김치, 조미료 넣는 순서와 볶아내는 시간, 볶음 수율까지 일정하게 나올 수 있도록 숙련될때까지 가서 기술이전을 해드렸다.
스팸은 1cm로 다이스 커팅해서 섞을까, 셰프처럼 올려서 멋내는 게 나을까, 집밥 느낌으로 편안한 게 나을까... 공정 효율화를 거듭하여 지금의 제품이 나왔다.
첫 생산시 입고된 김치는 봉투마다 익은 정도가 달라서 내가 직접 봉투를 열어 품질확인을 해서 사용해도될만한 김치를 입고 시켰던 기억도 난다.
지금 다시 만들라고 하면 못 만들 것 같다.
그때의 열정, 그때의 체력,
시생산 후 지하철을 타고 집에가는 퇴근길엔 온 몸에 볶음 김치 냄새가 풀풀 ㅠㅠ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단맛, 짠맛, 신맛, 감칠맛을 다 느낄 수 있는 제품이라는건 진짜 자부한다!
그래도 이 제품이 특별한 이유는,
요즘처럼 유행도 빠르고 제품 생명도 짧은 시대에 10년이 가까워지도록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는 점.
내 손 떠난 뒤에도 한결같은 맛으로 누군가의 냉동실에 살고 있다는 것.
참 고맙고, 참 짜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