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결심했어! ... 퇴사
휴일인 지난 주말 꼬마 손님들이 온다 하여 아침일찍 장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귀를 찢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위잉— 위잉— 날카로운 전기톱이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나무의 가지를 무자비하게 베어내고 있었다. 톱날이 가지를 스쳐 지나갈 때마다 작은 나뭇가지 파편들이 공중으로 솟구쳐 흩어지며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자세히 보니 다듬어지는 나무는 쥐똥나무 같았다. 한쪽 면은 마치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다른 한쪽 면은 몇몇 가지들이 불규칙하게 튀어나와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어색했다.
그 중 한 뼘 이상 유난히 뾰족하게 튀어나온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 마음이 찌릿했다. 그 나무라고 특별한 꿈이 있었던 건 아닐 것이다. 그저 햇빛을 따라 몸을 뻗고, 때로는 거리의 매연과 도시의 소음을 묵묵히 견디며 자기 역할을 다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관리자들이 조경상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 하나로 가차 없이 잘라버린 것이다. 결국 남겨진 건 오래도록 조용히 자리 잡았던 가지들이거나, 너무 느리게 자라 눈에 띄지 않은 가지들뿐이었다.
하지만 가로수로 살아가는 나무의 운명은 원래 그런 것 같다. 언제나 반듯하고 가지런하게, 보기 좋은 모습으로 존재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튀어나온 가지는 무심하게 잘려 나간다. 혼잡하고 정신없는 도심 속에서 인도와 차도 사이를 깔끔하게 구분 지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행하기 위해서 말이다.
길 건너 호수와 연결되는 내천가의 잡초와 들꽃들을 보면 또 다른 세상이다. 그곳에는 정해진 규칙도, 특별한 관리자의 손길도 없다. 그저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햇빛만큼, 자랄 수 있는 최대치만큼 자유롭게 뻗어 나간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서로가 서로를 밀고 당기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야생화단을 이룬다. 물론 때로는 운이 따라야겠지만. 우연히 그런 꽃들이 모여 황홀한 꽃밭이 연출되면 그렇게 매력적일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가로수 길 위에서 "왜 나를 자르나요?"라며 불만을 가질 게 아니라, 내 방식대로 마음껏 자라도 이상하지 않은 내천가로 옮겨가볼까 싶었다.
그곳에서 비슷한 결을 가진 다른 풀들과 어우러져, 때로는 우연히 눈부신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가끔은 씨앗을 퍼뜨려 새로운 이야기를 싹 틔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니까.
길 가 가로수에도 내천가 야생꽃에 감정이입하고 있는 나는
그간 고민을 참 많이 했고.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