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사용설명서]선택의 기로

– 내가 간편식을 선택한 이유

by 엘사 B

8대학 4학년, 마지막 학기였습니다. 강의실 맨 뒤에 앉아 교수님의 말을 받아 적고 있던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길이, 내 길이 아닐 수도 있겠다.”

화학과 전공 수업은 갈수록 이론 중심이 되었고, 실험보다는 구조식과 공식을 외우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어느새 '정답을 외우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공부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제 마음은 그 안에서 점점 말라가고 있었죠. ‘설레는 공부를 하고 싶다.’

그 마음 하나로, 저는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뭘까? 무엇을 할 때 가장 나답다고 느껴질까? 답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었어요.

“나는 왜 이렇게 먹는 걸 좋아하지?” “특히, 왜 한식에 끌릴까?”

전업주부셨던 어머니 덕분에 저는 늘 따뜻한 한식이 차려진 식탁에서 자랐습니다. 찌개와 밥, 다양한 반찬이 어우러진 한 상 차림. 그건 저에게 익숙한 풍경이자 안정감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한식세계화 포럼’에서 마치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아, 이거다. 이게 내가 할 일이다.”


그날 이후, 저는 방향을 틀었습니다. 요리학교를 졸업한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고, 분자요리 셰프를 꿈꾸며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결국, 음식문화를 연구하는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죠.

그곳에서 저는 고문헌, 조리실습, 소비자 조사, 전통음식까지 다양한 관점으로 ‘음식’을 공부했습니다.
그 시간들은 마치 흩어졌던 퍼즐을 맞추는 것 같았어요. 그 시절, 제 머릿속에 계속 맴돌던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2만 원짜리 김치찌개는 비싸다고 느끼면서, 5천 원짜리 백반에는 다섯 가지 반찬을 기대할까?”


그 기준은 결국, ‘엄마가 해주던 집밥’이라는 무형의 기대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이 기대를 역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외국인도, 바쁜 직장인도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한식 간편식이 있다면? 한식 세계화는 오히려 더 쉬워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가장 큰 식품회사에 들어가 그런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결심했고, 정말 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간편식과의 긴 인연이 시작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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