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정리]기도하듯 김치를 담근다는 것

박광희 김치 명인의 수업 후기

by 엘사 B

요즘 나는 ‘기도’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꼭 “하느님 아버지”로 시작하지 않아도, 삶을 이해하려는 간절한 마음, 긍정으로 하루를 바라보는 시선, 그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그 자체가 기도일 수 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물론 10년 가까이 성당에 나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달 주말,
김치 명인 박광희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그 믿음에 한 겹이 더 얹혔다.

그 분은 성경을 삶의 지침으로 삼고, 흔들릴 때마다 기도로 방향을 잡는다고 했다.
그 신념이 평온한 눈빛과 단단한 말투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그분이 만든 김치의 맛이었다. 같은 원료를 쓰고, 같은 레시피를 따랐지만, 그 깊이는 따라갈 수 없었다.

나는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삶을 대하는 태도, 마음을 기울이는 방식, 그 모든 것이 모여 맛이 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과정 중에 수많은 선택지 중에 자신을 잃지 않는 방향의 선택을 해오셨다. 오랜 기간동안 김치사업을 해오시면서 집약된 레시피도 그 분의 삶의 철학을 구현하는 방향이었다. 30년 넘는 그 오랜 경험을 이틀만에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이었다.


아직 13년차인 나는 앞으로 어떤 김치를 담게 될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게 될지, 지금 가진 생각을 잘 지키며 살 수 있을 지도 내가 풀어갈 숙제다 싶었다.

간절함으로 숙성시키며,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맛을 찾아보기로 했다.


제품을 만들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보기로 했다.


천천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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