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아이들과 함께 했던 제주에서의 여러 경험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교육은 시키지 않는 대신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배우거나 체험했던 것들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1. 제주의 숲에서 놀며 배우는 것들 (모험숲 프로그램 & 가을 숲 운동회) 2. 꽃 축제에 갔다가 그림 그리기 대회에 참가하게 된 이야기 3. 재미있는 부스 활동으로 가득했던 과학 축전과 수학 축전 4. 가족이 함께 배워 본 운동들 (스트레칭 교실, 승마, 방송 댄스)
1. 제주의 숲에서 놀며 배우는 것들
제주에서 아이들의 주놀이터가 '바다'라면, 부놀이터가 되어준 곳은 '숲'이었다. 흔히 제주 하면 바다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이 있는 만큼 제주의 숲 또한 일품이다.
올해 봄부터 아이들과 올레길을 걸으면서 수많은 숲길을 만났고, 남편과도 제주 곳곳의 숲길을 일부러 찾아 다니며 걸었다. 덕분에 제주 바다만큼이나 아름다운 숲의 매력에 퐁당 빠져 버리고 말았는데...
그 중에서도 아이들에게 숲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게 해준 '붉은 오름 자연 휴양림'에서의 두 가지 프로그램을 소개해 볼까 한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선착순 모집에 운좋게 신청이 되어 참여할 수 있었다.
붉은 오름 모험숲 프로그램
헬멧과 장비 착용을 마치고, 본격적인 모험숲 체험을 즐기러^^
체험은 3~4가지 정도 준비되어 있었다.
먼저 원숭이처럼 나무를 타고 올라가 가장 꼭대기에 매달린 종을 친 뒤, 로프에만 의지한 채 날아 올랐다가 안전하게 지상으로 착지하는 '몽키 클라이밍'부터 도전!
가장 먼저 2학년 둘째 아이가 겁도 없이 성큼성큼 나무에 오르기 시작했다. 눈 깜작할 새에 다 올라가 종을 울리고 여유있는 포즈를 취하며 로프에 매달려 내려오던 둘째! 아래에 있던 모두가 놀라움의 박수를 보냈다.
그래서 내 속으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체험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둘째 아이의 도전 뒤로 수많은 아이들이 나무를 다 오르지 못하고 무서워 하다가 울면서 포기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4학년인 첫째역시 겁이 났는지 도중에그만 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왔다.나무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몸을 공중에 띄워야 로프로 천천히 내려줄 수 있는데, 그마저도 두려운지 오래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엄마! 내가 원숭이띠여서 원숭이처럼 나무를 더 잘 타나봐!"
언제나 언니보다 한 수 아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둘째가 모처럼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조그만 몸으로 아찔한 높이의 나무를 두려움 없이 올라간 둘째를 아낌없이 칭찬해 주었다.
"엄마였으면 너무 무서워서 금방 포기했을 텐데, 끝까지 해내는 모습이 멋졌어!"
그리고 실패한 것이 속상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 되버린 첫째에게도 위로와 격려를 듬뿍 보냈다.
"실패해도 괜찮아,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간 것도 대단한 거야! 도전해 본 것 자체로도 멋지다!"
첫째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무룩한 표정을 지우고 다음 체험을 하러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또 도전하는 모습, 그게 내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아파트 3층 높이의 나무를 힘차게 오르는 아이를 보며,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많이 도전해 봐야 한다. 성공하는 것도 좋지만 실패하는 것 또한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될 테니까.
로프를 잡고 오직 본인의 힘으로 한 뼘씩 올라야 하는 '트리 클라이밍'까지 난이도 있는 도전을 마치자, 아이들이 가장 고대하던 '짚라인'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타잔이 된 것처럼 빠르게 바람을 가르며 내려오는 아이들을 보니, 보는 내가 더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이들 또한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짜릿했다며 몹시 즐거워 했다.
짚라인을 타고 나무들 사이를 내려가는 아이 :)
6월이라 한창 습하고 무더운 날씨였는데, 숲속은 바깥 세상과는 다른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무 그늘이 주는 시원함은 인공적으로 만든 에어컨 바람에 비할 바 없이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아이들 역시 모험숲 체험이 다 끝난 뒤에도 숲을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숲에서는 누구든 치유와 힐링을 경험할 수 있기에, 오래 머무르고만 싶은 게 당연했다.
모험숲 프로그램이 너무 좋았다는 딸들! 덕분에 엄마 아빠도 숲에서 힐링했네 :)
붉은 오름 상상숲 가을 운동회
2학년인 둘째가 신청 자격이 되어, 가족 모두 함께 참여했던 가을 운동회 :)
이번 가을에는 붉은 오름 자연 휴양림에서 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가족이 함께 하는 숲 운동회!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찾은 이 곳에는 어느덧 단풍이 물들고 있었다.
제주에서는 단풍 보기가 어렵다는데, 알록달록한 나무를 만나서 반가웠던^^
일찍 도착한 덕분에 숲속 놀이터에서 조금 놀다가, 다른 가족들이 쏙쏙 모이자 강사님 두 분과 함께 운동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먼저 귀여운 도토리를 나무 숟가락 위로 옮겨주며 달리는 릴레이 경주를 했다. 아이들은 빠르게 달려 나가고 싶어 했지만, 작고 앙증 맞은 도토리는 속도를 높이는 순간 여지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고는 했다.
그래서 모든 가족이 도토리를 소중하게 들고, 조심조심 걸어서 푸른 잔디밭을 반 바퀴씩 돌았다. 달리기가 느린 나로서는 혹시라도 빨리 달려야 할까봐 겁을 먹었으나, 부담없이 걸어도 돼서 즐거운 경기였다.
다음은 옷에 잘 달라붙는 도꼬마리 열매를 활용한, 일명 '멧돼지를 잡아라' 게임을 했다. 각 팀의 아빠 한 명이 멧돼지가 그려진 부직포 망토를 두르고 도망다니면, 상대팀 멧돼지를 도꼬마리 화살로 맞추는 경기였다.
멧돼지가 된 아빠를 보고 신이 난 우리 집 아이들은 연신 아빠를 응원했다.
"아빠 멧돼지야, 더 빨리 도망쳐!!"
아이들의 응원에 힘입어 아빠 멧돼지는 상대팀의 도꼬마리 화살을 많이 피했고, 덕분에 우리 팀이 승리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숲 한 가운데에서 뛰어 놀고 있노라니 기분이 정말 날아갈 듯 좋았다.
멧돼지가 된 아빠를 응원하는 딸들 :)
다음으로는 가족이 다 함께 가을에 열리는 열매를 찾아서 분류해 보는 활동을 해 보았다. 선생님들께서 나무 열매의 이름을 알려 주셔서 열매의 이름도 써보며 다양한 열매를 만나본 값진 시간이었다.
귀엽고 사랑스런 열매들을 보니, 나의 가장 소중한 열매는 두 딸들이란 생각이 들더라 :)
마지막으로 곱게 물들어 땅에 떨어진 오색 빛깔의 단풍잎들을 모아 우리 가족 액자를 만들어 보는 시간도 가졌다. 나뭇가지로 프레임을 만들고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단풍잎을 배치해서 붙였다.
우리 가족만의 단풍잎 액자 만들기 :)
가을이 찾아든 숲속에서 아이들과 뛰어 놀기도 하고, 숲의 자원을 활용한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금방 시간이 흘렀다. 행복했던 이 날의 추억은 우리 가족이 만든 액자 속 사진 덕에 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파란 하늘, 빨강 노랑 단풍, 초록 나무,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한 우리 가족 :)
2. 꽃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상도 타고?
서귀포 유채꽃 축제에서의 사생 대회, 아이들 생애 첫 대회 출전!
때는 바야흐로 제주의 유채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던 3월 마지막 주의 일이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가시리에서 '서귀포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찾아 갔다.
아이들은 깡통 기차를 타고 유채꽃밭 사이를 돌고 오기도 하고, 얼굴에 처음으로 페이스 페인팅도 그려 넣어 보고, 맛있는 주전부리도 먹으며, 재미있는 부스 체험 활동까지 알차게 즐겼다.
유채꽃 축제, 꽃처럼 예쁜 나의 딸 :)
그런데 여기저기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또래 아이들이 보이자, 우리 집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한참을 보다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거 유채꽃 그림 그리기 대회래! 나도 그림 그려서 제출하고 싶어!"
"그럼 나도 그릴래! 대회 참여하면 이 크레파스도 선물로 주신대!"
오? 이건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평소에도 아이들은 그림을 즐겨 그리는 편이 아니었고, 그러다 보니 우리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에 관심이 없는 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크레파스를 선물로 받고 싶어서 그런가보다 했다. 남편과 나는 졸지에 축제를 즐기러 다니지 못하고, 아이들 곁에 꼼짝없이 앉아 그림을 다 그릴 때까지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아이들은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종이가 날아가면 주워 달라고 부탁만 할 뿐, 그 외에는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한 땀 한 땀 소중하게 유채꽃을 그리고 있었다.
유채꽃밭을 배경으로 열심히 유채꽃을 그리기 시작한 아이들 :)
아이들에게는 처음으로 참가해 보는 사생 대회였다. 아이들이 스스로 도전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기특하게 느껴지던지. 아마도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유채꽃 물결이 아이들을 홀린 게 아닌가 싶다.
마치 아이들에게 "내가 이렇게 예쁜 노란색으로 피어 났는데, 그림으로 안 그리고는 못 베길 걸?" 이렇게 말이라도 건 것처럼, 아이들은 노란색 크레파스를 가장 많이 활용하여 그림을 쓱쓱 그려 나갔다.
엄마, 그림 제출하기 전에 유채꽃이랑 같이 사진 찍어 주세요!
아이들은 미약하나마 온전히 자기 솜씨만으로 그림을 완성해 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하고 뿌듯해 하는 아이들을 보니, 경험이 가장 큰 배움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결국 입상은 못했으나, 아이들에게는 유채꽃밭에서의 첫 그림 그리기 대회로 오래 기억될 것이 분명했다.
신풍리 벚꽃 터널 축제에서의 사생 대회, 첫 수상의 기쁨
유채꽃 축제 다음날,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신풍리에서는 벚꽃 축제가 열렸다. 우리 가족은 모두 벚꽃길 걷기 대회에 참여 신청을 해 둔 터라, 걸을 준비만 해서 갔다.
걷기 대회였으나, 아이들은 계속 질주해 나가던 벚꽃 터널 :)
어랍쇼? 오늘 축제에서도 벚꽃길을 주제로 그림 그리는 대회가 함께 진행 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와는 달리 채색 도구를 미리 가져온 아이들만 참가할 수 있는 사생 대회였다.
"엄마! 나도 그림 그리기 대회 참가하고 싶은데... 채색 도구 없어?"
첫째 아이가 특히나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는데, 채색 도구라고는 전혀 가지고 다니지 않는 우리에게 선택지는 따로 없었다. 오늘의 그림 그리기 대회는 포기하는 수밖에.
그런데 첫째는 포기할 마음이 없었던 모양이다. 나홀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한 아이에게 다가가 이런저런 말을 건네며 친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화색을 띄며 나에게 달려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저쪽에 친해진 동생이 나랑 같이 그림 그리고 싶대~ 채색 도구 다 빌려줄 테니까 같이 그리쟤~"
아... 이게 무슨 민폐란 말인가...ㅠㅠ 첫째는 처음 보는 낯선 가족들 사이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앉아 태연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몹시 민망해진 나는 황급히 달려가서 아이를 만류해 보았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저희 집 아이 때문에 죄송합니다! ㅇㅇ아, 이러면 동생이 그림을 그리는데 방해가 되니까 안돼! 자리에서 일어나자!"
울상이 된 아이와, 그런 아이를 잡아끄는 나를 보더니 낯선 그 엄마분께서 다정하게 말씀해 주셨다.
"괜찮아요. 저희 집 아이는 외동이라 늘 외로워 하는데, 같이 그림 그리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제가 같이 그리자고 했어요! 채색 도구 많으니까 다같이 쓰면 되는데... 어떠세요?"
진심으로 말씀해 주셔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가만히 서 있던 둘째까지 슬쩍 자리를 잡으며 앉았고, 처음 보는 한 아이의 채색 도구를 다같이 쓰며 세 명의 아이가 머리를 맞댄 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천사 같은 그 가족에게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에 간식과 음료를 축제 현장에서 공수해 왔고, 아이들이 그림을 다 그릴 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벚꽃길을 걸었던 우리 가족의 추억을 예쁜 그림으로 남기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말로 사랑스럽고 예뻐 보였음은 물론이다.
일주일 뒤, 낯선 번호로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예상치 못한 첫째 아이의 수상 소식이었다!! 어떻게든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던 첫째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게 되어서 더욱 기뻤다.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게 된 아이. 뭐든 도전해 보려는 아이의 용기 덕분에 얻은 결과였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가 아닌 '꽃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상도 받고'가 아니었을까.
벚꽃길을 함께 걸은 우리 가족을 그린 첫째, 처음으로 그리기 상을 받게 된 것을 축하해^^
3. 하루종일 배우며 즐겼던 과학 축전과 수학 축전
8월에는 서귀포 과학 문화 축전, 9월에는 제주 수학 축전에 아이들과 함께 가 보았다. 처음에 행사 이름을 아이들에게 알려 주었을 때는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다.
'주말에 좀 쉬고 싶은데... 안 그래도 어려운 과학이랑 수학을 왜 배우러 가자는 거야?' 이런 느낌...
정작 과학 축전과 수학 축전이 열리는 곳에 도착해서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이 부스 저 부스 열심히 돌아 다니고, 할 수 있는 모든 체험을 다 하려고 줄을 서던 게 바로 우리 아이들이었다.
2024 서귀포 과학 문화 축전, 재미있는 과학 실험을 많이 할 수 있어 유익했던 시간.
정말 신기했던 건, 부스마다 다양한 체험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사람들이 모두 제주의 초중고에 다니는 학생들이란 사실이었다.
특히 수학 축전에서 우리 집 아이들만 해 보이는 초등학생 여러 명이 일일 강사처럼 나서서 수학적 원리를 설명해 주거나, 만들기 활동을 안내해 주고 있었는데... 너무 기특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또래의 학생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니 아이들은 더 재미있게 수학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어렵게 예약해서 해 본 방탈출 게임이었는데,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앞으로도 수학이나 과학을 즐겁게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고 하면 무조건 가볼 생각이다. 다음에는 우리 아이들도 '수학 축전? 과학 축전? 그거 참 재밌던데 또 갈래!'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2024 제주 수학 축전, 어려운 수학적 원리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곳 :)
4. 운동도 이것저것 배워 볼까?
온 가족이 함께 배운 '바른 자세 체형 교정 운동'
상반기에는 면사무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바른 자세 체형 교정 운동'을 신청해서 수강하게 되었다. 다행히 아이들도 참여 가능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온 가족이 함께 운동하는 첫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랑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신기하고 좋은 듯 했다. 가족 중에 몸이 덜 유연한 아빠가 낑낑대며 스트레칭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이들은 깔깔대며 즐거워 했다.
어른들도 힘들어 하는 근력 운동을 따라 해야 할 때는 너무 힘들다며 발라당 눕기도 하던 아이들. '너희는 살살해도 돼~'라고 강사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아이들은 다시 일어나 끝까지 따라 하려고 애쓰고는 했다.
어른들은 절대로 할 수 없다는 고난이도 동작을 우리 아이들만 특유의 유연성으로 척척해 낼 때도 있었다. 함께 수업을 듣는 많은 분들이 박수를 보내 주시자, 아이들은 부끄러워 하면서도 굉장히 뿌듯해 했다.
면사무소에서 매주 한 번 가족 모두가 함께 하게 된 운동^^
우리 가족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올 출석을 하며 3개월 간의 즐거웠던 운동을 마무리했다. (수강료는 놀랍게도 전액 무료였습니다! 시골에 살아보니 은근히 무료로 신청해서 배울 수 있는 게 많더라구요^^)
고난이도 동작도 완성해 낸 우리 가족^^
아이들이 가장 꿀잼이라고 극찬한 승마!
아이들은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직전에 10주에 걸쳐 일요일마다 승마를 배우게 되었다. 남편과 내가 먼저 승마를 배워 봤는데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아이들도 시키게 되었다.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서귀포시에서는 승마 강습을 신청하면 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가 있다. 그래서 아이들 역시 저렴한 금액으로 승마를 배울 수가 있었고, 덕분에 강습비 부담을 덜게 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아이들은 승마를 하러 가는 일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승마를 배우고 오면, 잔뜩 신난 얼굴로 오늘 본인들이 탄 말 이름과 배우게 된 기술 등을 종알종알 알려 주었다.
"엄마, 제주에서 해본 것 중에 승마가 제일 재밌었어!"
아이들이 쌍엄지를 들어 올려준 승마! 제주에서 아이들이 배운 것 중에 가장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
10주간 즐겁게 승마를 배운 아이들 :)
모녀가 함께 배우면서 춤추는 '방송 댄스'
그리고 현재, 하반기에 우리 가족이 배우고 있는 새로운 운동은 '방송 댄스'이다. 서귀포시 곳곳에서 토요일마다 무료로 어린이 주말 체육 교실을 열게 되었는데, 부모가 반드시 같이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초등학교 때 반 친구들과 H.O.T.와 S.E.S 춤을 연습해 수련회나 수학여행에 가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뽐내던, 왕년의춤신춤왕(?)이 아닌가! ㅋㅋㅋ
우리 집에는 TV가 없고(남편과 나는 결혼할 때부터 TV를 집에 들이지 않았고, TV 없이 산 지 12년째이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 주지도 않기에, 우리 집 아이들은 또래에 비해 아이돌 노래나 댄스를 잘 모른다.
나는 어릴 때 그렇게 신나게 아이돌 나오는 TV 방송 다 보고, 아이돌 노래 죄다 외워서 부르고, 춤도 따라서 춰놓고, 우리 집 아이들은 정작 아이돌에 너무 무관심하게 키운 것 같아 약간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방송 댄스 수업을 받게 되면 아이들에게도 방송 댄스라는 신세계를 보여 줄 수 있고, 나 또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나의 댄스 본능을 다시 일깨울 수가 있게 되는 거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사실 처음에는 남편도 같이 배우기로 했는데, 남편은 알아주는 몸치 박치... 나의 사랑하는 남편(?)이 아이들에게 놀림거리가 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남편은 열외시켜 주고, 나와 아이들만 배우는 중^^
방송 댄스 교실! 첫째는 강사님께 세부 동작을 따로 가르쳐 달라고 할 정도로 열정적인 수강생^^;
방송 댄스 첫날, 가벼운 마음으로 춤추러 가게 된 내가 느낀 건 '당혹감'이었다. 왕년엔 춤 좀 추던 나에게 요즘 아이돌 노래의 비트는 넘사벽 수준으로 빨랐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S면 넌 나의 N이 되어줘>라는 노래를 아시는가... 정말 무지막지하게 빠른데,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려니 온몸이 고장난 듯 삐걱삐걱, 맘대로 움직이질 않았다...ㅠㅠ 아니면 내 관절이 늙은 걸 수도?
그리고 처음으로 방송 댄스라는 걸 춰 본 우리 집 아이들, 너무 잘 추는 데다가 정말 즐거워 했다. 아이들과 새로운 방송 댄스를 배우고 오는 토요일마다 우리 집에서는 댄스 삼매경에 빠진 세 여자가 춤을 춘다.
관객은 단 한 명... 나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 남편은 끝없이 박수를 치고 리액션을 하는 것으로 방송 댄스에서 혼자 빠진 댓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춤에 진심인 어린이들은 올레길을 걷다가도 방송 댄스를 선보입니다!!^^
경험이 최고의 배움이다
제주에 온 뒤로 처음으로 경험해 본 것이 정말 많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 이것저것 신청하거나 여기저기 찾아가 본 것이었는데... 막상 나의 견문이 가장 넓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제주에 사는 일년 동안 많이 보고 듣고 느끼며, 건강하게 쑥쑥 자라는 중이다. 그리고 엄마인 나 역시 아이들 덕분에 많이 배우고 경험하는 값진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매일 보는 하늘과 바다도 늘 다른 모습과 색깔을 하고 있다는 걸,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발견하고 말해줄 때가 있다. 자연의 변화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고, 그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게 일상이 된 지금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제주 일년 살이는 3분의 1 정도만 남았다. 남은 가을과 겨울에도 제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닐 예정이다. 경험이 최고의 배움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집 앞 바다 산책 중 만난 아름다운 일몰...
나에게 최고의 배움터가 되어주는 제주, 그리고 나를 항상 배움의 자세로 이끌어 주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