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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Apr 30. 2024

양들의 침묵

"맙소사~ 어쩌지? "

순간 나름 J형인 엄마에겐 멘붕이다. 날이 조금 흐려진다. 여행에 있어서 날씨가 젤 중요한데 우중충한 날씨에 마음이 서글퍼진다.

"아까 삼겹살도 샀고 그냥 숙소로 들어갈까? 내일은 사천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
양모리학교에 가기엔 시간이 애매하네.....

"엄마! 양모리학교 가자아~"

체리와 봉봉이가 연달아 조르기 시작한다.

"알았어, 알았어~가자! 렛츠고우~~~~"

자초하진 않았지만 서둘러 양모리학교로 목적지를 정해 본다. 시간이 저녁임박이라 전화를 하여 여쭈어본다. "몇 시까지 하나요? 저희 4시 40분쯤 도착인데 가도 되나요?" 인터넷상으로는 5시까지였는데 사장님은 5시 30분까지라며 환영해 주신다. 그럼 남해, 구불구불 길을 달려본다.

부랴부랴 주차를 하고 잽싸게 내려 뛰어간다. 사장님은 차소리에 나오셔서 안내를 해주신다. "네에, 감사합니다. 저희 잘 알아요! 매년 왔어요~" 급한 마음에 사장님께 아는 척을 하고 바구니를 들고 빠르게 뛰어간다. 입구에 활짝 핀 동백꽃과 바닥에 떨어진 동백꽃잎부터 반갑게 맞아준다. 그리고 울타리 샛구멍으로 나와 도망치는 양가족을 쫓아간다. "야~~~ 같이 가!" 복슬복슬한 엉덩이를 흔들며 돌아가는 엄마 양과 엄마 따라 총총총 따라가는 아기양들이 너무 귀엽다. "아구 귀여워~~~~" 양들의 안내에 따라 가볍게 토끼를 보러 간다.

늦은 시간이라 양모리와 깡통열차는 못 탔지만.... 이미 예전에 양을 모는 개의 참신한 쇼를 봤고, 사람이 없어 연이어 몇 바퀴 태워주신 기억이 있었기에 이마저도 황송하다. 그냥 이쯤 되면 이곳이 친근하다. 화장실이 좀 불편했었는데 새로 지은 화장실이 있어 그냥 퍼펙트이다.

도착하자마자 바구니 풀과 당근을 탐내는 양가족들, "안돼! 이것만 먹어~~~~" 안내해 준 대가를 받으려는 듯 바구니를 들이댄다. '그렇다고 뺏길 우리가 아니지....' "너희 스타일 다 안다고!!!" "절대 안 뺏겨~~~~" 사장님은 폐장한 토끼장을 다시 하나하나 열어주시며 맘껏 편하게 구경하라 안내해 주시고 사라지신다. 그럼 진짜 눈치 없게 우리 집인양 편하게 즐기는 철판 가족들이다. 사수한 당근을 드디어 토끼들에게 준다. 앞다리를 들고 오물오물 먹는 토끼가 너무 귀엽다.  

이장님 포스를 하고 있는 유산양까지 마주하면 역시나 바구니에 꽂혀 울타리를 계단처럼 밝고 올라가 있는 힘껏 고개를 쭈욱 내민다. "네가 기린인 줄 알았다~"

짜리 몽땅한 귀여운 당나귀들까지 만나고 우린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양목장으로 들어간다. 깁스를 하고 껑충껑충 뛰어가는 체리, 어린아이가 된 모습으로 신나게 뛰어간다.

"엄마는 절~~~~ 대 안 들어간다."

봉봉이가 갓 돌이 지나왔을 때는 양보다 작은 체구로 양들이 엉덩이를 스매싱하며 쫓아갔었다. 하지만 조금 커 재작년 왔을 때 양들에게 바구니를 뺏기고 양들에 둘러싸여 흔히 말하는 다구리를 맞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와 체리는 봉봉이를 도와줄 수 없었다. 이미 무서워 나무탁자에 올라가 "까~~~악" 소리를 지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고, 양 무리들은 그마저도 탁자를 둘러서 탁자를 흔들고 있었다. 뒤늦게 쫓아간 아빠가 만인의 해결사로 온 가족을 구출해 낸다. '순간 슈퍼맨인 줄....' 그때부터 쫄보가 된 식구들은 양들을 제일 무서워하게 되었다. 이제 조금 컸다며 "엄마 나 이번엔 절대 양한테 안 당할 거야!" "내가 아주 혼구녕을 내줄 거야!!!!" 하며 당당하게 갔고, "진짜 괜찮겠어?" 재확인을 하며 아들의 강타구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양들이 쫓아온다. "엄마~~~" 순간 쫄은 듯하지만 큰 결심, 각오라도 한 듯 바구니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린다. "엄마 바구니를 들면 돼~!" "아아아악" "애네가 자꾸 내 발을 밟아~~~~!" "비키라고~~~~" "너 아까 먹었잖아!!!" 쫄보가 씩씩하게 일어섰다. 바구니를 들고 양무리를 끌고 다니며 잔뜩 약을 올리는듯했다. 어른 양들은 덩치가 꽤 커서 들이대면 엄청 무섭고 발이라도 밟히면 아찔하다. 큰 몸뚱이로 들이대면 진짜 당해내기 어렵다.

하지만 결국 양들에 밀려 봉봉이는 나무탁자로 올라갔다. 양들이 하도 들이대서 힘겨웠나 보다. 자기가 정글의 왕 라이언킹이라도 된 듯이 이제야 자신 있게 먹이를 주며 당찬 모습을 보여준다. '봉봉이 많이 컸네.... 이제 양들에게 몰려 울어 쟀기던 모습은 잊어줄게...."

그 와중 아기 양은 먹이보다 엄마 젖을 쫓아 엉긴다. 그러면 귀찮은 듯 아기 양을 밀쳐 냈다가도 물려주는 엄마 양을 보게 된다. "우리 아들도 엄마 젖 엄청 먹었지...." "엄마한테 엉키는 게 꼭 봉봉이 같다."

금세 양들은 봉봉이를 쫓아와 들이댄다. "나 이제 진짜 없어~" "없다고~~~" 쫓아온 양에게 손짓 몸짓을 하며 하소연을 한다. 그럼에도 애초롭게 쳐다본다. 괜히 미안해진다. "없어! 미안해~~~"

먹이를 다 줬음에도 J 씨들은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자기들이 양모리 개라도 된 듯 양들을 몰고 다닌다. "너는 양, 나는 목자" 목자라도 된 듯.... 오히려 양들이 놀아주고 있는 듯했다. 그러고도 한참을 놀았다. 나올 생각 없이 여기서 살듯 했다. 아빠가 더 신나보이기도 했다.

한참을 한참을 그렇게 놀다가 지칠 무렵 간신히 나왔다. "어여 가자, 사장님 문 닫으셔야지~" 사람들이 없어 전세를 낸 듯 우리 가족이 실컷, 자기 세상이라도 된 듯 놀았다. "날 흐리다고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

나오면서도 그 사이 탈출한 양을 보며 한 번이라도 더 만져보려 난리가 났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앞 방방이를 둘이 경쟁이라도 하듯 타고, 그네타며 동백꽃 한번, 그네타고 바다 한번 구경하며 감성을 누리고 있었다. 이쯤 되니 느지막이 와서 말뚝 박는 우리 가족에 송구스러웠다. "얘들아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하지만 이미 신이 난 아이들은 금세 가라앉지 않는다.


"엄마! 이것 봐봐~~~~" 민들레 홀씨를 찾아가며 꽃다발을 만들어 불기 바쁘다. "후~~~~~~욱 훅~~~" 늑대가 벽돌집을 불어 쓰러트리려는 심정으로 민들레 홀씨를 불어 제친다. "그만해~~~ 옷에 다 달라붙잖아!!!" 엄마의 목만 아파온다. "그래야 민들레가 더 많이 많이 피지" 엄마는 짖어라 난 민들레가 사방에 흩어져 더 많이 피게 할 거라며 불어 재낀다. "아이고 항복이다 항복!" 엄마는 결국 백기를 들어버린다.

그럼 어느새, 아빠는 딸 손가락에 꽃반지를 만들어 주고 "엄마한테 보여줘~" "엄마 꺼도 만들어야겠다!"며 평생 돈 안 드는 반지로 퉁치려는 계획을 펼친다.

그럼 마지못해 감수성 100000% 돈 0원 드는 반지를 모녀가 고이 끼고,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을 느껴본다. "진짜 이따만하고, 시들지 않고 평생 가는 반지 받고 싶다!!!" 이럴 즈음 사장님이 조용히 등장하셔서 사탕을 건네주신다. 이만하면 사탕 줄 테니 제발 가주이소~ 하는 듯해서 어찌나 죄송한지.... 사장님은 끝까지 친절하셨다. 그걸 노린 듯, 양을 그렇게 보고도 한참을 뽕빼고 민들레홀씨를 날리며, 100m 걸어가는데 30분이 걸렸다.

저희 가족, 너무 죄송합니다.
20분이면 다 보고 나올 줄 알았는데...
 무려 한 시간을 우리끼리 너무 행복해서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죄송하지만 담에 또 와도 될까요?
그때는 낮에 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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