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리봉봉 Apr 23. 2024

난향과 다랭이마을

남해 드라이브를 하다 멈춰 섰다.

그냥 바다가 좋아서...
모래사장이 좋아서...
그냥 가본다.

물만 있으면 뭔가에 이끌리듯 앞으로 나아가는 J 씨들 어느 순간 한 명은 파도에 벌써 신발이 젖었고, 한 명은 채집의 욕구에 이끌려 땅을 파고 있고, 한 명은 감성에 빠져 깁스를 한채 바다를 즐겨본다.

그러다가 결국 셋이 한마음이 되어 파더니 조개를 캔다.

한소쿠리 아니면 다시 묻어놔~
난 고이 해감시켜놓은 마트표 물건들이 제일 좋더라!

그리고 달리고 또 달리며 감수성에 빠져본다. 늦깎이 봄꽃 여행이라 놓칠뻔했지만 그래도 기어이 남아있는 벚꽃들이 고맙기만 하다. 1시간 전에 밥을 먹었건만 맛집 앞을 지나가니...

 애들 놓고, 우리끼리 한 그릇 먹고 올까?
난 먹을 수 있어~

신랑도 내 맘에 동참하고 주차장에 고이 내팽개치고 <난향, 황태칼국수> 집에 들어간다. 점심때라 만석이고, 자리가 넓지 않아 기다려야 한다. 칼국수는 금방 먹으니까 금방 빠지겠지.... 다행히 앞손님이 급한 일정으로 자리를 고이 내주고 퇴장하신다.

사장님은 언짢아하셨지만 덕분에 우리가 횡재했다. 앉자마자 나온 칼국수, 이게 뭐 그리 맛있겠냐만은 특별하지 않은 듯하면서 은은하고 깔끔한 맛이다. 텀블러에 아메리카를 담듯이 갖고 다니고픈 맛이다. 사골육수랑 다르게 좀 더 가벼우면서 실크스카프처럼 부드러운 맛이다. 멀건 국물에 둥둥 떠있는 것 같지만 먹어보고 이야기해랏!!!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자극적인 맛보다는 부드럽고 소탈한 음식이 너무 좋다. 거기에 칼칼한 김치와 아삭아삭한 양배추김치가 제격이다. 칼국수를 끝까지 들이붓게 만드는 위력이 있다. 너무 맛있어서 모성애, 엄마의 마음으로 종이컵에 하나씩 담아 두 아이에게 건넨다. 엄마의 마음도 모르고 잘 먹어주는 첫째와 다르게 둘째는 한약이라도 먹는지 곤욕을 치른다.

이런 초등학생 입맛, 진정한 맛을 모르는구나!

다시 돌아와 칼국수를 흡입해 버린다. 후루룩 짭짭, 후루룩 쭈욱~ 김치도 리필하고, 건더기 하나 없이 칼국수를 끝까지 마셔버린다. 내 생전에 1시 전에 2끼를 해결한 건 처음, 맛있는 녀석들도 아니고... 근데도 맛있다. 집에 가도 생각날 그런 맛이다.

지나가다 괜히 추억의 장소 미국마을도 찍고 나온다. 별거 없지만 그냥 지나가다 우연히 들려 사진 찍은 장소인데... 괜히 추억에 젖어 어느 순간부터 올 때마다 요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고 나온다. 우리의 변천사처럼....

특별히 남해만의 정겨운 맛이 있다. 구수한 듯하면서도 다랭이의 아기자기한 느뀜~ 소탈하면서도 숨은 곳곳이 다 진귀한 명소이다. 아직도 남아있는 동백꽃까지... 볼 때마다 새롭고 볼 때마다 귀염뽀짝한 마을 구석구석들이 너무 좋다.

드디어 <다랭이마을> 도착이다. 간신히 주차를 하고 아이들은

엄마 여기 왔던 데잖아!
그래 열 번은 온 거 같다! 그것도 봄에만..."

 자기 나와바리라도 된 듯 체리와 봉봉은 뛰어간다. 엄마와 아빠는 나이가 들었는지 벚꽃에 심취되어 유채꽃에 빠져 흐느적흐느적 여유롭게 거닐어본다.

꽃사진을 찍으면 나이 든 거라 했는데.... 안 찍을 수가 없다. "그래 나 나이 들었다! 어쩔래?" 속으로 체념을 하며 작정하고 찍어본다.

정겨운 시골마을 같으면서도 여기저기 꽃과 봄소식을 알리는 풀들이 너무 신통방통하다. 그럼 또 우린 인스타 핫한 장소는 가뿐하게 패스하고 바닷가로 나아가 돌더미에 앉아 사진을 찍어본다. 체리가 봉봉이가 안 나오게 업힌 채 사진 찍어 혼자만 좋아하는 사진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그 포즈로 찍어보자며 얼굴을 간신히 빼꼼히 내밀고 장난을 쳐가며 사진을 찍어본다.

 너희 언제 이렇게 컸니? 그러니 이 어미가 늙지...

어느새 엄마옷을 입는 아이를 보며 흐뭇했다가도 아쉽다가 요동이 치는 마음이다.

이 찰나, 체험학습을 내고 온 아이들의 전화상담이 걸려온다.

어머니 남해세요?

언덕을 오르며 헉헉거리며 상담을 하고 서둘러 봉봉이와 차로 돌아 간다.

엄마 깜빡했어!
15분부터는 누나 선생님이랑 상담이다.
숨이라도 고르고 있어야겠어~

그 핑계로 봉봉이가 차에 가서 쉼을 택한다.

주차장에 서성이며 다시 다랭이마을을 돌아본다. 너무 아쉬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멋진 명소이다. 봄, 벚꽃, 유채꽃, 다랭이마을 해마다와도 올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공기가 다르다. 그만큼 자연도 바뀌고 우리도 성장하고 있으니까.

내년 봄에 또 올게~ 그때 또 만나자!



이전 12화 벚꽃막차와 힙한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