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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Apr 12. 2024

공작새와 우리 식당

너에게 반했어~

"빨리 가자~ 출우울 발!!!"

이번 벚꽃은 전국이 거의 동시에 폈다. 벚꽃 여행을 갈 필요가 없지만 선거날을 기점으로 긴 휴가를 선포했기에 다 떨어진 벚꽃을 보러 남해로 향한다. 일요일오후 올라오는 길은 엄청 막히지만 다행히 우리가 가는 길은 뻥뻥 뚫린다. 체험학습을 2일이나 쓰고 거기에 공휴일까지 아주 온 가족이 들떠있다. 4시간이나 되는 여행길 휴게소에 살짝 둘러준다. 화장실 앞에서 헤어진 일행, 아무리 불러도 소식 없고, 차에 가도 잠겨있고 호두과자를 사고 십원빵을 사고 기다려도 기척이 없다. "체리야 남자들 어디 간 거니??? 아놔 전화도 안 받고...." 이렇게 한참을 서성였다. 그러다 그러다 화장실 뒤, 공원에서 소리가 난다. "뭐야! 내가 불르기도 했는데 나왔어야지... 핸폰도 차에 놓고 뭐 하는 거야!" 온갖 신경질과 짜증이 솟아오른다. 그러던 찰나, "이것 봐봐" "뭔데?" "빨리 와봐~ 공작새야~~~" "공작새?" 살아있는 동물, 곤충을 싫어하는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다가간다. "봐봐 공작새 날개 폈어!" "우와~~~~~ 진짜 이렇게 핀 건 처음 본다!"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며 철조망 사이로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뭐야???" 공작새가 한혜진이라도 된 듯 스무스하게 워킹을 하며 곱디고운 날개를 조심스레 좌우로 흔들며 걸어온다. "와 진짜 이쁘다." 바람에 스치듯 날개에 전율이 느껴지며 그사이 파르르 떨며 날개가 진동한다.

소나무 가지를 두른듯하면서도 저 눈알 같은 무늬 "엄마 꼭 아보카도 반 잘라놓은 거 같아" "그래 맞다 아보카도, 아니 중국 삭힌 계란 피단 같다." 오묘한 패턴의 모양, 공작새의 왕관 같은 머릿깃도 예술이며 비단, 실크같이 윤기 나고 곱디고운 청록색의 몸과 그 뒤 비늘 같은 모인 연두색 무늬 또한 장관이다. 동물, 조류 이런 거 진짜 안 좋아하는데.... 공작의 자태를 보니 여행 갈 생각, 떠날 생각이 안 들고 자꾸 보고 머물러진다. 그래서 알렉산드로스가 인도를 정벌하러 갔다 춤추는 공작새를 보고 사냥할 생각마저 잊고 말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천사의 깃털, 악마의 목소리, 도둑의 지혜를 가진 새라고 묘사될 정도로 매력에 빠져든다.  

공작새에게 괜히 미안하지만 엉덩이 털까지 너무 예쁘다. 꽁지털이 무슨 솜털처럼 복슬복슬한데 무슨 바바리라도 걸친 양 그것을 감싸는 호피무늬 깃털, 바바리 갈색 깃털이 너무 매혹적이다. 공작새 꽁지덮깃을 보니 봄이 가기 전에 빨리 바바리를 한번 입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작새를 보며 오묘한 생각과 무늬하나하나를 관찰하며 매력에 빠져 감탄을 부르는 사이 아이들은 토끼 간식주기에 바쁘다. <금산인삼휴게소>에 걸맞게 토끼, 금계 사육장, 인삼재배견학장도 있다.  

기나긴 휴게소에서의 공작새 만남을 간신히 뒤로 하고 출발한다. 이미 가는 길마다 벚꽃이 남발해 있다. "남해 가면 다 떨어지는 거 아냐?" 걱정반 근심반이지만 당일, 1박 2일의 여행보다 긴 연휴, 힐링이 필요했기에 그걸 즐기자는 위로의 말과 함께 벚꽃을 거슬러 달려본다.

달리고 달려 노을을 바라보며 드디어 남해에 들어온다. 봄이면 꼭 들르는 곳, 남해

남해는 우리 가족의 봄소식이다. 남해를 아랫집 마실 가듯 꼭 들러주는 힐링포인트이다.

그럼 숙소에 가기 전 배고프다. 먹고 들어가자! 검색의 검색으로 펼쳐진 남해여행 코스 <우리 식당>에 들른다.

이미 소문난 맛집인듯했다. 어르신이 운영하는 식당 같았는데... 정감 있고 따뜻했다. "멸치쌈밥이랑 갈치 찌개 2개 주세요~" 메뉴를 시키니 숭늉을 갖다 주신다. 그러며 "애들은 갈치구이가 어때요?" 혹시 매워 못 먹을까 봐 걱정하신듯했다. "애들이 조림을 좋아해서요!" 따뜻한 말씀에 친절이 묻어 나온다.

드디어 <멸치쌈밥>과 <갈치찌개>가 나왔다! 매번 남해는 진짜 먹을 데가 없다 했는데 진짜 맛있었다~

예전 쌈밥을 먹고 실패하고 손도 대지 않았었는데 우거지와 마늘장아찌를 올리고 멸치를 올려 싸 먹으니 아주 맛깔스러웠다. 거기에 갈치는 연하디 연해 살이 흘르르르륵 넘어갔다. 양도 많고 전혀 맵지도 않고 먹기 좋게 딱 맛있었다.

편식쟁이 아들, 봉봉은 갈치찌개 갈치를 발라 밥 한 그릇 뚝딱한다. 그렇게 초딩입맛, 편식대마왕인데 생선조림은 밥 2그릇을 먹어치운다. 그것도 싸악싹~ 맛갈스럽게....

그러면 체리는 언제 컸는지 갈치살을 발라 엄마, 아빠의 수저에 올려주며 K장녀의 기운을 물씬 뿌리준다. 늘 시크한 딸인데 이럴때는 또 츤데레하며 사랑뽐뿌하며 러블리한 그녀가 된다. 그러곤 멸치쌈밥, 아니 갈치쌈밥을 먹어보겠다 자초한다. 맛있다. 말할 사이도 없이 우린 그냥 진공청소기가 되어 먹어치운다.


초토화,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라 기다리지도 않고 오히려 사장님께 죄송하게 늦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한 젓가락도 남기기 힘들 만큼 맛있고 맛있었다. "역시 음식은 손맛이야!" 어르신의 손맛을 누가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 어르신 부부가 사부작사부작 준비하며 정돈하시는 모습이 정겹고 따스하기만 하다. 이제 잘 먹었으니 숙소로 가서 남해를 누려보자~

"남해편백자연휴양림으로 고우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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