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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Apr 16. 2024

벚꽃막차와 힙한식

반항아의 여행

한참 우리 동네 벚꽃이 무르익을 무렵, 우리는 반항아처럼 남해로 갔다. 벚꽃이 늦게 핀 건 핑계고 긴 연휴를 보내기 위한 계획적인 돌발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남해의 벚꽃은 떨어지기도 했지만 아직 화창했다. 제주도는 못 가도 남해에 가면 벚꽃유채꽃을 한방에 볼 수 있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번 가는 남해는 우리의 봄 추억이다.

마지막 남해벚꽃 여행을 하고 교통사고로 35만 탄 경차가 폐차비까지 선물로 주고 간 효자 붕붕이부터, 양한테 다구리 맞아 복수를 결심한 봉봉이, 만난 지 100일, 결혼한 지 14일 만에 그냥 날아온 신혼의 풋풋한 여행추억까지....

남해는 우리 가족의 추억과 사랑이었다.

밤 야경의 벚꽃까지 너무 환상적인 늦은 봄여행이지만 우리는 <남해편백자연휴양림>에 들어간다.

그냥 이제 남해의 또 다른 우리 집 같은 숙소를 옆집, 뒷집, 건넛집을 순회하듯이 되도록 끄트머리 숲 속의 집으로 잡는 게 우리 집의 포인트이다. 하루에 5만 원이 갓 넘는 가격으로 많은 걸 누릴 수 있는 자연휴양림이 너무 좋다. 매표소에 들어가면 천 원을 내고 쓰레기봉투를 받을 때면 체리와 봉봉이는 자기들이 준비해 온 동전, 화폐를 꺼내가며 한몫 보태려는 귀여움에 엄마미소가 자동으로 지어진다.

많이 컸네 우리 얘기들.....

입구에 들어서면 조명으로 만들어놓은 다람쥐와 토끼모형이 너무 사랑스럽다. 실제 동물들은 아니어도 그 안에 소박하며 따스함이 느껴진다.

올레~~~~!

이번에도 나름 신축 숲 속의 집이다. 신랑은 자연휴양림마다 새로 짓는 새 숙소를 좋아한다. 아무래도 새 건물이 좋긴 좋드라!!! 더 깨끗하고... 깔끔하고.... 숙소에 들어가며 우리는 분석을 한다. "여기는 주차장에서 계단을 걸어가야 하네..."  "여기 숙소옆 주차장이 있어 좋다. 싫다." 아주 자연휴양림 분석가 나셨다. "지붕이 고층이라 좋다. 남해라 더워서 지붕을 높게 했나 봐"하며 날씨, 환경에 따른 기후 분석까지 하며 이번엔 방은 없지만 넓은 거실에 깨끗한 시설이 아주 좋았다. "그래! 어차피 우린 방 필요 없어! 넓어서 이불 깔고도 이렇게 넓어 좋다~~~ 화장실이 단차이가 있네...." 요리조리 구경하며 따지고 따진 후 이불장에 있는 요와 이불을 모두 꺼내 지그재그로 깔며 포근한 잠에 빠져든다.  

아침이 되어도 연이어 2일을 같은 숙소를 쓰니 짐 뺄 걱정이 없어 한결 맘이 편안하다. 밥도 안 차려 먹으니 엄마의 자유와 여유가 물씬 느껴진다. 엄마, 아빠가 준비하는 틈에 두 아이는 밖에 나가 뛰어다니기 바쁘다. 풀잎을 따오고, 꽃잎을 따와 자랑을 하며 둘이 티격태격, 때론 알콩달콩 신나게 논다.

휴양림을 빠져나와도 산과 물이 너무 아름다웠다. 연두빛깔 잎사귀가 나오며 그사이사이 벚꽃이 새겨있어 여린 소녀의 수줍음 같은 자연의 신비가 너무 신기로울 뿐이었다.

지나가다 멋진 장소가 보였다. 그럼 그냥 STOP~~~~~! 차를 세운다. 

야! 빨리 내려~

명령이 떨어지고 벚꽃비를 맞으며 흠취해본다. 핸드폰에 빠져 게임에 빠져 게임용어들만 사용하는 아이이지만. 순간 자연과 동화되어 동심으로 돌아가면 벚꽃 잎 한 잎한 잎에 빠져 벚꽃 잎을 쓸어 모아 뿌리며 이 작은 것에 신이 난다.

벚꽃에 빠져 난리부르스를 한참하고 인증샷, 가족사진을 몇 컷을 연거푸 찍다 지쳐 "이제 그만 찍자!" 돌아서며 차 문을 열었더니....

오 마이 갓~~~~!

원래 더러운 차였지만 벚꽃 잎이 차 안 사이사이에 다 박혔다. 급한 마음에 창문 4개를 다 열고 내렸다. 벚꽃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그만....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화를 낼 수 없었다. 같은 마음, 같은 상황이었기에.... 옷에 묻지 않게 간신히 시트에 있는 벚꽃잎만 털고 차에 탄다.

목적지는 있지만 가는 곳곳마다 아름다워 몇 킬로 가다 서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이번엔 유채꽃 고래공원에 들어온다. 아직도 고래와 공룡을 좋아하는 봉봉이. 하지만 고이 사진 찍어주지는 않는 비싼 아들이다. 그럼 부탁하다 하다 지쳐 엄마아빠만 사진을 찍기 바쁘다.

 엄마 아빠도
오늘, 이 시간이 제일 젊은 날이란다~

스카이 워크를 가려했건만 아무래도 반깁스를 한 아이와 함께 하는 건 무리이기에 과감하게 패스를 하고 오늘의 맛집, <힙한식>에 들어간다. 11시부터 오픈이지만 예약어플은 11시부터, 하지만 현장접수는 10시부터 예약이 가능하기에 숙소에서 가까운 <힙한식>의 우리의 오늘 스케줄 첫 장소이다. 내일, 화요일은 휴무이기에 오늘 꼭 먹어야만 했다. 퓨전 한식당이기에 신랑과 아이들이 어떨지 조금 눈치는 보이지만 안 가면 후회할듯하여 

고~우! 를 외쳐본다.

 10시 40분이 되어 걱정반 근심반으로 간 맛집은 이미 대기 8팀이 있었다. 9번째, 테이블이 열개정도 있으니까 "그래 좋았으~~~~! 다행이다. 20분 정도는 가뿐하게 기다릴 수 있지~" 여유를 부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남해에서도 구석 끝인데도 인스타의 맛집이 되어 사람이 몰려온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쌈빡한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11시 오픈하기도 전에 급한 화장실 용무에 화장실 답사를 미리 마치고 바로 순서가 되어 테이블에 앉게 된다.

 아주 좋았어~~~

예약받을 때 같이 주문 한 전복솥밥해물파전을 시켜본다. 해물 솥밥이라 아이들이 먹기에 비릴까 걱정, 그래 너희를 위해 파전을 시켰다. 마음을 달래 보며 "적게 시켰나? 입에 안 맞을까?" 엄마는 조마조마하다. 그릇세팅을 마치고 반찬이 정갈하게 자리 잡는다. 기차줄인양 일렬로 줄 세운 반찬줄, 4인이 앉기에 다소 길지만 나름 부잣집인 듯 끝과 끝에 엄마, 아빠가 앉고 얌전히 기다린다.

드디어 나왔다. 비린맛을 걱정했더니 아이들은 음식이 나오자마다 새우와 전복을 집어가기 바쁘다. 밥을 싸악싹 비벼 김에 싸 먹으니 입맛이 돈다. "더 시킬걸 그랬나? 너무 맛있네..." 생각보다 아이들이 너무 잘 먹는다. 2인분이 먹을 양을, 4명이 시켰으니 아쉬울 뿐이다. 지금 주문하면 늦을 거 같고... 쩝쩝거리기만 한다.

해물파전 등장~!

역시 아들의 원픽, 초등학생 입맛, 까다로운 아들 봉봉이도 사로잡는 맛이었다. 뜨거운데도 개눈 감추듯이 흡입하며 먹어버린다.

맛있다 맛있어~~~!

역시 솥밥은 지나쳐버리고 공깃밥 하나를 추가하여 미역국에 말아서 이것 또한 흡입해 버린다. 쌀밥을 너무 좋아하는 봉봉이, 공깃밥 한 그릇을 뚝딱해 버린다.

맛~~~ 있~~~ 다!!!

오길 잘했어! 양이 부족하여 아쉬움을 남기지만 마지막 후식 사탕까지 사랑스러운 곳이었다. 먹고 나니 바다와 벚꽃길이 더~~~ 아름답다.

늦었지만 그래도 괜찮아! 포기만 안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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