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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Jan 15. 2024

멸치야 니가 최고다!

아들 키성장 작전명령

  아들의 키가 걱정된다. 밥은 진짜, 밥, 발알만 급하게 마구 퍼먹고 오예스만 대여섯 개씩 먹는 아드님. 치킨 한 마리를 시키면 넷이 먹다 남기고, 햄버거세트를 시켜 감자튀김과 콜라를 먹다 햄버거를 남긴다. 우유를 그렇게 사다 나르고, 엄마, 아빠가 좋은 유전자를 줬건만 '진짜 너 키 작으면 양심의 가책이 없는 거다~'라는 말을 어깃장처럼 놓지만, 늘 불안한 건 엄마뿐이다. 그러다 문뜩 냉장고에 박혀있는 멸치를 꺼내본다. 무기력했던 엄마는 번개라도 맞은 양 집중모드, 열일모드에 빠져본다. 마른 멸치를 빠르게 덖어 누르스름해지면 부스래기, 가루들을 털어준다. 만사 귀찮던 일들인데 순간 하자 맘먹으면 일을 사서 벌이는 게 엄마인듯싶다.

마늘을 기름에 볶아 아린맛을 없애고 마늘향으로 휘감은뒤, 매실, 올리고당, 물엿, 후추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그럼 조무래기들을 탈탈 털은 이쁜 멸치 투하! 깨소금 듬뿍 넣어 섞으면 완성!

'그래 이 대 김과 멸치, 계란이 애들 다 키웠지! 이거 없었음 어쩔 뻔...' 그릇에 고이 담고 오늘도 나잘난 엄마 자부심만 높아진다. '그래 오늘도 느~ 무 잘했어^^' 그러다 국물멸치를 꺼내 신랑용으로 맵고 칼칼한 뻘건 멸치까지 급조로 만들어본다. 온 가족용으로 아주 자태가 영롱하다.

하지만 자뻑도 잠시 "봉봉아 엄마가 우리 아들 줄려고 멸치 볶아놨어~ 우리 아들 주먹밥 해줄게!" 하지만 곱게 먹지 않는다. "엄마 그 멸치 먹으면 목에 자꾸 걸려 컥컥거려~" '뭐라고? 그럼 엄마 이로 자근자근 씹어서 갈아서 주리?' 속을 한번 누르고, "봉봉 엄마가 다져서 밥에 비벼줄껭~" 다시 열일엄마모드로 변신한다. '바싹 볶은 탓에 작고 작은 멸치가닥이 목에 걸린다 명하시니 소인은 이마저도 다지고 다져 우리 임금님 목에 걸리지 않게 해드리겠사옵나이다.' 미치고 환장하겠지만 이 정도는 아주 귀엽다. 잔머리 쓰고 다지기로 다져보지만 겉돌아, 도마를 꺼내 칼을 컴퍼스인양 돌리고 돌려 아주 으쓰러트린다. 그리고 비닐봉지에 멸치투하! 냉동밥 2개를 넣고 이제 짜증속풀이를 한다. 빨랫감 주무르듯이 '그냥 먹지 귀찮게 아이고 나 진짜, 엄마는 속이 터진다. 터져' 냇가의 아낙네가 되어 속풀이 삼매경에 빠지면 아주 골고루 예쁘게 멸치주먹밥이 완성된다.

그럼 다시 모드를 변경하여 비닐봉지에서 조물조물 한알씩 비벼 접시에 내던진다. '체리하나, 봉봉이하나, 체리 둘, 봉봉이 둘, 체리셋, 체리넷, 아니 봉봉이 셋' 두 아이들 개수까지 맞추어 그릇에 담고 나름 꽃모양대열로 세워 갖다 바친다. 맨밥을 좋아하는 아들, 키 커야 하는 아들, 아빠는 늘 말한다. "183까지만 커! 아빠보다 큰 건 용납 못하겠다." 그러면 엄마는 눈을 흘기지만, 그걸 되새겨 "아빠가 183까지만 크래! " "아냐 185, 186 제발 제발~ 남자는 키빨이라고!" "야! 엄마가 아빠 키 작았으면 결혼했겠니? 아빠 키 크니까 엄마랑 결혼한 거라고~" 키 하나에 남자들 싸움 난다. "봉봉! 우유랑 멸치밥 꼭 꼭 씹어 먹어라~ 먹고 싱크대에 풍덩하고.. 양치하고... 오늘 할 거 하고 있어." 그리고 엄마는 나간다. 키성장을 위해 10시 취침을 선포하는 엄마, 10시 1분이 넘으면  공부 2배라 하니 좀 먹혀  막판에 후다다닥, 정신없이 미루다 10시 3분, 5분, 8분을 넘을 때가 많지만 이쯤은 살짝궁 애교라 이해하고 재워본다.

 그마저도 불안해 성장클리닉 한의원을 예약해 놓은 노심초사 한 엄마다. 공부보다 키성장에 진심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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