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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Jan 15. 2024

그럴만두하지~

고이 얼리고 쟁이기 대작전

  토요일 저녁, 고된 몸이지만 식구들 먹여 살려보겠다고 식탁에 앉아본다. '휴~~ 우' 친정에서 만두소를 오늘 오전 내내 자르고 썰고 짜서 만들어왔다. 더 많이 가져오기 위해 힘듦을 감수하고 속과 만두피를 따로 갖고 오는 센쑤♡

 "자 이제 보여줄게~ 내 딸이 이쁜지 안 이쁜지!" 다행히 엄마 한 개 만들 때 숭덩숭덩 두 개, 세 개 만드는 딸이 아침부터 자기도 한다 나섰지만 집으로 돌아온 뒤 핸드폰 삼매경에 빠져 엄마혼자 차분히 드라마를 곱씹으며 만들기 시작했다. 쉽게 만들기 위해 왕만두피에 속을 최대한 많이 넣어 두 개 만들 것을 하나로 퉁쳐본다는 거대한 목표를 가지고 쪼물락 거려 본다. 예전에 엄마랑 많이 만들었었는데 한동안 안 해 감이 떨어졌는지 삐그덕 거리기도 한다. 혼자 쩔쩔매며 안간힘을 쓰며 터진 만두도 다시 보고, 다시 꾹 눌러 AS 해가며 만져본다.

다행히 만두피가 부족하다. 오늘은 이걸로 끝! 괜히 작은 만두피로 부지런히 손을 돌려볼걸... 잔머리 쓰다 더 오래 걸리기만 했다. 뭐 이만하면 우리 딸 어떤지 아시려나? ㅋㅋ 나 혼자 뭐라니? 많이 힘든가 보다. 큰 찜기가 없기에 가스레인지 2구에 찜솥을 올려 쪄본다. 서로 붙지 않게 거리를 두고 10여분을 찌면 완성!

쪼글쪼글 만두의 주름살조차 이쁘기만 하다. 하나씩 입에 넣어줄 식구들 생각에 행복하고 뿌듯하다. 비비고만두는 아니지만 엄마와 할머니가 아침부터 열나게 만든 거니, 만두 맛나게 먹어보자. 내일 당장 만두피를 더 사 와서 빨리 공장을 더 돌려야겠다. 힘들어도 엄마란 이유로 고생을 사서 하는 바보지만, 이로써 우리 가족이 더 건강하다면 가뿐히 감당해 본다.


라면에 귀한 엄마표만두를 넣고 끓여주겠다며, 결국 인스턴트 인생이지만, 인스턴트+인스턴트보다는 인스턴트+집밥낫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냉동실에 쟁반채 넣어 고이 얼리고 담날 지퍼백에 담아 쟁여놓는 스킬로 오늘도 엄마의 어깨뽕은 올라간다. 이만하면 꽤 괜찮은 엄마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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