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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Jan 12. 2024

카레와 자장의 전쟁

카레2의 대반전

  방학이다! 오늘 방학식, 졸업식 하는 학교도 있던데 우린 일주일째 방학워밍업이다. ㅎㅎㅎ 벌써 멘털이....

힘들지만 멘털을 잡아보자 결심했기에 오늘도 앞치마를 질끈 묶어본다.  

다짐육을 사 와 웍에 나누어 담는다. 자장을 더 좋아하기에 자장 쪽을 더 많이 카레 쪽은 적게 배분을 하고 양손 주걱권법으로 저어 본다.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도 비비고. 이럴 줄 알았으면 양손잡이가 되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지만 별 수 있는가! 엇박과 다소 느려지는 주걱질이지만 열심히 볶아본다. '왜? 난 엄마니까!'

그리고 냉장고에 숨어있던 야채들을 꺼내 양푼에 담아본다. 양배추, 양파, 호박, 버섯 뭐 대충 집에 있는 걸들로 그리고 당근, 사과, 호박, 버섯, 양파를 썰어 이쁘게 담아본다. 웍에 넣으면 고이 담은 게 부질없지만 엄마만의 자뻑으로 행복감을 남겨준다.

기름을 두 바퀴씩 넣고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볶으고 볶아 양파가 노릇노릇해지만 물 2컵씩 쏟아붓고 팔팔 끓인다. 벌써 고지가 눈앞이다. 이쯤만 돼도 다 끝난 거 같고 뿌듯해진다. 자장에는 불맛을 더하기 위해 토치를 쏘아보지만 별 차이는 없는 거 같다. 그냥 나도 중식 요리사 흉내 한 번 내어본다. 카레고형분과 춘장을 짜내어 골고루 섞어준다. '와 드디어 끝이다!!!'

굳이 따로 하면 될 것을 한 번에 두 가지를 한 목적은 두 자녀의 식성이 다르다. 카레를 좋아하는 따님, 자장만을 부르짖는 아드님이 계시다. 어차피 할 일,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겠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칼질과 주걱으로 볶아낸 것이다. 실랑이하고 "그냥 먹어!" 하기도 하지만 그럼 또 제대로 안 먹고 몇 숟갈만 억지로 먹기에 백기를 들고 사서 고생을 해본다. 거기에 잔머리를 써서 3분 요리를 만들어 본다.

많은 소분용기를 써보았지만 얼면 뚜껑이 뒤틀어져 열리고 색이 배는 아픔이 있기에 그릇 때문이라도 가끔 본죽을 사 먹는다. 그리고 당당히 외친다. "3개로 나누어주세요." 처음엔 그것이 먹기 좋아 요청했는데 2개짜리 용기는 좀 크고 3개짜리가 나한테 찰떡이었다. 그래서 모으고 모은 본죽 소자형 용기. 대충 비스므레하게 소분을 하고 혹시나 헤맬까 네임펜으로 자장, 카레라고 써준다. 테이프를 붙이고 스티커를 붙여봤지만 또 떼고 붙이는 작업이 귀찮아 네임펜으로 쓰고 설거지 할 때 매직블로그나 수세미로 살짝 문지르면 싸악 사라진다. 이제 또다시 외친다! "나와서 밥 먹어!" "엄마 난 계란카레 줘!"  "띠로리-----" 등짝스매싱을 날려 보내고 싶지만 참고 냉동실을 뒤져본다. 다행히 남은 계란 카레가 있었다. 정신줄을 다시금 잡고 착한 엄마모드 변신하여 계란카레를 고이 담아준다. "뭐 야채카레는 엄마가 먹으면 되지!" 오늘도 해냈다. '삼식이가 아닌 게 어딘가?' 그나마 다행인 건 식성이 그리 좋지 않아 많이 먹지도 않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 본다. '안 되겠다! 이번주 주말은 친정으로 피신 가야겠다. 내 멘털 충전을 위해~' "엄마 나 밥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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