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다! 오늘 방학식, 졸업식 하는 학교도 있던데 우린 일주일째 방학워밍업이다. ㅎㅎㅎ 벌써 멘털이....
힘들지만 멘털을 잡아보자 결심했기에 오늘도 앞치마를 질끈 묶어본다.
다짐육을 사 와 웍에 나누어 담는다. 자장을 더 좋아하기에 자장 쪽을 더 많이 카레 쪽은 적게 배분을 하고 양손 주걱권법으로 저어 본다.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도 비비고. 이럴 줄 알았으면 양손잡이가 되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지만 별 수 있는가! 엇박과 다소 느려지는 주걱질이지만 열심히 볶아본다. '왜? 난 엄마니까!'
그리고 냉장고에 숨어있던 야채들을 꺼내 양푼에 담아본다. 양배추, 양파, 호박, 버섯 뭐 대충 집에 있는 걸들로 그리고 당근, 사과, 호박, 버섯, 양파를 썰어 이쁘게 담아본다. 웍에 넣으면 고이 담은 게 부질없지만 엄마만의 자뻑으로 행복감을 남겨준다.
기름을 두 바퀴씩 넣고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볶으고 볶아 양파가 노릇노릇해지만 물 2컵씩 쏟아붓고 팔팔 끓인다. 벌써 고지가 눈앞이다. 이쯤만 돼도 다 끝난 거 같고 뿌듯해진다. 자장에는 불맛을 더하기 위해 토치를 쏘아보지만 별 차이는 없는 거 같다. 그냥 나도 중식 요리사 흉내 한 번 내어본다. 카레고형분과 춘장을 짜내어 골고루 섞어준다. '와 드디어 끝이다!!!'
굳이 따로 하면 될 것을 한 번에 두 가지를 한 목적은 두 자녀의 식성이 다르다. 카레를 좋아하는 따님, 자장만을 부르짖는 아드님이 계시다. 어차피 할 일,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겠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칼질과 주걱으로 볶아낸 것이다. 실랑이하고 "그냥 먹어!" 하기도 하지만 그럼 또 제대로 안 먹고 몇 숟갈만 억지로 먹기에 백기를 들고 사서 고생을 해본다. 거기에 잔머리를 써서 3분 요리를 만들어 본다.
많은 소분용기를 써보았지만 얼면 뚜껑이 뒤틀어져 열리고 색이 배는 아픔이 있기에 그릇 때문이라도 가끔 본죽을 사 먹는다. 그리고 당당히 외친다. "3개로 나누어주세요." 처음엔 그것이 먹기 좋아 요청했는데 2개짜리 용기는 좀 크고 3개짜리가 나한테 찰떡이었다. 그래서 모으고 모은 본죽 소자형 용기. 대충 비스므레하게 소분을 하고 혹시나 헤맬까 네임펜으로 자장, 카레라고 써준다. 테이프를 붙이고 스티커를 붙여봤지만 또 떼고 붙이는 작업이 귀찮아 네임펜으로 쓰고 설거지 할 때 매직블로그나 수세미로 살짝 문지르면 싸악 사라진다. 이제 또다시 외친다! "나와서 밥 먹어!" "엄마 난 계란카레 줘!" "띠로리-----" 등짝스매싱을 날려 보내고 싶지만 참고 냉동실을 뒤져본다. 다행히 남은 계란 카레가 있었다. 정신줄을 다시금 잡고착한 엄마모드로 변신하여 계란카레를 고이 담아준다. "뭐 야채카레는 엄마가 먹으면 되지!" 오늘도 해냈다. '삼식이가 아닌 게 어딘가?' 그나마 다행인 건 식성이 그리 좋지 않아 많이 먹지도 않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 본다. '안 되겠다! 이번주 주말은 친정으로 피신 가야겠다. 내 멘털 충전을 위해~' "엄마 나 밥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