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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Jan 19. 2024

이십만원짜리 계란말이

#방학엔 내가 요리사

"엄마! 내가 하면 안 돼?" 요즘 부쩍 딸아이가 부엌으로 다가온다. "계란말이는 어른도 힘들어~ 나중에 해~" "하고 싶다고..." 해줄까 말까 백만 번 고민하다 "알았어! 가스불은 엄마 옆에 있을 때만 하는 거다. 혼자 하다 그럴 사고 나는 거야!" "알았어! 나 해두되지?" 털털 덜이 따님이 제법 얌전하게 한다. 물론! 당연히! 싱크대와 바닥은 계란과 계란껍데기를 질질 흘리지만 숨을 크게 내 쉬며 맡겨본다. '어~~~~~~~~~~~~휴~~~~~~~~~~~~'

근데 어디서 봤는지 제법 한다. 잉? 조무래기 조수가 되어 어깨너머로 바라보고 행주를 들고 요리조리 닦는데... 아 글쎄 체리가 계란말이를 한다. 찢어지지도 않고 아주 어여쁘게....

'어쭈~ 잘하는데...' 솔직히 놀랬다! 천재요리사인가? 나도 계란말이한 제대로한 지 별로 안 됐는데 12살 소녀가 계란과 프라이팬을 들자마자... "우와~ 너 잘한다! 이거 어른도 잘 못해~ 차분하게 잘한다. 찬찬히 잘해~" "대박! 진짜 잘해!" 순간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삘을 받았는지 가지런히 썰어놓고 케첩으로 하나하나 하트를 찍어준다.


주말에 할머니댁을 갔다. 엄마는 친정에 온 찬스로 자빠져 누워있는데 체리가 아침에 일어나 "할모니~ 사각 프라이팬 없어?" "없는데~" 그럼 포기할 줄 알았다. 눈을 비비며 나갔더니 처음 해보는 둥근 프라이팬에 아무렇지도 않고 차분하게 계란말이를 하고 있었다. 요리사는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후라이팬과 뒤집개는 거들뿐 온전한 자기 실력이라는 눈빛으로... 예쁘게 고이 말아 할아버지께 드리니 무한감동, 할아버지는 도저히 드실 수가 없다. 없는 케첩, 간신히 토마토소스를 찾아 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내는 특급기술까지 선보인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박수갈채가 이어진다. 체리는 할아버지와 안방에 들어갔다 공손하게 나온다. 요조숙녀가 되어 "감솨합니~~ 다~~" 할아버지와 무언가가 있었다. 손주가 어느새 이렇게 컸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고 친정엄마와 장을 보고 왔다. 조카들 소식에 날아온 삼촌이 접시에 코를 박고 무언가를 먹고 있다. "너 먹니?" "뭐 먹을 게 있었어? 그 허연게 뭐야?" "응 체리가 계란말이를 해줬어" "콜라랑 같이 해서 갖다주더라고..." "너 다이어트하잖아" "체리가 준 건데 이건 먹어야지~" 극강의 다이어트 멈추게 만드는 체리의 계란말이, 그리고 아이들은 삼촌집으로 사라졌다. 집에 가려고 삼촌집으로 갔더니 체리와 봉봉이 신이 나 속삭인다. "삼촌이 용돈 줬어~"  "이눔씨끼들 또 삼촌 삥 뜯었네.... 뜯었어~"  "아까 떡볶이 먹었어?"  "......"  "안 먹었다고? 그럼 아파트입구 탕후루 사 먹었지?" "어뜩해 알았어?" "삼촌 꼬드겨서... 이것들 딱 걸렸어~ 아주 엄마 몰래 삼촌이 다 해줬구먼..." 체리와 봉봉은 씩 웃으며 좋아라 한다. "아까 할아버지가 용돈 주셨어~" "할머니도 주셨잖아!" "체리야 계란말이 한판으로 도대체 얼마를 번 거니" "오만 원, 오만 원, 오만 원 그리고 생선까지 이십만 원!" "헉.... 그건 금계란이었던 거니?"


참치김치찌개를 끓인 어느 날. 환상의 조합은 계란이다. "체리~ 봉봉~ 계란프라이 먹을래? 계란찜 먹을래? 계란말이 먹을래?" "엄마 내가 계란말이 할래~" 계란만 보면 달팽이과 거북이 체리는 달려온다. 이제 업그레이드 되어서 "엄마 푸르딩딩한 거 뭐 없어? 채소, 꾸밀꺼."  "네~ 쉡!" 깻잎을 갖다 바친다. 계란말이를 하고 일식 회도 아닌데 계란말이 데코를 한다. 칭찬은 체리를 춤추게하고 날아오르게 한다. 체리는 우리 집, 우리 가문 계란요리사이다.

"체리를 명하노라. 계란말이 요리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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