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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Jan 31. 2024

결국 일을 냈다!

급기야...    사골을...

'슬슬 애들이 음식이 물린듯하다. 뭐 없을까? 몸보신 좀 시켜야는데....' 그때! 비로소 떠오른다! "하자!!!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 유튜브를 검색한다 맛있게 사골 끓이는 법, 이때 유튜브 검색을 하지 말고 티브이를 틀었어야 했다. 순간 장금이라도 된 듯 홀려 농협과 정육점 사골 가격을 체크한다. 하지만 띠-띠-띠-띠~~ 9시! 문이 닫힌다~ '그래 낼 아침 문 열자마자 가자! 9시에 사 와서 핏물 빼고....' 따다 다닥!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내일의 스케줄을... 아침이 되어 비장한 각오로 정육점으로 향한다. 총각네 정육점으로, 아주 아주 친절한 총각, 40대 아줌마는 그저 깔끔하고 친절한 총각들의 서비스에 '지갑이 열린다. 열려~'

"사골 있어요?" 그냥 짝으로 갖다 보여준다. 대략 1.6kg 하는 사골을 보여주며 "잡뼈는 서비스로 드릴게요~" '올레~ 이 총각들 아주 맘에 들엉!' 쿨하게 "우족은 어떻게 해요?" 거대한 발톱을 보여주며 "앞다리예요~ 우족골 있는 걸로 드릴게요." 뭐 암튼 좋은 거로 준다는 거 같다. 이래이래 다 사도 4만 원, 엘리베이터, 양손 가득 들고 오지만 4만 원 행복에 이마저도 가볍다. 이걸로 식구들 보양식을 끓여준다는 기쁨에 한걸음에 달려와 들통을 꺼낸다. 일 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들통을 다시 세척하고 홈쇼핑 프라이팬 구매에 사은품으로 준 들통까지 오늘 드디어 써본다. "좋았으~"

'사골, 우족, 잡뼈 3종세트 어쩜 다 1.6kg씩이냐~ 대단 대단' 봉다리를 찢어 들통에 담아본다. 차고 넘친다. 결국 2개로 나눠서 퐁당! 그리고 쿨하게 외출을 한다. "굿바이~"

금방 갔다 오려했는데 컴백홈하니 5시간, 3시간만 빼려 했는데.... 들통에 기름 동동, 살인자의 추억처럼 시뻘건 핏물바다였다. '아구 무서워~'

다시 한번 목욕재계를 하고 들통에 가득 담는다. 월계수 1장, 양이 많으니 2장만 넣고, 아이고 안 되겠다 결국 2 솥 가동이다. 사골까지 가스불 2구를 점령당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또 한 번의 목욕, 애네가 깨끗하진 않다. 작정을 하고 부엌에 붙어있어야 하는구먼.... '얘네 목욕만 몇 번째야~'

이후로 장작 3시간씩 끓여 덜어내고 다시 물 붓고 끓여 따라내고를 5번을 반복했다. 애초에 뼈 양이 많아 3시간을 푹 고아 담아내면 솥 1/4밖에 안 차더라. 이 짓을 몇 번을 해서 2 솥을 만들었다. 새벽 1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나 또 끓이고 끓이기를... 이래서 대기업 꺼를 사 먹나 보다. 이거 웬만한 작정을 하지 않고서는 쉽지가 않다.

뼛속의 골과 우족이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맛있는 냄새를 맡고 다가온 봉봉, "엄마 맛있는 냄새 나" 그래 이 맛에 하는 거다. 이 한 몸 희생해서 식구들 몸보신시키려고... 저녁을 먹으며 속이 안 좋다고 간신히 먹더니 개코도 아니고 먹잇감을 찾아 나선 하이에나처럼 다가온다. 우족을 하나 꺼내 송송 썰어 간장을 뿌려준다. "엄마가 맛있게 끓여줄게~ 밥 말아먹자!" 하지만 그 속엔 '아들 볶음밥은 당분간 휴식이야! 이제부터는 사골이다!'를 선포하는 것이다. '파송송 김치 딱 올려서 먹으면 그만이지~'

하지만 사골을 끓이던 찰나 류수영이 "사골 집에서 끓이지 마세요!"  "엣? 나 지금 끓이는데?" 바보가 된듯했다. 근데 홀릴듯한 말솜씨와 제스처, 요리방법을 소개한다. 근데 그의 말이 맞았다. 작정하고 끓여 식구들 몸보신할 거 아니면 비비고 사골육수를 사 먹던지 아님, 어남선, 류수영의 요리 레시피를 따라 상황을 뒤엎고 끓여 먹고 싶을 만큼 감탄스러웠다.

https://youtu.be/au6EZ2Mz1Bk?si=daXFciooVlOwZi9F

그래도 난 엄마의 정성이 있으니까, 고이 기쁘게 감사한 마음으로 5번째 사골을 끓인다. 

"얘들아 앞으로 한 달간은 사골이야~" 체리와 봉봉은 번개를 맞은 듯 멈춰 황당한 눈빛으로 둘이 어쩔지  고민한다. "우리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아니야 맞아! 원래 겨울엔 사골고아서 김치 올려서 딱! 이렇게 먹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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