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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Feb 02. 2024

고갱님!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3480원의 행복

세일이다!

1+1시뻘건 세일 스티커만 보이면 환장한다. 으레 들르는 노브랜드에서 세일 상품만 싹쓰리해본다. 근데 그걸 또 바로 요리 안 하고 유통기한 무한대로 증식시키는 냉장고로 직행한다. '왜냐? 귀차느니까!'

그러다 엄마의 자각을 통해 영계를 꺼내본다.  물샤워를 하며 안 빠진 털은 없는지 뱃속 내장까지 싹싹 닦아 우리 집 보물, 상전 우유를 담가준다. 사람 먹을 우유도 없는데 우유탕 입수라니..... '너 완전 고급이구나?' '임금님이야?' '니가 왕이될 상인가?' '에잇 뭐여~ 정신차리자! ' 봉지에 최대한 조금 넣고 소금, 후추를 와장창창 구석구석 뿌려준 닭을 둥글게 형태를 만들어 질끈 묶어준다.  짭조름해야 맛있고, 우유에 섞이면 얼마 묻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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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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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목욕을 맞춘 닭을 꺼내 소금과 후추를 뱃속, 겨드랑이 사타구니 치덕치덕 발라준다. 그리고 목욕한 뒤라 부끄러우니까 다리를 살짝궁 꼬아준다. '아주 섹시하고 요염하다. 아주 맘에 들어~' 지금부터는 불가마 사우나다. 닭이 작으니까 20분 굽고, 뒤집고 20분~

'너 쫌 멋있는 걸, 선탠이 지대로다~~~' 구릿빛피부에 바삭바삭한 껍질, 성공이다! 이제야 비로소 체리와 봉봉에게 자랑을 한다. 기승전결 치킨이 좋아를 외치는 봉봉, 감성적이고 멋과 예쁨에 젖어있는 체리, "우~~~~ 와! 짱이다. 엄마 지금 먹어도 돼? 우리 먹는 거야?" 대답할 틈도 없이 군침을 흘린다. "그래 줄게 줄게 기다려봐~" 속이 익었나 하는 불안함과 함께 접시에 고이 내어준다. '다시 봐도 예쁘다! 또 보아도 예쁘다.' 3000원의 행복에 빠져 아주 감탄의 향언이다.

"기다려봣! 안 익었음 으째? 엄마가 잘라볼게..."  '다행이다~ 다행이야!' 절단식을 하는 순간 기름이 쫘르르 흐르면서 아주 먹기 딱 좋게 익었다. 봉봉이는 맘이 급하다.

치킨엔 무가 빠질 수 없지 달콤 새콤한 무대신 우린 동치미다. 그것도 마지막 남은 "동~~~~~치~~~~~미~~~~~~" 아주 찰떡이다. 간도 딱 좋고 내가 했지만 느무느무 잘됐다. 이것으로 앞으로 한 달에 한번(?) 시켜 먹는 치킨도 끝이다. '삼만원보다는 3천원이지.... 10마리를 먹을 수 있다고! 그것도 이건 구운 거라 완~전~ 건강하다고!!!'

어느새 시키지도 않았는데 비닐장갑을 끼고 앉아 대기 중이다. 닭다리의 주인, 봉봉이는 산적이 되어 마구 뜯어먹는다. "누나 닭다리 남겨놔~" 닭다리에는 누나고 엄마고 아빠가 안 보인다. 봉봉이는 개눈 감추듯이 먹어댄다. 그저 맛있다고 엄지 척해주는 봉봉, 그래 이 맛에 요리를 하는 거지... 돈이 나오길 하나, 순 설거지거리만 나오지만 맛있게 먹어주니 엄마가 어깨춤이라도 춰야 할 거 같구나!

소식 중인 체리는 고상하게 다가와 간신히 닭다리와 살점을 몇 개 먹고는 배부르단다. 봉봉이도 열심히 먹었구먼 그 작은 영계도 남았다. '니네 맛있다고 한 거 진짜 맞아? 맛없었던 거 아니었어? 왜 이걸 다 못 먹는 건데.... 엄마가 맛있게 해줬자너~ 튀긴 게 필요한 거니?' 울부짖어보지만 이미 자리를 뜬 체리와 봉봉, 식탁에는 뼈다귀와 비닐장갑만 남아있다. 엄마도 몇 조각 집어먹다 남은 닭 해체쇼를 벌인다. 그래 살만 발라내서 담에 치킨마요라도 해 먹자! 입이 짧은 너희들, 엄마 마이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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