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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Jan 29. 2024

우리집은 덕장이다.

타면, 공든탑도 무너진다.

"엄마, 오늘 뭐 먹어?"  방학이라 한 그릇 음식,  주먹밥, 계란밥, 볶음밥만 먹는 아이의 울부짖음이다. "응, 맛난 거 해줄게~" 집 앞마트를 갔다가 세일문구에 코다리를 집어왔다. "그래, 결심했어!" 우리 집 대표님이 좋아하고 온 가족이 사랑하는 생선, 코다리를 베란다 선반에 걸어본다. '이거 신고 들어오는 거 아냐? 하루만 못 본 척해주세요 제발, PLEASE~~~'

이렇게 걸어놓으니 벌써 뿌듯해진다. '꾸덕꾸덕 맛있게 말라라~' "완전 쪼아! 좋아 좋아~"

잘 마른 코다리를 떼어 무와 함께 목욕준비! '앗 무에 바람이 들었다.' 기껏 정성을 들였는데 '망~ 안돼! 멈출 순 없어!!!' 꿋꿋하게 다른 무를 꺼내 다듬고 썬다.

코다리 지느러미를 싸악 다듬고 배를 깨끗이 닦아 도마에 줄을 세워본다. '아주 맘에 들어~ 뿌듯해!' 썰어서 설탕물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무와 합체를 시킨다.  여기에 엄마표 맛간장, 엄마가 직접 기르고 마르고 곱게 간 고춧가루와 대기업 올리고당을 그냥 내 감대로 콸콸 부어본다. 맛보고 안 맞으면 뭐든 더 넣으면 되지 뭐! 엄마가 까고 갈아준 마늘, 엄마가 뽑아온 파 훔쳐 냉동실에 쟁여놓는 파, 후추까지... 사실 이쯤이면 내가 아니라 엄마가 다 한 거다! 스트레스받았을 대표님을 위해 약간 달달하게....

"아주 딱 맛있어!" "이대로 쫄면 완벽해!"

그리고 우리 집 대표님 배웅을 나갔다. 20분이 지났을까? 그러지 않아도 걱정이 됐는데 어차피 전화해도 게임하느냐 전화도 안 받겠지 하며 빨리 집에 가기만 재촉했다. 거의 다 왔을 때 문자가 왔다.

급한 마음에 약한 불로 해놓고 갔어야 했는데 중불로 했더니...  아니 그냥 끄고 갔어야 했는데... 가면서 가스불 봐달라 했는데 핸드폰 삼매경에 미쳐 못 들었나 보다. "망했다. 망했어!" 중간에 전화해서 체크했어야 했는데 내 잘못이다. '아~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진짜 너무 똑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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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차릴 힘이 안 난다. 맛은 있지만 바닥이 타버렸다. 적당하게 소스가 흘러 빤짝빤짝해야는데 이게 뭐람... 누구를 원망한단 말인가 내 탓이지... 욕망에 불태운 코다리ㅜㅜ

비닐장갑까지 껴서 탄부분을 제거하며 살을 발라준다. 명태가 그럴 애가 아닌데... 온갖 방법으로 생태, 북어, 노가리, 먹태, 짝태, 코다리, 창난젓, 명란젓까지 다채롭게 쓰임 받는데 타면 그냥 망..... 한..... 다..... 아무리 명태라 할지라도 쓰레기, 똥이 되고 만다.

코다리를 말리며 맛있게 먹을 기쁨에 행복했는데 '내 마음의 상처, 그 명태가 과연 돌아오냐고?' "마구잡이와 온난화로 사라진 명태가 돌아오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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