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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Feb 02. 2024

집밥의 기본은 바로바로!

햇반 아니 집반

  방학을 하면서 쌀 10kg를 받아왔다! 김치통 2통에 고이 담아 놨는데.... 아~ 글쎄 한 달 사이 쌀 한통이 바닥을 보였다. 우리 집에 쌀도둑이 있나 보다. 그 범인은 바로바로.... 우리다. 감사해야 하나? 뿌듯해해야 하나??? 밀가루도 은근 많이 먹었는데.... "쌀이 들어간다. 쭉~ 쭈~욱~ 쭉! 쭉!" 매번 밥을 한솥 해서 얼려놓는데... 냉동밥이 없다. 이러면 정말 총체적 난국이다. 라면을 먹어도 볶음밥을 하려 해도 밥이 있어야는데.... 급하게 쌀을 씻어본다. 뽀얀 쌀뜨물을 버려가며 몇 번을 씻는다. 그리고 쾌속취사로 밥을 안친다. 그럼 15분 만에 "취~이 이 이 이이잉~~~~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라며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이들 살을 찌워보겠다며 100g도 안 먹었는데 용기에 쑤셔 넣으며 150g으로 은근슬쩍 늘려본다. 같은 용기라 같은 양인줄 아는 속임수를 써본다. '음하하하하하~'' 이게 엄마의 지혜고 재치, 노련미가 아니던가?' 한 치의 오차도 양보할 수 없다며 베이킹이나 할 때 쓰던 저울까지 대령한다.

딱 150이다.

148? 149? 151? 152? 도 양보할 수 없다. 밥 한 톨 한 톨을 붙이고 빼가면서 에누리 없이 정확히 150으로 맞추며 엄마는 또 그 재미에 혼자만 신이 난다.

밥을 섞으며 모이스처 수분공급이라는 이름아래 밥솥에 얼굴을 들이밀어본다. '뭐 이런 거라도 함 해보는 거지...'  '이것이 엄마의 특권 아닌가?' ' 나 관리하는 여자야~' 라며 혼자 미소를 지어본다.

 열심히 밥을 담고 있으면 탄수화물 중독증세를 보이는 쌀과 두부, 우유 알레지가 있으신 봉봉이가 달려온다. "엄마, 주걱은 나줘~" "꼭 줘야 해! 누나 주지 말고 봉봉이 꺼야!" 그럼 또 주걱싸움이 벌어진다. 그럼 엄마는 싸움의 원천을 없애기 위해 2 주걱 권법을 펼친다. 그냥 밥풀을 묻힌다고 되지 않기에 반쯤 요 주걱으로 푸고, 다른 주걱을 꺼내 밥을 열심히 퍼 담는다. 그러고 사이좋게 주걱을 나누어 준다. "냐~ 주걱!" "이건 체리, 이건 봉봉이" 그럼 별거 아닌 것에 좋아라 신이 나서 주걱을 핥아댄다. 저 주걱으로 놀부의 아내가 되어 뺨 한대를 후갈기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마음을 다잡고 착한 엄마인 양 곱게 나누어준다.


밥을 차곡차곡 담아 일렬로 세운다. 그리고 산처럼 쌓아진 밥알을 고르게 펴서 예쁘게 담아본다. 그리고 더 촉촉한 밥을 위해 물 한 숟갈씩 넣는다. 애 한 숟갈, 재 한 숟가락, 또 애도.... 그리고 뚜껑 덮기 '따다다 다닥'! 뚜껑이 폭발하려 한다.

'괜찮다! 어차피 냉동실 보관은 뒤집어 넣는다.' 촉촉한 물이 거꾸로 향한 채로 얼리면 위가 마르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돌릴 때 촉촉함이 고루 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뭐 이건 내 생각이고 이러면 또 혼자 자뻑할 수 있으니까 해본다. '내 집, 내 밥, 내 맘이니까~' 이렇게 하면 2일은 버틸 수 있다. 그나마 이마저도 먹다 남기면 물에 적셔 팬에 약한 불로 익혀 누룽지를 만든다. 그럼 단 쌀 한 톨도 버려지지 않는다.

자연의 섭리와 농부의 수고를 아는 기특함에 혼자 머리를 쓰담쓰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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