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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Feb 07. 2024

엄마! 오뚜기로 사주세요

케첩왕자, 봉봉님을 소개합니다

  돈가스는 만인의 취양저격, 기본적으로 보편적으로 누구나 사랑하는 음식이다.

오늘은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웍에 기름을 부어본다. 튀김류는 절대, 한사코 하지 않지만 도인이 되기로 한 엄마는 마음을 다스린 덕에 불을 켜본다. 돈가스가 먹고 싶다는 아드님의 주문에 아드님원픽, 유부초밥, 소시지, 딸기까지 주문제작한다. '건강식, 영양 듬뿍 유기농 이런 건 사치이다.' 이렇게 해주면 결국 엄마만 좌절하게 되고 가장 기본 음식, 초딩입맛으로 차려내는 것이 초등학생들에 대한 대우, 입맛저격이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기본이 아닌 좀 모양 나는 롤유부를 사버렸고, 세일한 다는 문구에 이끌려 딸기까지 사버렸다. 그릇이 모자라다. 돈가스에 들어가야 할 샐러드는 생략이다. 왜냐하면 봉봉왕자님은 김치는 먹어도 야채, 샐러드는 질색하신다. 완전 맞춤형으로다가 바친다.

소시지의 칼집을 송송송, 촘촘하게 내어 에어프라이에 구워내고, 따뜻한 밥을 지어 유부롤초밥을 만들고 나머진 냉동실에 고이 보내드린다. 오래간만에 큰맘 먹고 산 딸기, 제법 알이 굵고 새콤달콤하다. 그리고 아드님이 사랑하는 오뚜기 돈가스 소스를 뿌려드린다.  

보기만 해도 느끼하다. 너는 안 먹어도 체리와 나를 위해 급하게 양배추와 사과를 썰어 요거트를 듬뿍 넣고 샐러드를 만들어본다. 엄마는 일 년 365일 다이어트와 폭식에서의 투쟁 중이니 양심의 가책이라도 덜 들게 만들어본다.

봉봉이는 음식에 대해 편식이 많고 까탈스럽다. 정말 내 자식 아니면 등짝스매싱을 날리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 아들이기에 큰 숨을 아주 깊~ 이, 크~~~ 게 모아 쉬며 마음을 정돈해 본다. '미역국이 싱겁다며 소금을 달라하지 않나, 맛난 수프를 갖다 주면 첨가된 옥수수, 양파, 버섯향에 뭐 텁텁하다나?' 세상에 이런 미식가가 따로 없다. 나중에 난 며느리한테 무릎 꿇고 빌어야 할 판이다. 요즘에도 그러면 큰일 날 세상인데 나중에 와이프가 밥을 해주는 시대는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이렇기에 늘 엄마는 진짜 화가 지구 반대편 땅속에서부터 용솟음쳐오는 듯하다!

"뭐~~~~ 라~고???"

"확! 마 그냥 묵어!" 싶다가도 은근 정답을 말하는 봉봉이가 야속하다. 마트에 가서 세일하거나 싼 케첩이 있음 사 왔었거늘... "엄마 이 케첩은 맛이 별로야~" "햄버거 가게에서 먹는 케첩 있잖아 그거 그 케첩이 맛있어!" "케첩이 다 똑같은 거 아니냐? 뭔 차이가 있다고 그래?" 거기에 맞장구치며 봉봉이 아빠가 덧붙인다. "케첩은 오뚜기지..." 그 아빠의 그 아들이구만... 둘이 안 닮은 줄 알았는데 까탈스러운 건 아빠를 닮았네.... 속이 터진다. 터져!

심의를 기울인 돈가스와 유부초밥보다 케첩을 사랑해서 케첩을 잔뜩 뿌려, 아니 쏟아부어 소세지를 와구와구 먹는 케첩왕자이다. 음식투정에도 케첩만 있음 만사 오케이! 하지만 그 케첩은 무조건 오뚜기로....

다행스러운 건 케첩마니아가 우리 봉봉이만은 아닌 것 같다. <케첩맨>, <케첩 좋아, 토마토 싫어>, <왕자의 식탁>을 보면 편식 대마왕들이 케첩홀릭이니 말이다.

저의 아들 오뚜기 모델 삼아주시면 안 되나요? 제가 보기엔 생긴 것도 괜찮은데.... 뒤에 지나가는 아니 뿌옇게 잡힌 엑스트라도 좋습니다. 케첩이면 사족을 못쓰고 먹으니 언제든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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