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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Feb 09. 2024

귀경길에 먹을려던 김밥

출발 전 소동사건

  설날연휴의 아침 첫날이다!

과감하게 온 가족이 늦잠을 잤다. 해가 중천인 10시! 느적느적 냉파를 하고 귀경길에 나서보려 한다.  "오빠앙~ 청소기 좀 돌려주면 안돼엥?" 내둥 퉁퉁 쏘아붙이다가 애교를 부려본다. 역시 오케이~ "청소기 좀 돌려!" 이러면 하기 싫어하는데 애교로 부드럽게 해 주면 하기 싫어도 마지못해 해 준다. 그것도 깔끔쟁이라 아~주 깨끗하게 파리가 미끄러지게 잘해준다. "짜란다 짤 한다 잘~한다!!!" 오늘도 신랑이 걸려줬다. 이불 빨래까지 해주는 센스~ '고마워~' 그리고 부지런히 밥을 해본다. 급하게 사온 냉이를 삶고, 스팸을 봉지에 넣어 손으로 으깨고, 당근을 썰고 다지기고 다져 계란말이를 말아본다.

그 사이 배고프다며 계란말이를 탐내는 봉봉씨~ 남은 계란  국자를 모아 미니계란말이를 해주니 반색을 하며 좋아하는 봉봉, 케첩을 찾는다. 일회용 케첩을 줬더니 계란말이도 미니, 케첩도 미니라며 혼자 흐뭇하게 좋아라 한다. 그동안 본 게 있다고 나름 잘라서 데코를 해본다. 먹기만 하는 줄 알았더니.... 흐뭇하군... '귀여운 것~'

취이잉~ 뜨거운 김을 뽑아내며 친절하게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알려주면 다진냉이와 소금, 참기름, 깨소금까지 곱게 갈아 넣고 주걱으로 아니 두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섞어본다.

계란말이와 단무지, 김 개수를 헤아리며 김밥 개수를 따져 양푼의 밥에 선을 그어본다. 한 6개? 딱 좋아~ 냉이밥을 쫘르르 깔고 계란말이를 넣어서 말면 완성!

'참 단무지랑 우엉이 있었지~' 단무지, 우엉도 추가! 이렇게 둘둘 말고, 남은 건 꼬마김밥용으로 단무지, 우엉만 넣고 한입 쏙 쏙 김밥을 말아낸다.

'아주 맘에 들어!' 급하게 칼을 갈고, 고소한 촴기름을 사알 살 발라본다. 난 고수니까 2개씩 썰어낸다~ '냉이가 신의 한수이다.' 냉이 안 먹는 아그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이다.

시골 가는 차 안에서 먹으려 했던 김밥은 가기도 전에 배고픔에 지쳐 흡입해 버린다. 그것도 초고추장까지 찍어먹는 여유~

'엄마! 이러다 나 오늘 중으로 못 갈꺼같아!' 설거지거리가 한가득이고 이불 빨래를 2번째 돌리고 있어~ 그 틈에 한마음 쿵작이 되어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이다. '어이구 내 못 산다~'

막힐 테니 가는 길, 휴게소 가는 건 사치다. 간식을 두둑이 챙기고, 만약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사람이 많으니 주유소에 가서 빨리 볼일을 보는 센스를 발휘해 본다. 사과와 먹을 물, 커피 그리고 냉이김밥과 임종직전인 바나나를 챙겨 들고 떠난다.

긴 연"이불들아 우리 집을 지켜다오~ 누가 초인종을 눌러도 문 열어주지 말고, 아랫집 시끄럽게 날뛰지 말고... 무사히 설 보내고 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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