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도 저물어가고 따뜻함이 몰려온다. 이제 느슨해지고 지칠 무렵 엄마가 설에 들어온 선물세트에서 스팸과 참치, 포도씨유와 올리고당을 몰아주셨다. 쓰레기도 버려주시고 알맹이만 쏘옥 끄집어온다. 못된 딸내미이다.
"엄마! 미얀~ 그리고 늘 고마웡~"그 못된 × 못된 자식은 스팸을 보고 스팸을 예약해 놓는다."엄마! 나 낼 스팸 구워줘~" "그래 알았어! 어서 자~" 엄마는 아침에 늦잠을 잤다. 부랴부랴 급히 스팸을 분해해 본다. 이럴 때 쓸려고 수학을 배웠나? 나눗셈, 분수를 하며 스팸을 반썰고 반, 반 나름의 오차 없이 썰어보려는 꾀를 쓰며 열심히 썰어본다. 하지만 스팸이 밀려 차이 나는 건 내 탓이 아니다 미루어본다. 냉동밥을 꺼내 갓한 밥처럼 잘 펴놓고 스팸을 구워낸다. 많아 보이게 조각을 내어 똑같은 모양으로 4등분을 한다! "봉봉아, 분수 이렇게 하는 거야" "똑같은 모양으로 나누는 거" 계란스크램블을 깔고 잘 구워진 스팸 조각들을 돌려 쌓는다. "여기에, 마요네즈 뿌려줄게~" "싫어!" "내 건 뿌리지 마!" '마요네즈에 파송송 올리는 게 엄마의 그림이었는데... 너희가 원하지 않는다면야~'
"엄마가 급해서 스크램블에 액젓을 쏟아부었어!" "스팸도 짠데 계란도 짜~" "엄마 괜찮은데?" "그래 다행이다." "그래도 짜니까 밥이랑 같이 먹어~" 체리와 봉봉은 그래도 맛있다며 허겁지겁 욱여넣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입맛이 없을 텐데.... 스팸은 천하제일의 요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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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체리의 주문이다. "엄마 순두부가 먹고싶어~" "그럼 이따 순두부랑 조개 사오자!" "조개는 싫은데?" 너흰 참 원하는 것도 많고 싫은 것도 많구나~ 딸바보 엄마는 검색을 한다. 조개 없는 순두부라... '찾았다! 이번에도 어남선, 류수영의 스팸순두부찌개다. 아주 훌륭하신 분이다!'스팸을 칼로 으깨고, 기름에 자글자글 갈색이 되게 볶은 뒤 설탕, 파, 마늘, 청양고추 넣기
그리고 불 끄고 고춧가루 넣어 고추기름 만들고, 간장, 굴소스 넣고 스가슥까~
물 넣고, 야채 넣고 5분 끓이기
순두부 넣고, 스팸 넣고 후추 넣고 계란 넣으면 끝 끝 끝!!!
'생각보다 훌륭하다' '맛있다~'체리와 봉봉도 맛있게 한참을 먹더니 좀 맵다며 요구르트와 요플레를 꺼내 먹기 시작한다. 맵지만 포기할 수 없는 맛이다. '엄마가 다음엔 고춧가루를 좀 적게 넣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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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설이 지나니 엄마 뱃속이 버겁다. 도다를 다시 시작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그러다 스팸이라 쓰고 다이어트식이라읽어본다. 그것은 바로스팸으로 잔머리 쓰기 버전이다. 건강식이니 일단 스팸을 뜨거운 물에 데쳐낸다. 기름이 동동 뜬다. '아이고~ 나 저만큼 기름 쫘악 빼낸 거다 하며 합리화를 시킨다.' 씻은 배추를 물기를 꼭 짜고 종이타월로 톡톡톡 두들긴다. 줄기 부분을 적당히 자르고 반을 쭈욱 짜겐다. 그리고 밥에 간을 하고 들기름과 깨소금을 뿌릴까 하다 깔끔하게 담백하게 먹고 싶으니 생략해 본다. 스팸 깔고 밥 한 숟가락 뭉쳐 넣고 말아 본다. 도~올 돌 돌 집중하여 이파리를 안쪽으로 접어 예쁘게 매무새를 오므려 말아본다.
'와우~ 맛있다!' 그리고 '깔끔하다' 이 와중 봉봉이는 김치를 씻었다며 빨간 김치로 해달라는 까탈스러운 아드님이다. '알았다! 빨간 거로도 해줄게!!!' '수영 가기 전 이거 먹고 저녁 해결하자~ 엄마 이제 쉬련다!'
스팸으로 간편식, 일반식, 건강식까지 내가 하기 나름이다. 스팸 3종세트, 이제 지쳐가는 방학 끝무렵 빨리 개학해 주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진다.
그래도 4년 전 코로나를 생각하면 뭐 이것도 감사하게 여기며 기쁨으로 여겨본다. 참자! 참자! 참을 인을 삼백구십오 번 더 써보자~